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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이라는 삶에의 충동

리프레시 ep.1 에필로그_젊음이라는 삶에의 충동

by 황태

회사에 일주일의 리프레시 휴가를 냈다. 도망친 곳에 천국은 없다고들 하는데, 도망친건 아니라고 자위해 본다. 다만 온전한 고독 속에 있고 싶었다. 고독 속에 자리잡고 있을 때 나에게 어떠한 변화가 나타나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현실에서 떠나 아무것도 하지 않아 보기로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기라니, 정말 시간이 아깝지만 젊음의 패기에 숨어서 과감하게 실현해보았다.


젊음의 특징은 아마도
손쉬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그 천부의 자질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젊음이란 무엇보다
먼저 거의 낭비에 가까울 정도로
성급한 삶에의 충동이다.

결혼 여름, 알베르 카뮈


휴가를 내고 마주한 현실에 적응하는 것은 생각보다 떨떠름했다.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할지 아무런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저 계획 없는 시간만이 고독한 공간 속에 남아있었다.


그래서 실제로 휴가의 초반은 아무런 생산성 없는 행위들로 헛되이 흘려보내기도 했고, 날을 잡고 대청소를 하기도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다. 고민을 한다는 것이 조금 모순적이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평소에 하던 것들 대신 하고 싶었던 것들에 매몰되어 보기로 했다. 평소에 하던 것들이란 핸드폰, 유튜브 등이랄까. 디지털 디톡스를 과감히 시행해보기로 했다.


어떤 위대한 행동, 위대한 작품,남성다운 사색이
옛날에는 사막이나 수도원의 고독을 필요로 했었다.
사람들은 그런 곳에서 정신을 가다듬으며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정신을 외면한 아름다움 속에
오래도록 자리잡아버린 저 공허한 대도시
이상으로 그런 마음의 준비에 더 알맞는 곳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결혼여름, 알베르 카뮈



그리고 하고 싶었던 것들은 디지털 외의 것들에 매몰되는 것이다. 책 속에만 파묻혀있어 보기, 쓸데없는 생각들에 대해 긴 시간 생각해 보기(예를 들어 달의 향기가 조각조각 흩날렸다는 구절에 대해 왜 이런 표현을 썼는지 이유를 상상해 보는 것 등이다.), 머리에 담겨있는 생각들을 쉴 새 없이 글로 쏟아내 보기, 길거리의 풀 꽃이나 하늘의 흘러가는 구름의 모양새를 보고 멍 때려보기 등이다.


이 모든 것들은 세상의 관점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속할 만큼 무용하고 생산성이 없으며 비전이 없고 시간이 아까운 행위들이지만 뭐 어떤가. 나는 그러한 시간들을 오로지 홀로 경험해 보기 위해 젊음의 패기만을 가지고 시간을 버리기로 작정했는데. 온전한 고독 속에서 드디어 시작하는 나의 리프레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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