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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by 차주도

유통기한 流通期限


막걸리 두 병을 사면서
냉장고 앞쪽보다 깊숙이 안쪽의 것을 꺼내어
유통기한 流通期限을 확인하면서
설핏, 나의 유통기한 流通期限이 언제일까 묻는다

더러 양보 讓步도 하고
그럴 수도 있겠다 하고
다를 수도 있는 것이 사람이지 하면서도
오랜 인연 因緣이 허무하게 사라질 때
그 끈끈했던 줄이 어떻게 풀렸는지
그 술자리의 약발이 잊힐 수 있는지
많은 시간을 두고 생각해 봐도
둔한 머리 답을 못 내리다

이제야
인연법 因緣法에도 유통기한 流通期限이 있다고,
나의 유통기한 流通期限까지 자책 自責하면서,
한 잔의 막걸리를 삼킨다.


시작 노트

살다 보면
사람 만나는 일이
가장 큰일이자
또한 자책 自責하게 되는 성장통 成長痛이다
어릴 땐 우정 友情으로
자라서 친구 親舊로
요까지는 문제없다
하지만
사회 社會에서 만난 숱한 사람들
더러 돈이 연결되고
정 情이 붙어
“됐나? 됐다!”로 획을 긋지만
마음과 달리
상처 傷處뿐인 영광 榮光으로
정성 精誠이 부족했다고 자책 自責한다
맨날 두들겨 얻어맞으면서도
오늘도 기웃기웃 어디서 술 한 잔 마실까?
눈치 보는 날이다

일필휘지 一筆揮之
생각나는 대로 쓰이는
이런 詩가 좋은데
어쩌다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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