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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디자이너 May 06. 2024

영어도 중국어도 안 되는 제가 상하이에서 취직했습니다.

나만의 무기가 필요한 이유!


중국어 어학연수를 끝내고 일자리를 찾아보았다. 주위에 물어봐서 이력서를 넣기도 하고 중국 구직 사이트를 뒤져서 넣기도 했다. 7월까지 학생 비자가 유효했다.

앗.. 여름엔 새 직원을 뽑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 3개월 안에 취직 못 하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자. 그 이상은 버틸 돈이 없다...' 비장한 각오로 3개월 여행비자를 받아서 상하이로 다시 들어왔다.

2개월 동안은 진전이 없었다. 하염없이 시간만 흐르고 있었다. 마지막 한 달이 남은 시점에서 하늘이 내 마음을 알아준 것일까?

한국회사 한 곳에서 인터뷰를 보고 싶다고 했다. 인터뷰 이틀 전에 대만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바로 인터뷰 날짜를 잡았다.

인터뷰를 하고 바로 사장님이 나를 채용하고 싶다고 했다. 작은 디자인 회사여서 진행속도가 빨랐다.

이번에 안되면 미련 없이 한국으로 가려고 했었는데, 그래서일까? 나는 더 대담하게 대답하고 질문했다. 바로 한국 회사에 전화했다.

'인터뷰는 못 할 것 같아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그때 다시 만나요.' 나에게도 이런 말을 하는 날도 오는구나.


이렇게 시작된 외국회사에서의 첫 직장생활!


손발 열심히 써가면서 중국어와 영어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문득 궁금해졌다. 대만 사장님은 왜 영어도 중국어도 못 하는 나를 채용했을까?


나는  한국에서 인테리어디자인을 전공했다. 학교에서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많이 했었는데, 그게 너무 좋았다. 새로운 실험들은 공간에 시를 입혀주는 것 같았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을 하고 일을 할 때, 뭔가가 빠진 것만 같아서 주말마다 콘셉트 잡아서 방 꾸미는 일을 1년 정도 했다.

상하이로 이주한 뒤로도 2년 정도 더 했었다.


그 프로젝트에 Room Project라고 이름을 붙였다.

콘크리트라는 하나의 재료가 얼마나 다양하게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처럼

나도 일상에서 내가 보고 느낀 것들을 방이라는 '제한'적인 공간에서 다양하게 표현해내고 싶었다.

방에서 일어나는 일. 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

매주의 방을 사진으로 출력하고, 아이디어를 쓴 공책을 책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여러 회사에 보냈다. 물론 인터뷰할 때도 늘 가지고 다녔다.


대만 사장님은 그 책을 보고 내가 아이디어가 많을 것 같았다고 했다.

사장님은 그 당시 내가 할 수 있던 것이 아닌 나의 가능성에 기회를 준 것이다.

이 책으로 취직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은 있지만 그것이 현실로 이루어질 줄은 몰랐다.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한번 더 한번 더 해보자. 이런 마음으로 무엇이라도 하고 싶던 때.

Room Project 노트를 외국 친구들에게 보여줬을 때, 다들 너무 재밌다고, 이건 뭐냐 저건 왜 이렇게 했냐. 많이들 궁금해했었다.

이런 소소한 말들 덕분에 신나게 할 수 있었다.



다른 것들과 함께 있을 때 비로소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의 생각이 다른다는 것이 오히려 장점이 되는 경험을 했다.


나만의 무기는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작은 것에서 작은 실천으로 모인 것들이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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