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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낭여행

by 차주도

다낭 여행

가족이 함께 여행을 한다는 것은
행복한 삶의 중심에 있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큰아들의 빈자리가 문득문득 밀고 들어오는 생각에
시안을 갔다 와야겠다는 다짐도
22년간의 탁구장을 접고 새롭게 적응하는 과정에 밀려
여행을 끝내고 보리라 했지만
이렇게 즐거운 날
어쩔 수 없이 망각의 지혜를
끄집어내야만 한다.

괌여행에 이어 두 번째 다낭여행은
첫 발을 떼고 아장아장 뒤뚱거리며
세상을 다 가진 듯 활보하는 주원이의 행동이 화제의 축이지만
더러, 여린 감성이 풍부한 유주의 마음까지 챙겨야 하는 예의가
할아버지가 지키는 이번 여행의
품격이리라 다짐한다.

인천을 떠나 다낭까지
약 4시간 30분의 비행시간이
첫돌을 지낸 주원에게 어떤 행동이 나올지 노심초사였지만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온갖 떼거지로 4시간여의 칭얼거림과 울음이 기내의 소요를 일으켰지만
아기울음이 드문 요즘 미소로 격려하는 여행객들의 표정에서
한시름을 놓는다.

다낭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고
뒷골목 포장마차의 거리를 배회하며
토속적인 음식을 찾으면서 느낀 점은
자동차보다 많은 오토바이가 경적소리를 심하게 내고
건물을 짓는 모습은 재래식 구조를 보이며
노숙하는 사람들의 주변에 쥐가 들락거리는 무단점유의 가게가 옳은 정책인지
문화를 가늠하면서
그래도 혜택 받은 서울의 거리에 경의를 표한다.
입이 까다로운 나에게는 7~8가지의 요리가 탐탁지 않고
옆가게의 국수그림이 마음에 들어 몇 번 망설이다 슬며시 가서 한 그릇을 시켰는데 또 실패다.
내 입맛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에 아내를 부르고, 아내는 아들을 부르고, 아들은 며느리를 불러 2000원짜리 국수 한 그릇에 4명이 입을 대고 마무리하는 며느리의 뒷모습에서
"가족이구나"라는 진한 감동을 느끼면서 후식거리를 한국마트에서 챙겨 숙소로 돌아왔다.

다낭의 한강은 서울 한강의 축소판이다
수질도 맑고 외국의 자본시장이 결합되어 멋진 빌딩들이 솟아 있지만
빌딩과 아파트촌이 우후죽순 마천루를 닮아가는 서울의 모습보다는 한적한 휴양지이면서 토속적인 5일장이 서는 시골풍경처럼 낯설지 않다.
사진 한 컷의 추억을 담기 위해 여인들은 한시장에서 베트남 민속옷 아오자이를 맞추면서 기다리는 2시간 동안 한강을 배경으로 사진 몇 컷 후
점심식사로 선택한 다낭보물창고는 어제 포장마차와 달리 수준 높은 해산물볶음밥, 갈릭소스새우, 미꽝, 반깐,

등등의 음식을 거리낌 없이 주문하는 며느리의 선구안과 맛에 감탄하면서 저마다 주특기가 있다는 게 참 다행이다 싶다.

다낭 한시장에서 2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오행산은
철, 땅, 물, 나무, 불의 원소로 이루어진 석회암산으로
크고 작은 동굴들이 영산으로 자리매김하며
분화구처럼 천장에 구멍이 뚫려 하늘이 보이면서 신선한 공기가 세상을 정화한다는 신비의 논리가 지배하는 불교의 나라라는 데는 이의가 없다.
손오공의 배경이기도 한 오행산의 전체는
부처의 형상들이 즐비하며
반야바라밀다심경의 독경소리가 동굴의 울림으로 또렷이 들린다

다낭에서 2박을 마치고 바나힐로 향한다
관광버스 1대에 6명의 가족만이 여행을 즐기는 호사를 누리며 도착한
선월드는 관광을 위한 작품으로는
명품관광으로 기억하고 싶다

세계에서 가장 긴 코스의 케이블카에는 기다리는 시간이 없이 줄지어 순환을 시키고
내부의 인테리어도 안락한 관광을 위한 배려가 눈에 띈다.

대륙적 고풍의 건물과 호젓한 정원,
중세의 유럽의 건축물들이 즐비하여 이국적 정취를 느끼기엔 충분했다.
울창한 계곡이 연이은 밀림 속에 덩그러니 큰손이 다리를 받쳐든 형태나
바닷속 일출을 맞이하는 호미곶의 손이나
시선을 끌기에는 충분하지만
산속에 만들어진 대형 손의 조각은 인간의 힘으로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위대함의 자위라면
호미곶의 손은 아무리 자연을 닮고 싶어 해돋이를 손안에 담고 싶지만 역부족의 인간으로서는 행위일 뿐
자연 속에 묻히는 안녕이라는 느낌이
같은 듯 다른 손을 보는 예술가의 시선이 나만의 편견일까?

다낭에서 호이안으로 가는 길목에서
'신라모노그램다낭'을 봤다.
맹목적으로 돈을 좇던 시절
호텔신라의 주식에 꽂혀 면세점의 대장주라며 전부를 던졌던 호구시절-
왜 그렇게 많은 돈을 잃었음에도 당당했을까?
많이 다쳐봐야 아픔을 알 듯
욕망의 사슬에서 풀려야 한다.
주식(株式)은 주식(主食)이니까.

호이안은 한국인들이 호구일까?
낚시터 입구 같은 길 옆에 주차된 차들이 많고
장터처럼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바구니 배(코코넛 배)를 타기 위해 흥정하는 아들 내외와 호객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 상인과의 밀당이 만만치 않다.
인터넷고수와 현지인의 상술에서
넌지시 쳐다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흥정 끝에 탄 바구니 배는
30여분의 시간 동안 사공의 원맨쇼에 길들여져야 했다.
한국의 가요 중에 신나는 댄스곡이 사공의 무대다.
코코넛 호숫가 중앙부근에 에워싼 배들이 무대가 되어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연주된다
바구니 배는 연실 빙빙 돌고
바구니 배를 젓는 노는 싸이의 손이 되어 흔들고
장단 되어 흥얼거리는 사공들은 삐끼가 되어 팁을 주라며
공연장이 된 배에 자꾸 밀어붙인다
팁을 받은 사공은 노에 돈을 받아 챙기는 모습이 꽤나 많이 해 본 솜씨다.
아마도 팁은 공범들이니 공유되겠지.

다낭에서 2박을 지낸 하이안비치호텔이 도시적이라면 호이안 히스토릭 호텔은 리조트양식의 아늑함이 정겹다.
여장을 풀고 올드타운에 가보니
재래시장과 진주 남강유등축제보다 규모가 긴 강가의 불빛만으로도
사람의 인파만큼이나 들뜨게 한다
베트남인과 다국적인들이 섞여 만들어진 축제의 분위기는 오늘이 월요일인가 다시 되묻는다.

아들내외의 추천으로 들어간 콩카페는 코코넛커피와 스무디가 유명하다 하여 스무디를 주문했는데
다낭과 호이안에서 2번 음미한 그대로 부드러움과 향이 단음식을 좋아하는 나에겐 취향적격이다.
내부는 6.25 전쟁터 같은,
강화도 조양방직 카페 같은 느낌이다.
옛것에 착상된 인테리어라지만
안락함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왜 젊은이들이 이곳을 선호하는지
왜 군복색의 유니폼을 착용하는지
자유롭지 못한 군인시절 때문인지
가난했던 기억의 꼬리가 추억이 되지는 못하나 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호이안의 3대 로컬 푸드 맛집으로
미스 리 카페를 찾아갔다
손주들이 먹을 볶음밥, 화이트 로즈, 프라이드 완탕등을 주문했는데
프라이드 완탕의 미묘한 맛이 압권이었다.

다낭과 호이안에서 스파를 받아보니
숙련된 기술위에
참 친절한 상혼이 배겨있다는 느낌에
지금부터 더 자상하게 탁구문화를 정성껏 지도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오전 호텔 풀장에서 가볍게 몸을 풀고 난 후 안방비치로 향했다
다낭 미케해변의 연장선상으로
모래밭이 풍부하고 한국인이 드문 서양인들이 오히려 조용하고 여유로운 휴식을 즐기는 마니아층이 많아 가족들이 휴양을 즐기는 데는 안성맞춤이다
손녀의 손을 잡고 해변의 파도타기를 즐기다 안경이 달아났다고 생각했다.
20여분 동안 안경을 찾다 포기하고
원두막 파라솔로 가보니 핸드폰과 시계, 안경까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지 않은가!
망각이 심해지면 치매가 되지 않는가?
정신줄을 꽁꽁 묶어 놓아야겠다.

안방비치에서 호텔로 돌아와 아들내외는 풀장으로,
나는 여행 후기를 쓰면서 휴식을 취하다가
어제 들른 올드타운의 야경을 다시 구경했다
소원을 빈다는 밤배를 타고 유등이 비치는 강가에 조심스레 가족의 건강을 빌며 촛불이 담긴 종이배를 각자 하나씩 강물에 띄워 보내고
주변의 카페구경, 사람구경등을 하며
코로나는 딴 세상의 일처럼
연신 라이브가수들과 밴드들의 노랫소리가 진동되는 걸 보니
비로소 사람 사는 세상이란 생각이 든다.
쌀국수가 유명하다는 포슈아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발마사지로 마무리하며
호이안의 아쉬운 밤을 끝으로
내일은 다시 다낭으로 가서
가볍게 여행의 마무리를 하며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서울로 가기 위해 도착한 다낭의 용다리는 서울의 올림픽대교, 다낭의 한시장은 대구의 서문시장처럼
벌써 익숙해진 거리를 서성거리며
마지막 만찬을 위해 호텔에 짐을 맡기고 주변 식당에서 푸짐히 점심을 즐기고는
어제 시간이 모자라 급하게 고른 마사지샵의 찝찝한 여운인지
뭔가 쌈박한 마사지샵을 고르다 찾아간 자리가 아마도 스파 365 일게다
몇 군데보다 단연 돋보이는 것은
차별화와 친절한 서비스가 형식이 아닌 마음이 전하는 느낌에 감동이었다
A4용지에 마사지를 더 받고 싶은 곳에 그려져 있는 신체부위에 표시만 하면 되고
마사지 후 또 나온 A4용지에 후기를 작성하게 하는 모습에서 형식의 전달이 아닌 마사지샵의 번영을 위한 장인정신이 투철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비즈니스 세계를 경험하는 즐거움과 예쁜 젊은 주인이 3층에서 내려와 콜택시를 잡아주고 인사하는 감동의 서비스는
나에게는 무척 와닿는다
탁구기술을 가르치는 직업이니.

꿈같은 4박 6일의 가족여행은
소중한 삶의 한 페이지로 만들어준
둘째 아들 내외에게 고마움을 간직하며
또 다른 여행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강한 체력이 필요하는 것을 느끼면서
그 체력의 근본은
소중한 하루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는 삶이 정답일 게다.


2023.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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