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 이과장, 하이 이사장!(13)

12년간 일했던 공기업 과장 탈출, 이사장의 사업 일기...ing

by 봉봉

13. 코로나의 끝, 나는 놀이터 앞 작은 베이커리카페 주인이 되었다.


3년 전 이맘때를 떠올려 본다.

세상은 여전히 마스크 너머로 서로의 표정을 짐작해야 했고, 긴 터널 같던 코로나19의 끝자락은 보일 듯 말 듯 우리를 애태우던 시기였다. 누군가는 새로운 시작을 꿈꾸기엔 너무 위험한 때라고 말했지만, 나는 그때 나의 첫 번째 서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나의 첫 매장은 20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었다. 번화가의 화려한 불빛과는 거리가 먼, 초등학교 근처 작은 골목 안쪽.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이정표가 되어주는 놀이터 바로 맞은편에 자리한 소박한 곳이었다.


그곳엔 앞선 주인의 고단한 시간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코로나가 덮치기 전까지만 해도 손님들로 북적였다던 그 카페는, 팬데믹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정면으로 맞으며 동력을 잃어갔다. 내가 처음 마주한 카페 사장님의 얼굴엔 미련보다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정성스레 가꾼 인테리어가 무색하게도, 주인을 잃어가는 공간은 어딘지 모르게 쓸쓸해 보였다. 나는 그분이 견뎌온 시간과,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내놓은 그 간절한 자리를 보증금과 함께 넘겨받았다.


상권으로 치자면 ‘좋은 자리’는 아니었다. 지나가다 들를 수 있는 손님을 기대하기 힘든 외진 골목. 하지만 나는 그 조용한 골목이 좋았다. 깔끔하게 정리된 매장에 나의 온기를 채워 넣고, 오븐에서 고소한 빵 냄새가 풍기기 시작하면 무언가 달라질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드디어 오픈 당일. 설렘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과연 이 외진 곳까지 사람들이 찾아올까?’라는 의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지만 문을 열기도 전, 나는 내 눈을 의심해야 했다.


가게 앞 아침 공기를 뚫고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이른바 ‘오픈런’이었다. 유명 브랜드도, 화려한 마케팅을 한 곳도 아닌 이 작은 골목 카페에 사람들이 모여든 것이다. 격리와 단절에 지칠 대로 지쳐있던 사람들은, 어쩌면 갓 구워낸 빵의 온기와 누군가 건네는 다정한 인사가 몹시도 그리웠던 것일지도 모른다.

물밀듯이 밀려드는 손님들을 맞이하며 나는 얼떨떨한 기분에 휩싸였다. ‘내가 뭐라고, 내 빵이 뭐라고 이렇게까지 기다려 주시는 걸까.’


상상조차 못 했던 광경에 손은 바빠졌지만 심장은 기분 좋게 요동쳤다. 전 주인의 아픔이 머물던 자리가 다시 사람들의 활기로 채워지는 순간,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자영업자 모두가 힘들었던 그 모진 계절을 지나, 우리 모두는 각자의 방식으로 봄을 기다려왔음을.


그 날, 놀이터 앞 작은 카페에서 나는 단순히 빵을 판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지친 하루에 끼어들 작은 기쁨을, 그리고 나라는 사람의 새로운 가능성을 굽고 있었다. 신나고 설레어서 잠조차 오지 않던 그날의 공기는 3년이 지난 지금도 내 손끝에 따스한 감각으로 남아 있다.


아직도 영웅담처럼 그 때의 기분 그대로 신나게 할 수 있는 이야기.

그 이야기가 지금의 불경기에도 나를 단단히 지켜주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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