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목을 찾아서

by 한두권

곡소리가 난다고 했다. 팔이 빠질 것 같고, 숨어있던 뼈마디 하나하나 개수까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어디 하나 안 아픈 곳이 없다고 했다. 끝나고 나면 골반이 너무 아파 걸을 때마다 관절이 비명을 지른다고도 했다. 호기롭게 필라테스를 등록하고 첫 수업 전까지 들었던 증언이다. 다들 타고난 이야기꾼인지 증언을 들을 때는 마치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고통이 밀려오는 바람에 나의 기분은 설렘과 공포 사이를 급하게 달렸다. 공포영화 예고편이라도 본 느낌이다. 둘 중 어떤 감정이든 일단 가슴이 쿵쾅거리는 것은 같으니까 설렘이라고 치기로 했다.


운명의 그날이다. 장바구니에 넣었다 빼기를 열몇 번 한 끝에 고른 레깅스와 미끄럼 방지 양말은 벌써 준비되었다. 내 마음만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점점 수업 시간이 다가오고 학원으로 향하는 길에는 걸음걸음을 유난히 정성스럽게 내딛는다. 도착할 때까지 얼마나 망설였는지 모른다. 요즘엔 안 쓰는 것 같은데 이 말 외에는 생각나는 적절한 말이 없어 수줍게 뱉어보자면 나의 상황은 ‘빼박캔트’다. 물론 ‘빼도 박도 못 한다’는 말도 있고, ‘진퇴양난’이란 말도 있지만 일단 현재의 나는 그렇다.


건강을 위해 필라테스를 선택했다. 오른쪽 지체장애가 있는 데다 살도 좀 있었지만 생각보다 건강한 편이었고 원래 가지고 있던 기저질환 외에는 별다른 병치레도 없었던 나다. 평소 많이 걷기도 해서 기초체력도 있다고 생각했었다. 안타깝게도 역시 세월은 이길 수 없나 보다. 어느 날 얼굴을 보니 한쪽 근육을 잘 사용하지 않아 비대칭이 눈에 띄게 심해졌고, 생각해 보니 요즘 걸을 때마다 오른쪽 발바닥이 땅에 끌리는 횟수가 잦아졌다. 왼쪽 다리에 힘이 많이 들어가서인지 언젠가부터 왼쪽 발목에서 뚝뚝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못 본 척 걷기 운동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합리화하고 대충 때우고 싶었다.


얼마 전 몇 장 안 남은 어린 시절의 사진을 발견했다. 나는 모태비만이라고 생각했었는데(실제로 우량아로 태어나기는 했다.) 나에게도 목이 있었다. 심지어 허리도 꽤 잘록했다. 아직 나의 몸 어딘가에 남아있을 수 있다. 목과 잘록한 허리가. 어쩌면 숨어있울 뿐일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한 번 도전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이유들로 더 이상 늦출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그러니까 결론은 없어진 목을 되찾는 것. 그것이 이 도전의 핵심이라 할 수 있겠다.


인바디 검사 후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그래도 살은 빼셔야 해요. 이래서는 회원님이 주장하신 ‘건강한 돼지’는 될 수 없어요.” 그렇다. 내 모토는 ‘건강하고 행복한 돼지’였다. 이렇게 살다가는 건강하지도, 행복하지도 않게 되고 말 것이다. 모르는 척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다. 앞으로 저녁은 적당히 먹는 것이 좋겠다. 가끔 하던 실내자전거도 다시 매일 타야겠지. 필라테스로 다이어트 효과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겸사겸사 체중관리도 해보려고 한다.


아, 중요한 일을 깜박하고 말았다. 내가 이 글을 쓴 이유를 말하자면 놀랍게도 필라테스가 너무 재미있다. 남들은 지루하다고 하던데 나는 기구 위에 있으니 놀이기구를 타는 것 같아 역동적으로 느꼈고, 팔을 뻗고 늘릴 때는 시원하기까지 했다. 곡소리가 중간에 나기는 했다. 근육이 늘어나는 고통에 단전에서부터 올라온 듯 한 깊고 굵은 외마디 신음을 뱉고 말았지만, 대체적으로 좋았다. 선생님은 내가 근력이 좀 있다고 하셨다. 당시에는 으쓱했는데 지나고 보니 용기를 주기 위한 말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5분 같은 50분이었다. 끝나고 3층 계단을 후들거리며 내려오긴 했지만 당기는 느낌이 불쾌하지 않았고, 다음 수업이 기대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은 기다리기 너무 길다. 두 번은 해야겠다. 어깨가 무거워 휴대폰을 한 손으로 들기 어렵다. 어쩔 수 없이 다른 한 손으로 고이 받쳐 간신히 문자를 보낸다. ‘3일 뒤에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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