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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디자이너 May 1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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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것이 좋아


대만 회사에는 나와 동갑내기인 P와 세 살 많은 C가 있었다. 동갑내기인 P는 브라질 사람이었고 C는 프랑스 사람이었다. P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결혼했다. 남편이 주재원으로 발령이 나면서 상하이로 오게 되었다. C는 건축을 공부하고 인테리어로 전향한 케이스인데, 건축붐이 일던 시기에 상하이로 왔다.  우리 셋은 제법 잘 어울렸다. 나이도 비슷하고 회사에 외국인은 우리 세명이어서 동질감 같은 것도 우리가 친해질 수 있는 요인이었다.


진짜 상하이 삶이 시작될 때 그녀들과 함께했다. 예전 한국 사장님과 마시는 와인과 외국인 동료들과 마시는 와인은 또 다른 맛이었다. 금요일 저녁은 늘 재밌었다. 서로의 친구들을 소개해주고 클럽을 가고 새로 생긴 레스토랑에 갔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학연, 지연 없이 친해지는 관계가 만들어지면서 본연의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게 좋았다. 공부 못하는 콤플렉스 속에서 살아오던 나에게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 것이다.

지금도 이 다양함이 공존하는 생활을 좋아한다. 다양한 생각 속에서 내가 모르던 것을 보고 배우게 된다. 내 생각이, 나의 생활방식은 틀린 것이 아닌 다른 것이다.


참기름은 밥을 비빌 때 쓰는 거라고만 생각했었는데, 프랑스 동료가 샐러드에 드레싱으로 쓰는 것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다.

샐러드로 먹는 참기름의 맛을 이때 알았다.

프랑스 동료가 발견한 특이한 음식 문화도 있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내가 ‘이거 건강에 엄청 좋아’라고 말하면서 먹는다는 것.

버섯 요리를 먹으면서 이 버섯의 식감이나 맛보다는  버섯이 주는 ‘건강’에 이로운 점을 기준으로 음식을 평가하고 있었다.

그녀의 작은 발견에 나도 놀랬다. 내가 음식을 이렇게 바라보는구나. 왜 건강한 음식이 맛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했을까? 그건 아마도 어렸을 적부터 엄마가 ‘이거 몸에 좋아. 먹어봐’라는 말을 많이 해서 그런 것 같다. 좋은 맛 = 몸에 좋은 것이라는 공식 안에서 살아온 것이다.


다른 점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얻었고 많은 에피소드를 가지게 되었다. 그 이야기들이 나의 삶을 조금씩 빛나게 해 주게 되었다. 다르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고 인정하는 것도 하나의 기술이다. 사람들이 보지 않는 혹은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다. 이 보배 같은 눈으로 열심히 세상을 바라보고 드로잉을 하고 글을 쓰는 디자이너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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