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독서법 '린(Lean) 책 읽기'
"현대인에게 가장 비겁한 핑계는 독서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모두가 알고 있고 또 공감하는 말이다. 그렇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 이유는 다양하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포인트도 많다. 책은 '각 잡고' 읽어야 흐름이 끊기지 않다던지, 나는 전자책은 맞지 않다던지, 스마트폰의 유혹이 너무 강하다던지 등등. 나 같은 경우는 오히려 읽고 기록하고 싶은 책이 너무 많다는 점, 즉 '과욕'이 문제였다. 직접 독서할 수 있는 분량 대비 관심사는 다양하니 리스트는 쌓여만 갔다. 그 과정에서 오히려 의지가 꺾였다.
이 과정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현실 인정'이다. 목표는 확실하지만 완벽할 수는 없다는 점을 확실히 하고 들어가야 한다. 나의 경우 책을 읽으면서 1. 인사이트를 얻고 2. 그 내용을 기록하며 3. 정리해 공유하며 내 것으로 만드는 세 가지 단계를 거쳐야 만족한다.
문제는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나는 직장인이지 전업 독서가는 아니다. 그래서 모든 책을 다 읽고 저 과정을 거칠 수는 없다는 점을 스스로에게 납득시켰다. 다만 가장 중요한 핵심인 '무언가를 얻고', '그 기분을 체감하는' 일은 놓치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린(Lean) 책 읽기' 방법이다. '린 스타트업(아이디어를 빠르게 시제품으로 제조한 뒤 시장의 반응을 통해 제품을 개선하는 방식)' 같은 표현은 있지만 독서에 그런 말은 없다. 특별한 건 하나도 없는 방법이지만 있어 보이고 싶어서 방금 붙였다. 그리고 전혀 다른 분야지만 핵심이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했다.
크게 두 가지가 닮았다. 첫 번째는 실패 비용 줄이기 그리고 두 번째는 빠르게 실행하기.
방법론으로는 '태핑(Tapping-툭툭 건드리기)'과 '선택과 집중'을 썼다. 태핑은 '간 보기'다. 먼저 읽은 이들의 후기와 추천 이유, 대형 서점의 소개 내용 등을 슬쩍 보면서 실패 비용을 최대한 줄이려 했다. 다만 맹신하지는 않고, '재밌겠다'는 판단이 서면 오프라인 매장이나 도서관에 들려 책을 펴본다. 여기서도 번역투나 문체 등이 맞지 않아 집중하기 힘든 책이다 싶으면 과감히 포기한다. 그런 책은 아무리 좋다 해도 진이 빠진다.
린 스타트업 방법론에 비유하자면 시장에서 이미 검증한 가설인지 한 번 들여다보고, 우리 팀의 비즈니스 역량이나 추구하는 가치 등의 '핏(Fit)'이 맞는 사안인지 본 달까. 그 과정을 거쳐 리스트를 짠다. 시의성, 직무 연관성에 가장 우선순위를 뒀고 마지막으로 다양성(감성적 편익, 순수한 재미 등)을 고려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독서에 대한 계획을 뚜렷이 만든다. 태핑을 통해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리스트 작성을 하면서 어떤 방향성을 가졌는지도 파악했고. 이제 선택은 끝났으니 집중해 빠르게 읽고 기록을 남길 수 있다. 이 정도면 하루 한 시간 투자로 이틀에 한 권이라는 독서량을 만들 수 있다.
물론 특별한 방법은 아니고 완벽한 방법은 더더욱 아니다. 게다가 나도 이 방법조차도 100% 수행하지는 못한다. 또 태핑과 기록에 들어가는 시간도 분명 있을 테고. 그렇지만 최소한의 계획과 빠른 실행을 하는 프로세스를 만들어 적용하는 것은 재밌고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계획의 절반은 '의지'고, 나머지 절반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것은 랩탑을 덮고, 스마트폰을 뒤집어 놓고 책을 펴는 일이다. 의미 있고 행복한 독서를 응원한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그리고 나도.
스크롤 조금 더 내리셔서 오른쪽에 '구독하기' 누르시면 더 자주 만나 뵐 수 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