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에서 빠져나오기
하늘이 붉었다. 타오르듯 붉지 않고 저미듯 붉었다. 저며 들고 스며드는 아침 태양의 빛이었다. 스며드는 빛은 길도, 건물도 붉게 물들었다. 그리고 고통을 잊기 위해 다른 종류의 고통에 참여하는 나도 붉게 물들었다.
달리고 기도했다. 가슴 저린 붉은빛 하늘은 내게 주시는 응답처럼 느껴졌다. 정신이 벌겋게 허물어졌다. 온 세상이 붉은 그 기운으로 피어오르는 와중에 그 속을 달렸다. 불현듯 계속 나약하여 정신을 사로잡지 못하면 놓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여운 속에서 달려 나갔다.
곧 붉은빛이 가셨다. 파란색 하늘이 보이기 시작하자 명치의 고통도 가셨다. 다만 쥐어짜는 고통이 아니라 쓰라린 고통이었지만, 상처가 아물어가고 있다는 증거였다.
명치의 고통이 발작을 하노라면 가슴속 응어리가 터질 것 같이 팽창해 온다. 팽창해서 갈 곳 없어진 눈물들이 쉴 새 없이 흘러나온다. 눈물은 스며 나오기도 하며 짜 나오기도 한다.
스며 나오는 눈물은 떨어지며 얼굴의 겉껍질을 벗겨낸다. 이내 드러난 속살이 시원해진다. 나의 고통을 마주 보는 후련함이다.
눈물에 통곡이 더해지면 가슴속 응어리가 저릿하게 반응하며 눈물이 짜 나온다. 무겁게 밀려내려 오는 눈물은 뜨겁다. 대개 짙은 후회 등의 복합적인 감정이 섞여있다. 그래서 그 딱딱한 감정은 녹아내려 켜켜이 서로 밀착하여지고 붙어 다시 딱딱하게 굳어지길 반복한다.
우울감의 속성에는 만족감이 있다. 우울에 빠진 자신의 모습이 사뭇 마음에 들어 우울감에서 빠져나오려는 마음의 결단을 깡그리 무시한다. 짙은 어둠을 접하기 시작하면 점점 더 어둠 속에 있으려 하는 우울 분자들의 속성이다. 그렇기에 우울감을 유지하려 더욱 우울할 것들을 찾게끔 되어 버린다.
다시금 데미안을 떠올린다. 깨어 나오는, 박차고 나오는 한 방이 필요해진다. 답은 자각에 있다. 우울감 속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밖에서 우울감 속에 잠식된 나를 자각해야 한다. 깨어진 우울감의 알을 지긋이 바라보다 미련 없이 뒤를 돌아야 한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할수록 다른 일들에 집중할수록 얼른 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우울감의 알 속에서 심연의 안식을 취하고 싶다는 열망이 피어오르게 된다.
그렇기에 충분한 고독뒤에 강력한 한 방의 자각으로 박차고 나와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