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당신의 이야기

5그램입니다

춘의역이었던가?


나를 가만히 올려다 보신 할아버지께서

이제 곧 내릴테니 잠시 비켜 달라는 눈빛을 보내셨다.

그러고 보니 이분.

아까부터 나랑 무언의 사인을 주고 받고 계셨구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내려다 본 노인석의 할아버지께서 세상 그렇게 간절한 기도가 또 있을까 할 정도로 간절히 기도하고 계셨다.

깍짓손을 한 손을 한참만에야 떼신 할아버지.

적어도 80은 넘으셨을 할아버지의 기도드리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켜주셔서 감사 드린다는 기도의 내용이 마음 속 깊이 전해졌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아, 나도 열심히 살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루하루, 일분일초를 귀하게 쓰실 것만 같은 할아버지의 모습이 더욱 정감 깊었다.




내리셔야 하는 역이 얼마남지 않았는지 할아버지께서는 의자에 기대어두었던 지팡이 두 개를 잡으셨다. 이제는 두 다리만으로 서는 것은 어려울 테니 저 지팡이에 체중을 나누실 테다.

겨우 일어나셔서 자리를 잡으시니 이번에는 내 뒤에 계시던 초로의 남자가 혹시라도 넘어지지나 않을까 하여 두터운 손을 할아버지의 등허리께로 가만히 갖다 대셨다.

내내 고마운 마음이 가득한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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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주한 일상을 반복해서 겪다 보면 나는 아니라고 해도 실은 지독한 매너리즘에 빠져 있을 때가 많았고 거기에 더해 무감정인 상태가 많았다. 어쩌다 보늠 거울에 푸석해진 내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번은 저녁을 마치고 EBS 다큐멘터리를 보는 중에 '꿀벌이 평생 동안 모으는 꿀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아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질문을 받은 사람들은 저마다 500g, 300g, 100g 등 자신이 추정하는 바를 이야기했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질문을 건넸던 질문자의 대답이 참으로 뜻밖이었다.


"5그램입니다."


저렇게나 열심히 사는 꿀벌이 평생 모으는 꿀이 고작 5그램이라니.

나는 그렇게 말하며 슬픈 미소를 짓는 그의 모습에 그날도 분주했던 내 모습이 오버랩되어 감정이 격해졌다. 거기에 하루 하루를 열심히 사는 이들에게 평생 남는 거라곤 5그램 만큼의 벌꿀이라면 얼마나 서글픈 일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지만 사실 그게 쉬운 일일까?

문득 내 평생에 남겨 둘 수 있는 게 5그램 만큼의 벌꿀 정도라면 어떤 마음이 들까? 몹시 서글퍼졌다.


아니, 아닐테지.

그렇게 남기지 않을 테지.

그렇다 하더라도 그런 일로 서글퍼하진 않을 테다.

그런 때라면 아까의 할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릴 테다.

간절히 기도하는, 오늘도 감사했노라는 모습.

말씀해 준 적 없지만 분명히 느끼할 만큼의 온화함.

그날 일을 떠올릴 테다.

나의 노년에도 그런 기도가 올려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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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정리하는 동안 장미여관의 '퇴근하겠습니다'가 흘러나와 주었는데 요즘의 내 심정을 대신 말해 준 것만 같아 후련하다. 얼마쯤은 누군가의 등 뒤에 기대어 있고 싶다. 그리고 들려주는 과정이야 어떠했든간에 시의적절하게 음악을 들려주는 이 카페, 블렌드13이 그래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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