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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젊은느티나무 Jun 22. 2017

혼밥 중 유쾌한 만남

집밥 같은 밥집

점심엔 근처 시골집.이라는 곳을 다녀옴.

소문난 맛집에 혼자 가서 먹는 일(혼밥)은 4명 앉는 테이블을 독차지하는 일이라 여간 겸연쩍을 때가 적지 않은데 오늘 생각나서 간만에 찾아간 이 곳 역시 그랬다.


몇 명 오셨는지 묻는 식당 주인의 말에 '혼자입니다'고 전하니 잠시 뒤를 돌아보고 나서는 좀 기다리셔야겠다며 또 미안하다며 나보다 늦게 온 세 명을 먼저 앉혔다.


그래, 그렇게 잠시 기다리고 있는데

기차 화통을 삶은 듯한 목소리로 아까부터 혼밥 중이신 손님이 "여기 앉으세요!" 하는 거였다.

내가 두리번거리니 "여기 제 앞에 앉으세요."하고는 그것도 모자라 주인 내외에 "아, 여기 손님 제 앞에요. 앉히세요." 하고는 반찬 그릇을 주섬주섬 자기 앞으로 옮겼다.


그 소리를 듣고 그냥 있어서는 안 될 노릇.

기분까지 유쾌해져서 꾸벅 인사를 하니,

이이 하는 말.


"그래야 제가 천천히 먹어도 눈치가 안 보입니다."


주방을 바라보고 '백반 주세요.'하니 아까의 쟁반 하나로 가자미 조림 땅콩 조림 열무김치 시금치나물 청포묵 두부조림(잘게 다진 쇠고기를 함께 넣음, 지금 생각하니 마파두부 같다) 콩나물 김칫국, 공기밥. 이렇게 5천원이다.

감사기도를 올리고 밥 뚜껑을 여니 쌀이 기가 막히다.

소위, 밥 하나만으로도 밥을 먹겠단 말씀.


덕분에 빨리 먹을 수 있겠다는 말에, 자주 다니시는 모양입니다. 따위의 말을 건네니 아주 오래 다녔다며 회사 내 파트너들이 다이어트 중이라 혼자 다니는 일이 꽤 많다 했다.

그러고 있는데 감자채가 빠졌다며 #햇감자 뽀얀 놈을 한 접시 더 내온다.

 


우리는 그 뒤로도 몇 마디 흥겹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속이 헛헛할 때에는 계란말이를 추가하면 아주 좋다는 둥, 음식이 짜지 않아 좋다는 둥- 앞서 식사를 마친 그가 먼저 일어나겠다며 인사를 했다. 나도 반쯤 일어서서 인사를 했다.

다시 혼밥을 온다면 그와 같은 이와 함께 마주 앉는다면 참 좋겠다.

식사 중에 주인에게 잠시 들으니 아주 오랜 단골이며 유쾌한 분이라 했다.

역쉬.


덧) 사진은 신설동 백반 맛집 영광식당에서 내온 5천원짜리 백반에 나오는 9가지 반찬 중 그 한 가지다. 정성이며 솜씨가 비슷하여 대신 올려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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