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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태준 Jun 22. 2020

다이어트하다 '죽을 뻔'하고 건강식단 사업가가 됐다고?

'그래잇' 양승만 대표 인터뷰

"홍삼이나 비타민은 사실 '약'이 아니잖아요"


맞다. 그럼에도 엄청난 기능을 가진 것처럼 광고하는 것이 싫었다는 사람. 오히려 일상생활에서 제대로 된 식단을 활용하지 못해서 오는 피해가 더 크다고 생각하는 남자를 만났다. 그는 몸무게가 120kg이나 되는 '거구'였다. 급격한 다이어트를 하다가 면역장애가 와 응급실에서 사경을 헤맸다. '식단관리 = 체중감량'이라는 공식 때문에 극단적인 식단으로 건강을 망치는 사례를 막아보자고 생각했다. '그래잇' 양승만 대표님의 사업 이야기다.


1. 왜 건강한 식단관리 사업을 시작했는지. 팀의 비전과 미션 등은 어떻게 정했나?

위대한 기업의 시작은 사회적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사회 현상을 알고 해결해야 한다. 우리가 하려는 것도 단기적인 타깃이 아니다. 치고 빠지는 '한방'이 아니다. 소위 '엑싯(회사 매각)'부터 생각하는 사업을 구상하거나 그런 금전적인 미래부터 이야기하는 구성원이 있는 회사가 되지는 않기로 했다. 그렇게 '그래잇(https://greeat.co.kr/)'을 창업했다.


사실 처음부터 일상생활 속 건강한 식단관리로 시작한 것은 아니다. 개인화된 영양제 사업을 구상해서 투자제안을 받기도 했다. 이후에는 샐러드 관련 와디즈 펀딩을 해서 반응이 오기도 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집중하기로 한 것은 식단이다. 건강 관리의 핵심은 1. 적절한 운동 2. 과식과 편식 지양 3. 몸에 나쁜 건 최대한 피하기다. 특히 섭취가 가장 힘든 파트라고 생각했고, 일상생활에서 제대로 된 식단을 구현하지 못해서 오는 사회적 비용이 크다고 봤다. 

양 대표님의 예전 사진과 지금 모습 (사진=양승만 대표)

2.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마켓 프로덕트 핏이나 차별점을 찾는 과정은 어땠나?

사업 아이템이란 게 세상에 전혀 없던걸 구현하는 것은 몇 개 없다고 본다. 오히려 그런 것은 더 마켓 프로덕트 핏을 검증하기 어렵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고객이 원하는 차별점은 엄청나게 특별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특히 기술 기반 팀이 아니고 D2C라면 심플하게 어필하는 것이 좋다고 봤다. 어려운 게 아니고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는 레벨에서 승부를 보자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런드리고'의 '이불빨래 100원'이나 '토스'의 '에어팟 100원' 등 인간의 욕구를 가장 끌어오는 소구 포인트가 더 좋다고 봤다.


사실 우리가 물건을 사는 데에는 이유가 엄청 다양하다. 패키징이 예쁘거나 손편지를 넣어주는 것이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그냥 맛있어 보여서, 이뻐서, 편해서, 간단해서, 싸서 등 지갑을 여는 요소는 다양하다. 스타벅스만 해도 커피 자체가 엄청나게 특별할까? 그냥 콘센트가 있어서 좋을 수도 있고, 오래 머무를 수 있다거나 'cozy'하다는 느낌 때문일 수도 있다. 개별 고객의 셀링 포인트가 다르다는 점에서 고객 여정을 최대한 간략하게 짜고, 그 과정 속 다양한 트랩을 깔아놓고 디테일을 다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그래잇의 핵심 제품은 식단을 '각 잡고' 하는 것이 아니라 간편하게 해주는 '그래잇키트'다. 페르소나는 27세 여성 사무직. 팀의 막내 격인 분이 '언니들'이랑 나눠먹을 아이템을 찾는 것이다. 다만 가볍고 식단 관리를 하는 것이기도 하면서 가격면에서나 정기계약 같은 부담은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복지 차원에서 탕비실에 갖추는 사내 간식 B2B 비즈니스와는 모델이 좀 다르다. 그래잇키트 자체는 하나지만 내용물을 나눠 먹으면서 여러 명을 끌어들일 수 있는 미끼가 될 수 있다. 키트 하나를 정기 구독해 팀원끼리 나눌 수도 있고.

'그래잇키트'를 이렇게 구성한다 (사진=그래잇 웹사이트)

3. 팀을 구성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

단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창업 초기는 '원피스' 같다고 본다. 모험 과정에서 각자 성장하고 영역이 더 확실해지기도 하니까. 대표 본인을 포함한 지금의 3명은 각각 평생을 창업가로 살아가기로 생각한 지인들이다. 스스로를 '프로젝트 매니저'로 규정하고 스케쥴링과 커뮤니케이션 등 팀플레이 능력을 우선시했다. 지금의 '빌드업' 단계에 필요한 제너럴리스트로써 빠른 실험과 피드백 반복을 가능하게 한다는 장점이 더 컸다.


4. 창업 전에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나 조언하고 싶은 부분은?

크게 세 가지 정도다. 첫째는 너무 잘 알면 시작할 수 없다는 점. 전쟁의 어려움을 너무 잘 아는 책사는 전장으로 감히 뛰어들지 못한다. 그런 지략가는 실제 장군이 되지는 못한다. 직접 해보면서 얻고 성장하는 것도 많다. 두 번째는 스스로의 확신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외부에서는 '있어빌리티'를 위해 무언가를 자꾸 더하라는 조언도 있겠지만,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신수정 KT 부사장님의 말대로 '스타트업은 기존에 무언가를 덧붙이는 게 아니라 필요 없는 것을 제거해야 하는' 케이스니까. 마지막으로는 VOC(고객의 소리)에 집착하자는 것이다. 어떤 이유로 구매했고, 어떤 점이 좋았는지, 더 좋아질 방법은 무엇일지, 재구매하거나 주변에 알릴 의사는 있는지 등 제대로 듣는 것이 중요하다. 고객이 정답이니까.


양승만 대표님은 사실 훨씬 더 많은 통찰을 공유해주셨다. 사업모델 구상에서의 벤치마킹 힌트와 방법론, 공동 창업자의 급여와 지분에 대한 나름의 솔루션, 제너럴리스트 팀원들의 역할 배분과 커리어 목표, 팀을 결속시키는 리더십, 초기 스타트업 대표로서 VC를 대했던 경험, 창업가 개인의 단계별 성장 전략 등. 뿐만 아니라 그래잇 고객의 페르소나라던가 경쟁 모델, 중장기 목표, 궁극적 비전 등도 아낌없이 풀어주셨다. 민감한 부분도 있어 다 오픈하지는 못하지만 정말 값진 기회였다. (추후 같은 꿈을 가진 분과의 자리에서는 나눌 수 있길 바란다)


양 대표님과는 지난겨울 그러니까 2019년 12월 3월 로우로우 이의현 대표님의 아산나눔재단(AER) 브랜드마케팅 특강에서 만나 뵈었다. 당시 진중하게 질문하시는 모습을 보고 쪼르륵 달려가 B2B 사업모델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나누고는 명함을 교환했다. 6월 초 다시 연락을 드려 만나 뵙기를 요청드렸다. 많은 교류가 있는 것도 아닌데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그리고는 바쁜 일정 속 귀한 2시간을 내주셨다. 앞으로 주식회사 그래잇과 '귀인' 양승만 대표님의 도전에 성공과 성장이 함께하길 기원한다.


앞으로 더 좋은 글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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