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새벽 단상 02화

측은지심

by 차주도

측은지심 惻隱之心


첫눈이 이렇게 임팩트를 준 적이
내 생애 生涯 있었던가

나무들이 첫눈의 인사에
일제히 두 손을 공손히 모아 합장 合掌 을 하자
이파리들은 덩달아 고개를 숙인다

거리에 흩날리던 낙엽이 눈 속에 묻혔거나
눈 위에 밟혀 뽀드득 소리로
겨울을 알리고
나뭇가지 눈꽃에 덮여 잠시 가을의 허전함을 달랜다

하굣길 학생들은 푹 숙인 이파리에 핀 눈꽃을 연신 털면서
저마다 마음의 짐을 깔깔, 낄낄 거리며
몇 번이나 치유 治癒 한다

차에 쌓인 눈을 치우다가 사진을 찍는 사람
걷다가 돌아서며 자연을 담는 사람들

다 다시 볼 수 없는 내 생애 生涯 선물에
연민 憐憫이 더해져
자꾸만 자꾸만 뒤돌아 보는 것이다.


시작 노트

올해 첫눈은 예전과 달라
수분기 많은 함박눈이 쏟아져 아차산 나무들이 그 힘에 눌려 많이 쓰러졌다.

수능시험에 매달린 학생들이
이파리에 핀 눈꽃을 털면서
환한 웃음을 띠고
누군가는 눈뭉치를 던지며
저마다 쌓인 스트레스를 끽끽거리며 치유하는 모습이 정답다.

어른들은 차에 쌓인 눈을 치우다가도
돌연 突然 사진을 찍는가 하면,
걷다가 돌아서서 먼 하늘을 쳐다보며
자연을 담는 시인들이 즐비 櫛比한 것 보면,

다시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낭만 浪慢에
저마다 꾹꾹 도장 圖章을 새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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