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난 인연을 붙잡을 필요는 없다.
이직을 생각할 때는 다 이유가 있다. 이 회사에서 더 이상의 성장이 어렵다고 느껴질 때, 혹은 인간관에 문제가 있을 때.
나는 둘 다였다. 이 회사가 안전지대가 되어버렸고, 이유 없이 화내는 보스를 내가 감당할 이유가 없었다.
상하이에서의 첫 번째 회사를 떠나고 한국행을 택했었다. 2년 뒤 다시 상하이로 돌아오고 싶을 때 대만 보스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다시 같이 일해보자!
새로 일을 구하고 새 동료들과 손발들 맞추는 건 생각보다 힘들고 귀찮은 일이다. 그런 프로세스 없이 상하이에서 다시 일할 수 있다면 예전 회사로 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했었다. 그 회사에서 중국어도 많이 늘었고, 많이 배운 건 사실이니까.
인생은 참 신기하다. 같은 공간에서 커피를 마셔도 그날 마셨던 커피와 오늘 마신 커피는 다른 맛이 난다. 회사도 똑같다. 같은 회사, 같은 동료임에도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회사는 더 이상 같은 곳이 아니었다.
1도의 작은 각도가 100미터를 이어나가면 다른 곳에 도착해 있다. 별거 아닐 것 같던 작은 각도는 내게 크게 다가왔다.
표면상으로는 여전히 같은 회사였지만 뭔가가 빠진 느낌이었다. 재미가 없어졌다. 물론 모든 프로젝트는 새로운 도전이 동반된다. 그럼에도 신선함이 사라졌다. 기계처럼 느껴지는 일들뿐.
힘든 일을 피하고자 옛날 회사로 돌아왔지만 돌아오는 건 무료함뿐이었다. 힘들었어도 새로 일을 구하고 새로운 회사에 적응해야 했어야 했다.
2년을 더 일하고 나는 사표를 냈다. 혈기왕성한 30대의 나는 새로운 것에 목말라 있었다. 다시 사직서를 냈을 때의 사장님의 얼굴을 잊을 수 없다. 화가 난 얼굴. 배신자를 보는 얼굴.
끝난 인연을 다시 붙잡아도 다시 끊어진 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떠나간 사람은 잡지 않아야 하고 사직서를 낸 회사에 다시 이력서를 넣으면 안 된다. 그 시절 함께했던 웃음과 눈물로 그것을 기억하기에는 충분하다. 아쉽다고 다시 붙잡는 순간 그때의 아름다웠던 추억도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