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선물

은희경 / 소설

by 시미
바라보는 나, 보여 지는 나.

작가는 책의 프롤로그에 ‘바라보는 나, 보여 지는 나.’ 라는 말을 적어놓았다. 과연 이 책은 이 한마디로 요약되는 책이다. <새의 선물>은 열두 살 진희의 이야기를 자전적으로 풀어놓은 책으로, ‘열두 살 이후 나는 성장할 필요가 없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진희의 집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을 진희의 시선에서 보여주는 책인데, 바라보는 나와 보여 지는 나를 분리해서 보려는 진희의 시선이 담겨있어 흥미롭다.


작가는 당시 시대의 모습을 진희의 시선을 빌려 보여주기도 한다. 가령 우물을 공유하는 세 집의 모습, 시골의 발전을 위해 생긴 공장의 화재, 학교의 모습 등 당시의 생활상이 그대로 드러나 이를 상상해볼 수 있어 더욱 재밌다.


열두 살 진희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정말 어린이 같지 않다. 어른스럽다. 바라보는 나와 보여 지는 나를 분리하면서 감정을 다스릴 줄 아는 모습에서 주인공이 대단하다고 느끼게 된다. 그렇지만 진희 또한 이러한 일상이 쉽진 않다. 애초에 삶을 분리하여 본다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예켠대 성숙해지는 이모의 모습을 보며 진희는 삶과 생각을 분리하여 보지 못한다. 그리고 공장의 화재로 마을 주민들이 죽었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 과정은 진희를 더욱 성장하게 만드는 일련의 경험이 된다.


그렇게 진희는 자라 어른이 됨으로 책이 마무리 된다. 열두 살 이후 진희는 성장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열두 살 진희가 여러 일을 겪으며 성장을 했듯 어른이 되기까지 계속해서 성장해왔을 것이다. 그리고 바라지는 나와 보여 지는 나를 구분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성숙해지지 않았을까?


책의 405p에서는 인상깊은 구절이 나온다.

삶도 그런 것이다. 어이없고 하찮은 우연이 삶을 이끌어 간다. 그러니 뜻을 캐내려고 애쓰지 마라. 삶은 농담인 것이다.


진희를 포함한 인간의 삶 속에서는 행운이 깃드는 날도 있고 우연이 깃드는 날도 있다. 그렇지만 이 하나하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살아가다 보면 우리의 삶 또한 진희의 삶처럼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가 있을 것이다. 그러한 삶을 받아들이고 즐겁게 살아가는 것 또한 나에게 주어진 운명일 것이다.


KakaoTalk_20210713_132016896.jpg 冊 새의 선물


작가의 이전글스토너(Sto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