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불호에 대한 고찰
호불호가 강한 편이다. 음식도 취향도 여행도. 호불호가 너무 강해서 한 번 싫은 건 싫고, 한 번 좋은 건 좋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좋아하는 사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좋고, 싫어하는 사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싫다.
싫어하는 사람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나는 본능적으로 내가 싫어할 사람들을 아는 편이다. 사람을 처음 보면 ‘아 나랑은 조금 안 맞을 것 같은데.’라고 생각한다.
안 맞을 것 같다는 판단을 나 스스로 용인할 수 있는 범주의 사람이 아닐 때 하게 된다. 예를 들어 같이 있을 때 기가 빨리는 사람, 성격이 너무 세고 똑 부러져서 자주 상처를 입게 되는 사람, 말을 툭툭 내뱉는 사람, 융통성이 없는 사람 등이 있다.
하지만 위에 나열한 사람들은 사실 굉장히 인기가 많은 사람들이다. 같이 있을 때 기가 빨리는 사람은 특유의 활발함과 밝음으로 늘 사람들 속에 있다. 성격이 세고 똑 부러지는 사람은 그만큼 뒤끝이 없다. 그래서 오히려 다정하다. 말을 툭툭 내뱉는 사람은 유머감각이 좋다. 그리고 툭툭 내뱉는 말들에 대해 서운함을 표현하면 곧바로 진심으로 사과한다. 융통성이 없는 사람은 FM적인 모습으로 반듯하다. 그런 사람들은 대개 업무를 잘하는 사람들이고 내게도 많은 도움이 될 때가 있다.
나는 나를 기준으로, 그 사람들을 나라는 평가지에 맞춰 평가해 싫어하는 것이다. 내가 다치기 싫다는 마음에서 기인되는 것일 테다. 그래서 나는 친구가 없는 편이다.
최근에 내가 하는 업무를 인계해야 하는 새로운 경력직원이 입사했다. 처음 얼굴을 본 순간 순진해 보이는 얼굴에도 그 속에 알 수 없는 깊은 무언가에 호감이 가지 않았다. 깊은 무언가라 하면 속내를 알 수 없는 그런 것이다.
역시 너무 착하고 순진하신 분이었지만 업무를 인계하는 족족 까먹으셨다. 그리고 업무 실수를 하고 난 후에도 순진한 얼굴로 몰랐다라며 내 팔을 붙잡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느렸다. 업무가 어렵지는 않지만 몇 분 내로 빠르게 처리해야 하고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일이 많은 내 일을 하시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보였다.
사실 내 일을 전회사에서 하셨다는 이유만으로 내 일을 넘겨받고, 나는 원래 그분에게 갈 뻔했던 기피하는 업무들을 맡게 된 것에 대한 반항심도 그분을 싫어하는 마음을 갖는 것에 한 몫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표정을 풀지 못한 채 애써 무표정으로 대하는 나를 눈치채셨는지 그분도 내 눈치를 보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안쓰러운 마음에 다시 친절히 대하면 또다시 화가 날 만한 일이 벌어졌다.
나는 스스로 그분에게 벽을 치며 한숨을 쉬었다. 스트레스를 스스로 불러일으킨 채 고통스러워한 것이다. 그때 깨달은 점은 남을 미워하는 것도 생각보다 내게 큰 스트레스라는 것이다.
그런 말이 있다. 화를 내면 내 몸속에 화를 저장해야 하고, 화를 불러일으켜야 하기 때문에 내 속이 썩어 문드러진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발전을 위해 화를 내주는 사람은 나를 정말 위하는 사람이라고.
다른 맥락이지만 어쨌든 남을 미워하게 되면 그 미움이 내 속에 담겨 나를 병들게 하고, 그 사람이 있는 공간 자체도 힘들어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무의식적으로 이직을 다시 준비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이래서는 안 됐다. 나를 위해서라도 그동안 호불호를 핑계로 싫어하는 사람들을 미워해서는 안 됐다. 나의 마음 안에는 그저 사랑만이 가득 흘러넘쳐야 했고, 부여받은 오늘을 나는 즐거워하고 기뻐해야 했다.
남을 미워하는 마음은 나의 몫이 아니었다.
사랑으로 살아보기로 했다. 분노를 절제해 보기로 했다. 지치지 않는 사랑, 모든 것을 용인하는 사랑, 남을 돕고자 하는 사랑을 마음 안에 품어보려 한다.
순전히 나를 위해서. 남을 판단하고 구별하게 되면 나는 그들을 피해야 하고, 부딪힐 때마다 힘들어해야 하니까. 그런 것이 주는 스트레스는 나를 도망치게만 하니까. 그래서 나는 나를 위해서 남을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