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적 기억으로 이루어진 진주 목걸이
시적 우연을 찾아 헤매어 하루에 무게와 가치를 부여하지 않으면 내 인생은 먼지처럼 날아가버리지 않을까. 인생이 잘 꿰어진 진주 목걸이라면 하루하루를 진주알로 만들어야 목걸이가 완성되지 않을까.
역사란 개인의 삶만큼이나 가벼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
깃털처럼 가벼운, 바람에 날리는 먼지처럼 가벼운,
내일이면 사라질 그 무엇처럼 가벼운 것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하루하루를 알이 꽉 차고 뽀얀 진주알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루에 성취감을 부여해야 할까. 즐거운 에피소드를 만들어야 할까. 열심히 해야 할 일을 하면 되는 것일까. 아니면 직관적으로 돈을 열심히 벌면 되는 것일까. 그 답을 찾았다.
뇌 속에는 시적 기억이라 일컬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지대가 존재해서
우리를 매료하고, 감동시키고,
우리의 삶에 아름다움을 주는 것이
기록되는 모양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쿤데라
시적 기억들이 우리의 뇌 속에 자리 잡아 기록된다면 알알이 얽힐 인생이라는 목걸이의 진주알들은 시적 기억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시적 기억은 다름 아닌 나의 매료됨과 감동, 그리고 삶을 아름답게 하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어제 하루를 떠올려 본다. 내가 무언가에 매료된 적이 있었던가. 매료된다는 것은 어떤 것에 몹시 끌려 마음을 사로잡히는 것을 말한다. 지난 삶동안 내가 몹시 끌려 마음을 사로잡혔던 적은 무언가를 사고 싶을 때였다. 무언가를 사고 싶을 때 말고 몹시 끌려 마음을 사로잡힐만한 것들이 뭐가 있을까?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무언가를 사고 싶을 때만 매료됐던 것은 내가 주로 무언가를 살만한 장소에 자주 놓여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핸드폰 웹서핑으로 마주할 수 있는 광고 등의 미디어다. 그렇다면 그 외의 환경에서 내가 매료되기 위해서는 어떤 것에 집중해야 할까. 주위를 바라보아야 한다. 핸드폰에서 시선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고 주위의 풀들을 바라보고 땅을 바라보아야 한다. 주의의 것들에 애정 어린 시선을 주어야만 매료될 것들을 찾아 매료될 수 있다. 나뭇잎에 부서 쪼개지는 햇살에 매료되어 멍하니 바라보는, 청량한 공기에 매료되어 가만히 숨을 들이켜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하루 중 감동을 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찾은 답은 긍정적 해석이다. 어떠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긍정적 해석을 마치고 나면 감동적인 순간이 찾아온다. 어제의 일 속에서 찾아보자면 밥을 먹으려고 하는데 예쁘게 잘린 파프리카 위에 쌈장이 뿌려져 있는 것을 보고 파인다이닝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냥 옆에 덜어 놓아도 되는 쌈장을 무려 예쁘게 장식한 것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니 차려준 이의 마음이 느껴져서 감동의 순간이 찾아왔다. 이 순간은 계속해서 기억이 날 것 같다.
또 어제 너무 피곤한 나머지 점심을 간단히 먹고 자리에 들어가서 쉬고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산책을 하게 됐다.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은 탓에 짜증이 날 수도 있었지만 바람이 솔솔 부는 가운데 그늘 속에 앉아서 대화를 나누는데 오랜만에 많이 들떴다. 괜히 내기 따위를 하며 즐거운 에피소드들도 만들었다. 적당히 사람을 만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면서 이 또한 하나의 감동이었던 것 같다.
인간은 가장 깊은 절망의 순간에서조차
무심결에 아름다움의 법칙에 따라
자신의 삶을 작곡한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나의 삶을 아름다움의 법칙에 따라 작곡해나가고 싶다. 삶을 아름답게 하는 것들로 편곡해나가고 싶다. 나의 삶을 아름답게 하는 것에는 나의 주관적인 매료됨과 감동도 중요하지만 객관적인 요소가 필요하다. 나는 나의 만족으로만 살아갈 수 없다. 다시 말해 선한 행위를 쌓아나가고 싶다. 나의 선한 행위에서 비롯될 객관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만족감 또한 시적 기억으로서 기록될 것이다. 직관적으로 남을 돕는 것도 포함되겠지만 범위를 넓혀 생각해보려 한다. 내가 손해 보는 것에 심히 개의치 않고, 내가 조금 더 힘든 것에 심려하지 않고, 내가 조금 참는 것을 즐겨해보려 한다. 이러한 행위에 대한 만족감은 뽀얗고 속이 꽉 찬 진주알이 될 것이다.
시적 기억들로 하루에 무게와 가치를 부여해 소중한 진주알로 만들자. 그리고 먼지처럼 속절없이 날아갈 인생을 하나의 진주 목걸이로 만들어보자. 이 생을 떠나가기 전 만들어진 진주목걸이를 보며 참 잘 살았구나 웃음 지을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