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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디자이너 May 17. 2024

신혼부부가 생이별을 당했다

나에게 맞는 시간은 따로 있다.

2020년 1월 프랑스에서 혼인신고를 하고 엄마의 무릎수술과 잠시 휴식이라는 명분으로 한국으로 귀국했다. 남편은 상하이로 돌아갔다. 그해 3월에 중국이 국경문을 닫았다. 나의 워킹 비자는 이미 취소되었고, 다시 상하이로 돌아갈 방법이 없었다.


생각지도 못한 생이별.


나는 한국에서 잘 지내는 듯했다. 엄마의 무릎수술을 내가 간병했고, HSK5급에 도전했다. 색채 공부도 시작했다.


코로나가 바꿔놓은 우리의 삶. 어디 우리뿐이겠는가.

한국에 혼자 있으면서 깨달았다. 아직 마음이 치유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길에서 유모차를 밀고 있는 엄마들을 보고 떨어지는 눈물.

친구 누구가 임신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도 모르게 흐르던 눈물.

만날 수 없었던 아기에게 미안한 마음과 누구에 대한 원망 아닌 원망스러웠던 마음들.


그때의 감정들은 그냥 슬프다, 미안하다의 감정이 아닌 것 같다. 단어로 표현하기엔 단어의 의미가 깊지 못하다.

누군가는 이미 지나간 일이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아이가 있는데도 아직 그렇게 슬프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건 나에게서 영원히 떼어내질 못할 그런 것이다. 영원히 내 마음 한구석에 존재할 그런 감정.


8개월의 생이별을 끝낼 수 있는 초청장을 받았다. 10월에 상하이로 입국했다. 그리고 11월에 취업에 성공했고, 2월에 임신이 되었다.


일 년 전 나는 일과 아이를 잃었다. 그리고 1년 뒤 다시 얻은 일과 아기.

인생은 가끔 내가 이겨낼 수 없을 것 같은 시련을 준다. 그리고 생각하지도 못한 큰 선물을 준다.


모든 인생은
다른 스케줄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
평균이라는 것에
나를 억지로 집어넣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왜 그때가 아니고 지금일까? 그 이유를 꼭 알아야 할까? 어쩌면 이유는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단지 그 일이 일어나야 할 시간이 온 것뿐이다.


어떤 일이 일어나든 덤덤히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좋은 일도 덤덤히 속상한 일도 덤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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