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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안 또 다른 여행지,
안락한 이끼향

플랜트 가드닝 스튜디오 -배소정 시스터-


“Interview Question”


1. 소정 시스터가 운영하고 계신 <해녹>은 단순히 우리가 아는 꽃집이나 식물을 판매하는 곳은 아닌 것 같아요. 해녹이 어떤 곳인지 소개해 주시겠어요?

PLANT GARDENING STUDIO ‘HAENOK’을 운영하고 있는 배소정입니다. 내 공간의 풍경이 온통 푸르고 싱그럽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각자의 공간에 어울리는 식물을 제안하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야생목과 분재 위주의 식물 판매를 기반으로 운영하고 있고, 가드닝 클래스를 진행함으로써 많은 분들이 HAENOK의 감성을 느끼고, 식물과 함께 하는 일상이 될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일을 하고 있어요. 단순하게 화분 위에 식물을 식재하는 형태에서 벗어나서, 늘 ‘하나의 작품을 만든다’라고 생각하고 작업을 하다 보니 식물을 만지는 매 순간이 매력적으로 다가와요. 식물의 미세한 각도 속에서 앞 면, 옆 면이 정해지고 어떤 화기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식물의 느낌과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많은 고민과 구상을 하거든요. 그런 고민 끝에 만들어진 식물의 반응이 좋을 때 그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네요. 화성에 위치한 해녹에 김해, 여수 등 멀리서 오셔서 수업을 듣거나 식물을 구매해 가시는 분들이 계세요. 두 시간 이상을 달려오신 분들을 보면 많은 책임감이 생겨요. “작품 같다”, “다른 곳과 다르다”, “감성이 좋아서 찾아오게 됐다” 등의 따뜻한 말은 혼자 일하면서 흔들렸던 감정도 되찾게 되어요. 무엇보다 ‘내 스타일을 고집하는 것이 틀리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에 힘이 펄펄 나요! 포장할 때 기쁜 마음에 손도 벌벌 떨리지만 애써 감추며 포커페이스 유지하려고 노력한답니다. 앞에서 표현은 못 해도 감동이거든요.





2. 운영자로써 시스터가 느끼는 <해녹>은 어떤 분위기의 공간인가요?

해녹에는 식물이 많다 보니 식물의 환경을 구성해 주는 흙, 이끼, 돌멩이에서 묻어나는 돌가루 향이 나요. 그중에서 가장 마음이 안락해지는 향은 이끼에서 나오는 향이에요. 그냥 두었을 때는 향의 존재감이 세지 않지만 물 분무를 하면 순간 싹 퍼지는 그 향이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거든요. 그래서 숲속과 바다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듯한 자연의 향이 맡고 싶을 땐 분무기를 들고 앞에서 한참을 맡는 것 같아요. 매장 안이 저에게 또 다른 여행지가 된다고 해야 할까요? 자연을 찾아 굳이 여행을 할 필요가 없어지거든요. 





3. 향에 민감하신 것 같은데 어떤 향기 제품을 좋아하세요?

사실 전 향기에 진심인 사람이에요! 후각이 꽤 예민한 편이라 조금만 진하면 바로 두통으로 연결돼서 웬만하면 향수를 사용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우디한 니치 향수는 좋아하지 않고 산뜻하고, 은은하게 퍼지는 향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인위적으로 풍기는 향보다 그 사람에게서 깊게 스며든 향처럼 인식되었으면 하거든요. 그래서 향수보다 바디워시나 로션 위주로 입문을 하게 되었어요. 지금도 향수는 제게 굉장히 어려운 존재예요. 제가 자주 사용하는 향기는 산타마리아 노벨라의 ‘라뻬르 일 꼬르뽀’ 바디로션인데, 같은 라인의 바디 오일과 워시까지 함께 사용 중이에요. 너무 유명한 향이죠. 처음엔 비누 냄새라고 해서 구매를 했는데 막상 사용해 보니 비누 향보다는 장미 향이 더 강하게 올라와 당황 아닌 당황을 한 기억이 있어요. 근데 며칠 사용하다 보니 욕조 전체에 장미 비누를 가득 채운 그런 향이더라고요. 게다가 오일과 바디 워시까지 함께 사용하다보니 보습력이랑 향 지속력이 배로 올라가서 이 조합으로 너무 잘 쓰고 있어요. 집에 오면 빨리 씻고 싶고, 강제 침실행으로 만들어줘요. 저의 하루를 마무리해주는 필수 일상템입니다. 향기는 각인이 잘 되잖아요. 사람마다 풍기는 향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하고 저에게 맞는 향을 찾으려고 정말 많이 찾아보고 맡아본 것 같아요. 문득 어떤 향을 맡으면 5살 어린 시절 엄마와 눈 맞으며 집 앞에서 사진 찍던 기억이 떠오를 만큼 강렬했던 추억을 상기시켜주는 역할을 하는게 향기인 것 같아요. 보통 사람은 나쁜 기억보다 특별하고 행복했던 기억을 많이 안고 살아가잖아요. 그 틈에 향기가 있다면 당시에 느꼈던 감정까지 고스란히 전해질 것 같아요. 




4. 본인만의 <해녹>을 만들고 계신 소정님은 방향성이 뚜렷하신 것 같아요. 향후 해녹을 위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최근에는 식물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어요. 예를 들면 화분, 스톤, 이끼, 도자기, 오브제 등 자연 재료가 아닌 제작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구상하고 있어요. 덕분에 다니지 않던 전시회나 미술관 검색을 많이 하게 되네요.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그 모든 것에 집중하고 있어요. 특히 요즘엔 저와 감성과 무드가 맞는 도예가분들을 찾고 있어요. 협업을 통해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 드리는 것이 올해 목표거든요. 사람은 태어났기에 저마다 해야 할 몫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중에 어떤 것에 가치를 두며 살지에 대해 고민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현재에 만족하거나 머무르기보다 매번 한계를 시험하고, 도전하는 삶의 태도를 가지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그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시간, 경험, 나이에 의해 순간 순간 바뀌기 마련이니까요. 개인마다 삶의 가치 중 우선순위가 있고 그 우선 순위를 위해 능동적으로 살고 있다면 이게 행복이 아닐까 싶어요.





작업마다 하나의 작품을 만든다는 소정님의 마인드처럼

본인의 스타일을 믿고,

그 고집을 이어가는 것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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