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섬사람>

by 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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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부는 어느 날.

어떻게 이 섬에 갇히게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이제 와 고백하는 사람이 있다.

기억나지 않는 어느 시점부터 차츰차츰 그가 밟고 있었던 땅에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낮은 곳부터 잠기나 싶더니 물을 피해 올라간 높은 곳이 동그란 섬이 되어 사람은 고립이 되었다. 그것이 나쁘지 않다고 여기던 날과 그것이 외롭다고 여기던 날들이 뒤엉켜 여러 날을 혼자서 작은 섬에 살았다. 섬을 벗어날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어느 날부터 더러 찾아오는 사람들로 인해 굳이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자발적으로 머물러 있는 사람은 피할 곳 없는 그 동그란 땅에서 불규칙적으로 찾아오는 모든 사람을 만나야 했지만 홀로 있던 사람은 느닷없는 방문자들이 더러 성가시게도 느껴지나 대부분은 반가움으로 시작하는 기쁨이 있어 괜찮다 생각했다. 기쁨이었던 사람들은 스스로가 만족할 만큼의 시간을 보내고 떠났다. 언제 다시 돌아올지는 예정하지 않고. 점점 그런 만남에 섬사람은 지쳐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작은 섬은 숨을 곳이 없었다. 그러다 그 불규칙적인 만남이 아무도 오지 않는 시기에 접어들었고. 문득문득 찾아오는 외로움에 찾아오던 사람들 중 친구라 여겼던 사람들에게 만나고 싶다 신호를 보냈으나 답을 받을 수 없었다. 어렵게 구해둔 배를 타고 그들을 찾아도 갔으나 만날 수 없었다. 사람들은 너무 넓은 곳에 살아 찾을 수도 없었고 찾았다 하더라고 시간을 내 섬사람을 만나기에는 모두 너무 바빴다. 다시 작고 동그란 섬으로 돌아가는 길이 참으로 외로웠으나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여겼다. 작아도 혼자여도 괜찮은 섬에서 자기만의 삶을 살았다. 그것이 최선인 양. 원래 그런 것인 양.

시간은 꼬박꼬박 흐르고, 그런 시간 중에 사람들은 자기들이 원할 때 헤매지 않고 그 섬에 찾아와 섬사람을 만나고 갔다. 언제나 그 섬사람은 거기에 있었다. 그 이후로도 섬사람은 때때로 방문자들을 찾아가 보았으나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는 시점은 사람들에게 섬사람이 필요한 시간이 아니었다는 것을 언제나 외로움을 안고 돌아오는 길에 깨닫게 되었다. 찾아오는 섬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만나야 할 때 섬을 찾아가면 그만이었기 때문이었다. 섬사람은 더 이상 섬을 벗어나는 일은 만들지 않았다. 섬에서의 시간은 길어졌고 충분히 익숙해졌다. 그러다가도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내고 있을라치면 또 누군가의 방문으로 평화의 물결이 출렁이기는 했으나 그마저도 의연하게 넘어가고 있다고 여기며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의도치 않는 관심과 허락되지 않는 만남 속에 섬사람은 점점 깎여나가기 시작했다. 동그란 섬에서 나름의 각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은 깎이고 깎여 동그란 몽돌이 되었다가 더 작은 조각돌이 되었다가 모래알이 되었다가 흔적이 없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찾아오던 사람들은 드문드문 섬 가까이 왔다가 비어있는 섬을 살피고는 발도 딛지 않고 배를 돌려 어딘가로 가버렸다. 섬사람이 왜 사라졌는지 어디로 갔는지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린 사람은 무엇이 되지 않은 채로 그 모든 것을 느끼고 보고 있었다.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린, 자기도 볼 수 없는 것이 되어 버린 아무것도 아닌 것인 채로 슬픔이 늘어났다. 동그란 섬은 더 이상 섬으로 존재하지 않았다. 물아래 가라앉아 버려 그것이 땅이었는지조차 가늠할 수 없게 깊이깊이 잠식되었고 섬사람의 흔적은 공기로 사라진 것인지 물로 섞여버린 것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섬사람의 존재를 잊고 사는 사람들은 각자의 섬사람을 만들고 또 섬사람이 되어 살고 있다. 문득 계절이 바뀌는 시점의 공기에서, 파란 물결의 흔들림에서 아무것도 아닌 무엇이 감지되는 듯 고개를 갸우뚱 거려 보지만 이내 아무것도 아닌 고로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 지나버린다.

아무것도 아닌 무엇이 공기인 듯, 바람인 듯, 구름인 듯, 비인 듯, 물인 듯, 또 빛인 듯, 수많은 사람들의 곁을 스치고 적시고 있으나 여전히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닌 아무것도 아닌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그 어떤 것과 스치는 찰나, 그 찰나 아무것도 아닌 그것이 딱 한 사람이면 되었다고 속삭여보지만 역시 아무것도 아닌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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