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계절을 닮았나봐>

내가 마을버스에서 잠드는 이유

"나를 떠나가지 말아요

나의 그대여

나를 떠나가면 안돼요

나의 그대여


겨울 향기 밀려오는 바람

그 거리에는

나만의 니가 아직 존재해

횡단보도 걸려있는

슬픈 빨간 불빛이

니 마음처럼


날 멈추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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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적인 노래.

어쩐지 익숙한 노래.

모르고 있었지만 출근길에 들려서 잠시 쉼을 얻는 이 작은 카페에서 늘 들려주던 노래인지도 몰랐다.


무의식적으로 듣기만 하던 곡이 오늘은 어떤 터치가 나로 하여금 가만히 귀기울여 듣게 했을까.


두둥 두둥 두둥 울리는 베이스 선율이 포근한 노래다.


커피 그라인딩 하는 소리 속에 묻힐 듯 묻히지 않는다.



제목은 <계절 끝>


오늘이 5월의 마지막이니 계절의 끝은 아니라고 해도 봄의 끝 정도는 되겠지.



그러고 보니 언제부터 봄이 사라진 걸까.


6월까지는 꿈 속을 걷는 듯한 느낌으로 양팔을 날개처럼 펴서 길을 걷다 보면 이는 바람에 시원한 느낌으로 날 듯한 기억이 있었는데...



아침부터 푹푹 찌는 듯한 더위에 사람들이 갈증을 느끼는 것만 같아.


적어도 감기를 앓고 있는 나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지만 말야.



프로이트를 갖다 대지 않더라도 지난 밤에 옷을 벗은 채 잠이 들어 몹시 추워진 나는 꿈 속에서 비를 흠뻑 맞은 채 돌아다녔어. 덕분에 감기에 걸렸고 지금 이곳, 카페 블렌드 13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지.



지하철에서 내려 여기까지 오는 동안 갈아탔던 마을버스가 냉방을 하지 않은 건 정말 다행이었어.


덕분에 따뜻한(?) 창가에 앉아 꾸벅 꾸벅 졸 게 된 거야. 그러다 문득 꿈을 꾸었지.


꿈 속에서는 하얀 빛깔의 눈부신 Honda 오토바이를 타는 어떤 이를 보았는데 이제 생각해 보니 어린 시절의 내 모습 같기도 했던 것 같아.



어느 때일까.


우연히 보았던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비로소 난 내가 덜컹거리는 마을버스에서 쉽게 잠든 이유를 알게 되었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시끌벅적한 마을버스에서 잠드는 이야기, 사람들은 지하철에서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마을버스에서는 나누지. 마을버스의 오래된 엔진은 어떤 때에는 금방 터져 나올 것처럼 쿵쾅쿵쾅 거리는 듯해.


그런 가운데 단잠이라니.


오랫동안 내가 갖고 있던 궁금함이었어.



그건 마치, 어린 시절의 내가 꿈을 꿀 때마다 돌아가신 아빠가 어째서 무서운 모습으로 나타나야했는지,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로, 슬픈 채로 견뎌야했는지와 같아.


그러던 어느 날, 이제는 내 나이가 아빠가 살아있던 때의 나이보다 훌쩍 많아졌을 때 소설가 한창훈씨의 <홍합>이라는 소설을 읽은 덕분에 오래된 서운함을 떨쳐낼 수 있었어. 그 뒤로 얼마쯤 지났을까. 아빠는 현실세계에서는 볼 수 없을 만큼 환한 모습으로 나를 찾아왔고 미소지었지.



이 이야기처럼 소란스러운 마을버스에서 잠들던 이유도 뜻밖에 알게 된 거야.



눈이 몇 m씩 쌓인 깊은 숲 속.


겨울이라도 다 같은 겨울이 아님을 이런 곳에서는 바로 알게 되지. 달도 뜨지 않은 깜깜한 밤에 순찰을 갈 때면 옆 사람의 심장 소리가 귀에 들릴 것만 같은 적막함에 빠져 든다고 하지.


이런 곳에서 밤을 살아가는 동물들은 인기척을 재빨리 알아차린다고 해. 아무리 숨을 죽이고 발걸음을 가볍게 해도 한참 전에 도망을 친다는 거야. 그야말로 날개짓하는 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정도로...


그런데 놀랍게도 오래된 4륜 구동의 엔진 소리를 들을 때에는 가만히 있었다는 거지.


이유야 설명할 수 없었지만 경험적으로 알게 된 사실이야.


나중에서야 일률적으로 쿵쾅거리는 엔진 소리가 안정감을 주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 거야.



이게 바로 내가 마을버스에서 쉬이 잠드는 이유야.


오늘도 출근길에도 그렇게 쉬이 잠들었고 꿈까지 꾼 거야.


그래서 평소처럼 들린 이 카페, 블렌드 13에서 흘러나오는 로코베리의 노랫말이 특별하게 들렸는지 몰라. 베이스 선율이 그것과 닮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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