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게 빛나는 'Good aging' 을 논하며
'좋은 늙음'이란 게 있을까. 글쎄 잘 모르겠다. 내가 살면서 보고 들으며 겪은 모습들은 나의 주관적이 적극적으로 투영되니까. 그 관점에서는 좋다는 말도 늙는다는 말도 다분히 객관적이기 힘든 단어다. 아름다움은 더더욱 그렇다. 누구나 보기에 예쁘다? 새삼 느끼지만 어쩌면 그 '표준'의 시작부터가 잘 만들어진 편견이 아닐까. 그렇게 '정신 승리'하고 나니 조금 부담이 덜해졌다. 싸구려 진통제인지 진짜 편함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ENDING] 좋은 늙음 (EDITOR 류태준 PHOTOGRAPHY 모어페이지)
사실 에이징(aging)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노화든 늙음이든 단어 자체가 가지고 있는 느낌이 마음에 들지 않기도 했고, 시간의 흐름은 오히려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존재였다. 겉으로는 나이를 그닥 상관하지 않는 편이라며 쿨한 척을 해봐도 속으로는 항상 과하게 신경 쓰였다. 무언가를 이루지 못했다는 불안함이 엄습하기에 더 어려지고만 싶고, 지나온 시간이 가치 없는 것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아둥바둥했으니까. 어쩌면 현실 도피를 위한 피터팬 증후군에 가까운 모습이였다 싶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처음으로 '멋있게 늙은 사람'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해봤다. 인터뷰에 참여해주신 권은주 감독님과 이향란 배우님의 삶은 간접 경험만 해도 어마어마했고, 윤여정님이나 밀라논나님의 이야기도 많은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줬으니까. 그런데 대단하면서도 묘하게 거리가 있는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너무나 미약하고 하찮은 지금의 내 삶과는 다른 차원의 세계라는 느낌 때문일까. 그렇게 '좋은 노화'에 대해 나에게 직접 와닿는 버전으로 또 한 번의 각색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주변에 비슷한 삶을 사는 사람은 누굴까? 치열하게 시간을 달려왔고, 고유의 향으로, 자신답게 늙으며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고 있는 존재. 흔해빠진 클리셰지만 나에게 그런 사람이라고 하면 우리 엄마밖에 없긴 하다. 많이들 그러겠지만 어머니의 삶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내 한 몸 추스르기도 바빠서? 다른 일들이 많아서? 이유야 만들면 많겠지만 핑계라는 걸 가장 잘 안다. 그냥 이런 상황에 대한 미안함 조차도 외면해왔을 뿐이다. 아들이란 존재가 그런 건지 아님 내가 유난히 더 못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제야 떠올려보면 스물셋에 결혼해 다음 해 바로 나를 낳은 어린 부모는 그저 앞으로 전진해왔지 싶다. 세상에서 가장 큰 짐을 지고도 30년도 넘게 그렇게 묵묵히 해내왔을테다. 그 시간 속에서 최대 관심사였던 '자식'들은 분명 마음처럼 되지 않았음에도, 가슴 속에 수없이 많은 생채기를 받아냈다. 서른을 앞두고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교에 가겠다는 투정에도, 다시 몇 년을 투자해 얻은 미천한 커리어를 뒤로 하고 '도전으로 포장한 또 다른 방황'에 나서겠다는 말에도 응원을 보냈다. 걱정과 아픔 섞인 속내는 차마 내보이지 못하며.
그렇게 어머니는 별다른 흉터 없이도 힐링을 부르짖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진짜 깊은 상처를 입어왔음에도 누구보다 단단했다. 정확히는 그렇게 됐다. 누구라도 때로는 잠시 멈춰서 '나만의 이야기'를 생각해보고, 나답게 사는 게 무엇인지 고찰하기도 하며 조금은 쉬어가고 싶었을 순간이 있었을텐데도. 어쩌면 그럴 손톱 만한 여유 하나 가져오지 못한 하루하루의 마라톤과 수없이 반복되며 채워진 향기, 그리고 이러한 상황과 함께 흘러온 시간이 지금의 존경하는 '우리 엄마'를 만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며 비겁하게 응원해본다.
그가 10개월 동안 품은 첫 아들과 조우했을 때로부터 열 살은 더 많은 시점으로 향하는 길목에서야 비로소 돌아본다. 어느새 어머니는 '시니어'라는 단어와 마주치는 시점에 왔다.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진행하며 겪은 수많은 '어른'들의 이야기들과 내 가족의 그것을 번갈아 바라본다. 그 어떤 스토리보다도 멋지게 살아온, 그리고 살고 있는 영원한 소녀에게서 오늘에서야 더더욱 진한 아름다움을 느낀다. 시간은 공평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개성이 가득한 '좋은 늙음'은 있으니까. 그것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으로.
프로젝트에 함께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차영우님, 최강의 디자이너 최정현님, 인터뷰에 응해주신 권은주 감독님, 이향란 배우님, 우야다 스튜디오 그리고 적극적으로 도움 주신 권혜린 포토그래퍼님, 헤어&메이크업 채현석 실장님, 포토 어시스턴트 최희선님 마지막으로 TSP MODEL 에이전시에도 감사드립니다.
(프로젝트의 모든 아티클은 개인의 생각일 뿐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닙니다)
뷰티 스타트업 '디밀'은 "고객의 아름다움을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는 비전에 맞춰, 코스메틱 커머스에 이어 '라이프스타일'로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표현으로 옮겨낸 디밀의 첫 번째 오리지널 콘텐츠 캠페인은 'Good aging(Anti anti aging)'입니다.
차영우 에디터가 지금의 시간에 누구보다 충실하고 행복한 세 분의 인터뷰이를 만났습니다. 전 마라톤 국가대표 선수 권은주 감독님, 65세에 커리어를 시작한 배우 이향란님, 그리고 '우리 세대의 나이듦'을 그려내는 일러스트레이터 우야다님 입니다.
그리고 그 분들은 나이가 드는 것이 하나도 무섭지 않고, 오히려 내일을 기대하는 시니어의 삶에 대해 말씀 주셨어요. 앞으로 저희와 함께 뷰티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눠보실까요?
아홉 번째 아티클은 뷰티 스타트업 디밀이 어떠한 관점에서 이러한 브랜딩 활동을 시작했는지를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