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2.19.목
최근 인간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곧 27세가 되니 슬슬 인간관계를 정리할 시기인 것 같기도 하고, 그러한 생각을 할 일도 있었다. 인간관계란 무엇일까? 인간관계는 일단 가족, 직장동료, 친구, 기타로 나뉜다.
일단 나는 친구가 1명도 없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친구를 만드는 것에 꽤나 어려움을 겪었다. 잦은 전학 탓도 있겠지만 숫기가 없고 친구들에게 무조건적으로 맞추려는 성향 때문 인 것 같다. 이러한 내 모습이 친구들에게는 진실성 없는 모습으로 비쳤을 것 같다.
그래서 고등학교 친구 1명과만 올해까지 계속 만남을 이어왔는데 이조차 부질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만날 때마다 친구를 웃겨주기 위해 노력하고, 시간과 돈을 억지로 쓰는 나를 발견한 것이다. 물론 하나뿐인 고마운 친구지만 정리했다. 만나기가 싫어서 매일 약속을 미루고 핑계를 만들고 있는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사실 친구가 아니었던 것일 수도 있다.
20살에 취업해서 직장동료들이 사실상 내 친구들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실제로도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 함께 여행도 다니고 집에도 초대하며 친밀하게 지냈다. 하지만 직장동료는 같은 회사를 다니지 않거나, 자주 만나지 않으면 멀어진다. 그래서 매해마다 친한 무리가 바뀐다는 특성이 있다.
직장동료들과 어울리면서 특히 인간관계를 다이어트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과 만나는 걸 좋아해서 무분별하게 모임을 만들었다가, 벅찬 만남에 치여서 괴로워하는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 일어난 사건 때문에 더더욱 그런 생각을 했다.
최근 매일 단톡방을 파서 연락을 하고 자주 점심, 저녁을 가지며 친밀하게 지내는 무리가 있었는데 그 무리의 이름은 ‘가족’이었다. 그런데 동료는 가족이 될 수 없는 것이었을까? 아니면 너무 편해지면 선을 넘게 되는 것일까? 상부상조하며 단란하게 잘 지내왔지만 대화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 무리에서 나는 조금 허당인 모습으로 즐거움을 주는 포지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포지션 정의가 맞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내 모습을 가볍게 놀리다가 점점 나에 대한 언행이 과감해지는 것을 느꼈다. 물론 그것을 웃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넘긴 나의 잘못이 크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았을 작은 서글픔이 쌓여서 그만 팡 분출되고 만 것이다.
‘지장 있다’, ‘꼬였다’, ‘모자라다’라는 말을 별명처럼 들었었는데 웃어넘길 수 있는 우리만의 은어 같은 것이어서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실제로 그 말이 맞기도 했고. 장난처럼 놀리는 말이라는 걸 알아서 괜찮았다. 이따금씩 제삼자가 왜 너에게 말을 심하게 하냐고 물어봐도 별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에 내가 ‘나가 죽어야지’라고 장난스레 말했던 말에 ‘나가 죽어라~’라고 말하는 순간 선을 조금 넘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다음 날도 내가 말한 이야기를 듣고 ‘네가 꼬였다’고 단정 짓길래 자세한 상황설명을 하려는데 말하는 중간에 다시 ‘네가 꼬였다’라고 했다. 들으려고 하지도 않고 비난하니 대화할 의지가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아, 응’이라고 했더니 ‘문창과라 단어에 예민한가 봐’, ‘왜 갑자기 저러는 거야?’라고 자기들끼리 말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나만의 선이 딱 끊어진 것 같다.
그래서 “상황 설명하려고 하는데도 계속 그냥 내가 꼬였다는데 무슨 말을 더 해야 해?”라고 말하고 대화에 그날 참여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다음 날인 오늘도 매일 같이 만들던 단톡방을 만들지 않았다.
내 잘못도 분명히 있었겠지만, 설명 없이 혼자 조용히 대화하지 않은 것 또한 잘못이지만 더 이상 얽히기 싫었다. 나를 상처 입히는 말에 아무렇지 않아 하면서 시간과 애정을 쏟아 이 관계를 유지하고 싶지 않아 졌다. 물론 그러한 것 이외에는 정말 서로 잘해줬던 모임이지만 한 가지에 풍비박산 나는 것을 보고 인간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인간관계는 적당한 거리감이 필요하고 인간관계는 서로 맞지 않는다면 정리할 필요가 있다. 억지로 이어갈 필요는 없다. 인간관계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