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자꾸 신경이 쓰인다
열일하는 당신의 코 말이다
세상의 코들은 하지 않는 손 역할까지 감당해야 하는 당신의 코가 마음에 걸리고 눈에 밟힌다
물론 당신은 아무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니 아무렇지 않을 것이다
처음부터 당신은 코끼리였고 당신의 코는 코끼리 코였으니까
어쩌면 세상의 코들은 꿈도 꾸지 못할 크고 자랑스러운 코가 내심 마음에 들는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나는 두 배 아니 그 이상의 몫을 감당하고 있는 당신의 코가 자꾸 신경 쓰인다
숨도 쉬고 냄새도 맡고 과자도 받고 파리도 쫓아내고 나뭇잎도 따고 악수도 하는
한시도 쉬지 않고 당연하게 제 몫을 감당하는 당신의 손이자 코가 마음에 걸린다
어쩌면 당신 때문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들의 보호자로 울타리로 책임자로 지금도 몸과 마음이 바쁜, 늘 씩씩하고 부지런하게 제 몫을 하는, 그러다 아주 가끔 지친 기색을 미처 감추지 못한 채 돌아서는 당신
그런 당신이 마음에 밟혀서 나는 어이없고 생뚱맞게 코끼리 코가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