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이렇다 할,

20년 april

by sepH

2020.4.15.

생리일이 가까워지나보다 로 기분이 가라앉는 이유를 돌려본다.

우리 집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자꾸만 생기니 심통이 자꾸만 울퉁불퉁 올라오나 보다 라고도 생각해 본다.

엄마와 통화에서 울음 섞인 목소리를 주고받았다. 속상한 마음을 그렇게라도 표현하고 나니 체기 같은 고통이 조금 내려가는 것 같았다.


2020.4.16.

‘나는 대통령감이 됩니다’라는 노 대통령의 연설 속에 ‘친구 문재인’을 노 대통령만큼이나 자랑스럽게 여긴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놓고 하는 연설에서 그러한 친구를 소개함으로 친구와 스스로를 동시에 빛나게 할 줄 아는 노 대통령도 문재인 만큼 자랑스럽고 감히 사랑스럽다.



2020.4.17.

타인의 마음과 생각에 관심을 두지 않는 삶을 살아보고 싶다.

타인의 생각이나 마음의 상태에 관심을 두고도 내 위주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아니네, 어쩌면 내 위주의 삶을 살아가고는 있으나 괴로운 것일 뿐일까?


2020.4.18.

스테인리스 수저 세트 4벌, 접이식 테이블, 나무 수저세트 2벌, 손에 안 맞을지도 모르는 탄생석 반지, 대나무 칫솔 10개, 커트러리 나이프/포트 2세트, 스포츠 리서치 오메가 3 2통, 침대 패드, 전골냄비, 스테인리스 수저세트와 같은 라인의 포크와 나이프 4세트, 빈티지 이중 거즈 원단 3종류,... 오랜만에 사댄 것들이다. 볼드 캡 모자도 하나 사고 싶은데 두고 보고 있다. 사실 당장 급하게 필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엄마는 오늘도 통화에서 울먹였고 할머니의 얼마 전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그 말속에 할머니가 지금의 상태여서 다행이라 생각하자며, 고마운 일이라며. 조카들이 오면 각 방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고, 중간중간 팔자 이야기를 하면서 엄마는 스스로를 원망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을 알면서 쓸데없는 이야기들을 던져보다 다시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와 김치와 오디에 대해 이야기했다.

엄마의 팔자 속에 나의 팔자가 들어가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부모의 팔자에 속한 자식의 팔자. 내 팔자가 좋아 엄마에게도 득이 되었으면 좋겠다.



2020.4.20.

침대와 그 아랫자리 정도의 2평 남짓의 공간을 거의 벗어나지 않고 일요일을 보냈다.

꼬박 챙겨 먹은 끼니는 월요일까지 체기를 느끼게 한다.

비교적 한가한 시간을 이용해 빵 반죽을 끝내 놓고 발효의 과정을 지나 넉넉하게 부푼 반죽이 참 신통방통하다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시간만큼 부지런히 충실이 제 일을 하는 것도 없다. 벌써 오후 5시 반을 지나고 있으니.


2020.4.21.

어제도, 아니 오늘 새벽 6시 정도에 겨우 잠에 들었는데. 생각해보면 요즘 다시 취침시간이 너무 늦어지고 있다. 일어나 침대에 걸터앉아 오랜만에 나를 위한 기도를 했나 보다. 무슨 내용이었는지는 잘 생각이 나지 않지만 일어나 화장실로 걸어가며 스스로를 위한 기도를 했네 라고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딱히 기도가 잘 전달되지 않았나 보다. 5시가 넘도록 손님이 별로 없다. 아니다 잘 전달됐나?! 비교적 할 일이 없는 화요일이 되어 좀 여유가 생기는 느낌이 드네, 그러고 보니까.

포크와 나이프 세트, 침대패드, 오메가 3, 냄비가 잘 도착했다. 이제 반지만 오면 된다.

민영 언니 생일이 다가와 선물을 좀 찾아보다 그만두었다. 언제나 미리 준비해서 제때 준 적도 없거니와 주는 기쁨에 비해 뒤에 따라오는 괜한 후회 같은 것들을 했던 기억이 떠올라서였다.



2020.4.23..

어제는 뭘 했지? 하루 전 일도 기억을 하려면 이제 시간을 두고 생각을 해야 하는구나...

케이크를 만들었지. 그러니까 치즈 케이크를 만들고 그전에 카스테라를 굽고 잘못된 반죽으로 스콘도 구웠었어. 의외로 스콘이 잘 나와서 기분이 좋았지. 옆집 사장님께 담배꽁초에 관한 이야기도 잘 전했고 재난지원금도 잘 확인이 되었고.. 이건 화요일 일인가? 그 후로도 꾸준히 구입한 제품들이 폭풍 도착. 전병, 가리비살, 쓱 배송, 진미채 파지... 아마 오늘 엄마가 보낸 김치와 쑥떡, 오디가 또 도착하겠지. 묵은지 멸치조림을 만들어 봐야지. 하얀 쌀밥과 함께 먹어야지. 아, 흰쌀을 주문하면서 잡곡 사이에서 한참을 고민했네. 잡곡보다는 하얀 쌀밥이 좋지만 뭔가 의무감 같이 잡곡을 먹어야 할 것 같아서. 그렇지만 여러 가지 고민 사이에서 이젠, 언제나 내가 좋은 것 편한 것으로 결정하자를 실천 중이니까 라며 흰 쌀을 주문했다. 오늘은 뭘 해야 하나... 묵은지 멸치조림을 만들고. 가리비살도 구워 먹어봐야지.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시간에 맞춰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티라미수를 만들어야겠구나. 비교적 한산하는구나. 바람이 많이 분다. 습도기를 구입한 후 더더욱 눈으로 확인하게 되는 건조함이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

2020.4.26.

‘화’보다 더한 것이 ‘분노’라는 단어로 불리는 것이라면 이 날은 분노라는 것이 주체가 되지 않아 몸과 마음이 통제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럴만한 이유였나 생각해 보면 그것은 아마도 나의 결핍에서 오는 억울함 같은 것이 아니었겠나 집작 되어진다. 나의 결핍을 스스로 파헤치고 빠지면서 건드렸다. 부푼 풍선에 작은 바늘구멍을 내 방향성 없이 내 날아가는 모양새처럼.

스스로를 바라보려, 진정시키려고 기계적으로 성경 어플을 펼쳐 읽은 구절이

‘내가 이것을 너희에게 말한 것은, 너희가 내 안에서 평화를 얻게 하려는 것이다. 너희는 세상에서 환난을 당할 것이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이다.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2020.4.30.

날이 덥겠다 싶을 만큼 온도가 올라갔다. 맞은편 나무의 잎들이 제법 푸르러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더디다 느꼈던 새순들이 금세, 보란 듯이. 노란 햇빛까지 더해져서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벌써 4월의 끝날. 5월이 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겠으나 푸르른 계절의 달이니 새로운 기분이 가져졌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해 본다.

요즘 다시 유튜브를 통해 유시민, 김영하 의 강의와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찾아본다. 꽃보다 누나도 보이는 대로 들여다본다. 그들이 말하는 삶의 태도나 이야기, 살았던 삶의 방식들을 들으며 위로를 받고 내가 염두해야 할 것들을 가늠해본다. 일요일 스스로 통제되지 않았던 순간들이 복기되면서 더, 더더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러기 위한 삶의 태도나 방식들을 정비하고 싶은 욕망이 자꾸 생기는 것 같다. 스스로가 결정을 해야 하지만 나보다 더 확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작가의 이전글단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