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이 없는 사람
친구를 손절한다는 것에 대해 유난한 감정이 없었다. 그냥 잘 안 맞으면, 내가 조금 상처받는 것 같다면 멀어지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로우니까. 하지만 이런 회피는 내가 배울 수 있었던 것들을 보지 못하게 했다.
물론 객관적으로 피해야 하는 친구들은 피하는 것이 이롭다. 하지만 내가 떠올리는 일들은 정말 좋은 친구였지만 손절하게 된 일들이다.
어제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에, 하필 아무도 없는 텅 빈 거리에 그 친구와 나만 우연히 마주쳤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어찌할 길 없이 눈동자를 굴려 시선을 피했다. 그 친구도 피했다. 어쩌다가 우리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원수와 같이 되었을까.
왜 멀어지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정말 좋은 친구였지만 계속해서 칭찬을 해줘야 하고 웃긴 일을 들려줘야 했다. 정신 차리고 보니 그 친구는 내가 해주는 말들이 즐거워 나를 만나는 것이 아닐까 착각하게 되었다. 사실 그런 일을 없었을 텐데 말이다. 무언가 작위적인 말들로 시간을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이 만나기 전 나를 답답하게 했다. 또 대부분의 밥을 내가 샀던 것도 부담감에 한몫했을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쌓고 쌓다가 아무렇지도 않은 기점에서 펑 터져버려 그 친구로부터 잠적해 버렸다. 사실 그 친구뿐만 아니라 나 스스로 잠적을 해버린 친구들이 꽤 많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나는 왜 가장 즐겁다는 친구 만나기에 부담감을 한 아름 가졌을까. 나는 왜 혼자가 제일 편할까. 어제 우연히 마주한 불편한 상황을 계기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문제는 내 진심을 꺼내어 사람을 대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이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아버렸다.
생각해 보면 나는 그렇게 남을 칭찬하고 눈치를 보는 스타일이 아니다. 가장 가까운 가족들과의 내 모습과 친구들이나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내 모습은 정 반대다. 가족들과의 내 모습은 시크하고 거침이 없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는 애교도 많고 칭찬을 많이 하고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한다.
이러한 표면적인 모습을 떠나서 본질은 진심을 내 보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지 않고 그 사람들에게 맞춰진 모습을 가장하여 관계를 이어 왔으니 쉽게 지쳐서 끊어버리고 싶어 졌던 것이다.
이 문제는 아무래도 중고딩 시절 친구가 없이 왕따였던 기억이 크게 트라우마로 작용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친구를 어떻게든 사귀기 위해 눈치를 보고 맞춰서 듣기 좋아하는 말들만 해주는 그런 친구였다 나는. 학창 시절에는 혼자가 무서웠기에 차마 손절을 할 수 없었던 것이고, 사회에서 혼자가 무섭지 않게 된 나는 거침없이 손절했던 것이다.
뻔한 이야기지만 진심이 없이 사람을 대할 때 상대방도 물론 느낄뿐더러 나 스스로가 너무 빨리 지쳐버린다. 극단적으로 손절을 해버릴 만큼.
내 마음속 이야기들을 설령 싸우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솔직하게 꺼내고 또 화해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건강한 관계로 설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사회에 나와서 나름 인기가 있었던 이유는 마음속 진심을 표현한 적은 없지만,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들만 골라 만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번 이 부분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는 것 같다. 나도 모르게 진심으로 대하게 된 것이다 그들을.
이제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들마저 스스로 지쳐 잃어버리기 전에 마음속 울려 퍼지는 이야기들을 숨기지 않고 꺼내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언제까지나 감추고 숨기며 관계를 이어갈 수는 없다.
진심은 통하고, 진심은 진심을 끌어당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