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이렇다 할,

2022.6.8

by sepH

안녕 고양이야

우리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거지?

사료 줄 때 예전에는 엄청 놀라 도망가더니 이제는 한참 바라보다 슬쩍 마치 자리를 부러 비켜주듯이 슬쩍. 실외기 위로 올라가서 내가 밥 주는 거 지켜보잖아.

내가 너를 만지거나 안아주는 일은 없겠지만 그렇게 우리가 서로를 무서워하지 않고 지낼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아. 난

나 좀 취했는데. 약간 어지럽고 눈이 다 떠지지가 않아. 그리고 턱이 간지럽고 기분이 약간 좋기도 슬프기도 외롭기도 하고 그렇다. 괜찮은 거야 이 정도면. 참 오랜만에 느끼는 취기다.

외롭다는 게 이런 거지?

아마 나는 평생 이 느낌으로 살아야 할지 몰라.

강에 뿌려달라고 했던 경자 쌤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죽기 전에 무섭다고 말씀하셨다는데 그게 뭘까?

난 무섭지 않을 것 같아. 죽는 거. 나쁘지도 않을 것 같아. 할머니한테 물어볼걸. 몸이 점점 쇠약해지고 스스로의 몸이 내 몸 같지 않고 컨트롤되지 않을 때 죽음이 가까워 왔다 느껴지는지. 그게 무서운지.. 좀 알아줄걸. 할머니의 마음을 좀 헤아려 볼 걸 마치 당연한 걸 기다리듯이 아무렇지 않게 상상했던 순간들을 지금은 너무 후회해. 할머니가 할머니 방으로 건너갈 때의 그 외로움은 어떤 것이었을까? 그걸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너무 아프다.

예전에 민영 언니가 나중에 나이 들면 멀리 딴 나라로 여행 가서 죽어 버리고 싶다고 했던 말을 가끔 생각해. 그때는 그 말이 오버 같았는데. 그게 현실 가능한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거든,

자꾸 나이가 들고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변함없는 이 상태가 어느 날 문득, 까마득하더라고. 나는 무엇을 하고 있나 무력하고 부끄럽고 싫더라고. 그렇게 생각한 것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려고 하는데 술 때문이겠지 뭐.

202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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