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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디자이너 Jul 15. 2024

세 개의 성(性)이 모이면?

죽이 맞는 친구 세명


상하이에 있는 프랑스 가구회사에서 일을 했었다. 인테리어 팀에 Y라는 동료가 있었다. 그는 게이다. 그리고 몇 달 뒤에 K라는 새 동료가 입사했다. 그녀는 레즈비언이다.


나는 Y가 좋았다. 그에겐 남성적인, 여성적인 둘 다의 모습이 있다. 고민을 말하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그는 나의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고 쓸데없이 걱정하는 부분을 지적해 주고 좋은 부분은 부각시켜주었다. 한마디로 내 자존심 지킴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와 비슷한 성향을 지녔다. 나는 인간관계 결벽증이 있다. 좋다 싫다가 분명했다. 좋은 사람에게는 무한한 사랑을 주고, 싫은 사람은 안중에도 없는 사람. Y 역시 좋다 싫다가 분명한 사람이다. 다행히 서로가 좋은 사람 축에 속했다. 나와 성향이 같은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행운이다. 이렇다 저렇다 설명을 하지 않아도 서로 자연스레 알아듣는다. 그런 편안함이 좋았다.


K는 웃음이 많은 동료였다. 나의 어떤 농담에도 크게 웃어주었다. 그래픽 디자이너에서 인테리어를 배우기 위해서 회사 막내로 입사했다. 그녀는 새롭게 배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서른여덟에 새로운 커리어를 쌓는 그녀가 멋져 보였다. 사실 그때 나도 인테리어 설계로 전향하고 싶었지만 선 듯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녀를 보고 생각을 바꿨다. 다음 해에 인테리어 설계 디자이너로 이직했다. 그녀의 멋짐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나는 쉽사리 새 회사로 이직할 용기를 내지 못했을 것 같다.


나는 Y와 K 모두와 친했다. 그들이 어떤 성(性)을 가지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우리는 잘 맞았다. 대화를 할수록 재미있었고 즐거웠다. 내가 공통분모가 되어서 셋이 잘 어울렸다. 퇴근 후 저녁을 먹기도 하고 서로의 커밍아웃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우리가 친해진 이유는 서로가 잘 맞아서였다.

서로 다른 성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걸림돌이 되기보다는 다름을 인정할 줄 아는 멋진 친구들.

나의 인생에서 한 시절을 같이 보낸 친구들. 그 시절 이 친구들 때문에 많이 웃고 힘을 냈었다. 이제는 시간이 흘러 다른 나라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나의 친구들.



그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조금 더 빛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가끔은 그 시절에 나누었던 농담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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