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회사를 옮겼다. 언론사와 간편인증 스타트업에서 일하던 나에게는 새로운 분야다. 뷰티 MCN '디밀(DMIL)'. 쉽게 말하면 크리에이터 소속사로 광고 콘텐츠와 이커머스, 자체 브랜드 등을 하는 곳. 화장품과 뷰티 콘텐츠에 대한 조예가 깊은 것도 아니고, 내 전공과 딱 맞는 영역도 아니다. 그럼에도 '진정성'과 '가능성' 이 두 가지 때문에 입사해야겠다고 결심했다.
1. 비전
디밀은 이미 작년에만 매출을 40억원 넘게 올렸고, 20% 정도의 영업이익을 냈다. 창업자 입장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그대로 유지만 해도 큰 돈을 버는 상황이다. 그럼에도'세상에 더 큰 기여를 하는 커뮤니티를 만들겠다'며 투자를 유치해 스케일을 키우는 목표에 끌렸다.
2. 능력 존중
말로는 '실력 중시'라면서 실제로는 연차, 직급, 나이 등을 더 따지는 회사가 많다. 스타트업에서도 그렇게 '경력직의 함정'에 빠지는 케이스를 많이 봤다. 하지만 디밀은 달랐다. 팀원으로 입사해 능력을 입증하고, 1년 여만에 임원이 된 분이 계신다. 나이는 올해 서른. 그 분의 사례를 들으면서 어떤 회사인지 느낌이 왔다.
3. 핵심 가치
조직 차원에서 항상 강조하는 내용은 '이타적 이기주의'다. 내 옆의 동료를 돕는 것이 곧 나의 성공이라는 뜻이다. 그렇기에 혼자만 잘하는 사람은 살아남을 수 없는 곳이다. 무엇보다 몇 년에 걸쳐 같은 내용을 계속해서 전파하면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내재화 시키려는 대표가 있다. '일 잘하는 또라이'가 발붙일 수 없는 조직을 만들고 싶은 나에게는 매력적인 방향성이다.
4. 주도적 환경
원래 없던 팀, 없던 포지션이기에 정말이지 모든 영역에서 A부터 Z까지 만들어 갈 수 있는 상황이다. 조직 문화 구축/전파와 구성원 소통 제도 구현, 커뮤니케이션 원칙 정립, 타운홀 미팅 설계 등 내부 브랜딩부터 코어 밸류/인재상/비전/슬로건 등의 철학 정립과 채용 브랜딩, 사옥 공간 기획, 콘텐츠를 통한 PR 등 외부 커뮤니케이션까지.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손대는 순간 '나의 일'이 되는 곳을 즐기고 싶었다.
5. 챌린지
디밀은 실력이나 성과에 비해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다. '진솔하면서도 멋지게 잘 알려야 하는' 브랜드 마케터에게 있어 최고의 도전과제다. 그리고 회사 차원에서도 '생존 이후 단계'를 처음 겪는다. 대규모 투자를 받았다지만,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이 조직이 과연 어디까지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으며, 스스로도 어느 단계까지 성장할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부딪혀보고 싶었다.
6. 좋은 사람
기업 특히 스타트업의 경쟁력은 결국 '맨파워'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숫자가 많고 적고 보다도 개개인의 성장 의지와 그걸 하나로 묶어내고 계속해서 동기를 부여하는 문화가 중요한 이유다. 디밀도 점점 더 높은 기준으로 멤버들을 데려오려고 하고, 또 그들이 녹아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내는 단계다. 좋은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을 행복하게 생각하고, 동시에 조직문화에 관심이 큰 나에게는 흥미로운 환경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세상에 임팩트를 주는 '진짜 우리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곳이라 좋다. 대표인 헌주님은 항상 "언젠가는 모두 다 창업을 하셔야 합니다. 이곳에서 트레이닝하고 네트워크를 만드세요"라고 말하는 분이다.
그렇기에 함께 유니콘을 만들어 보자는 진심이 와닿았다. 많이 부족한 나를 믿고 큰 기회를 주겠다는 점도 감사했기에 진지하게 고민 후 마음을 굳혔다.그렇게 합류 첫 날, 출근한 지 두시간 됐을 때 참석한 첫 회의에서 대표님이 나를 바라보며 한 말이 디밀에서의 본격적인 시작이였다.
"태준님, 회사 전체 리브랜딩 프로젝트 PM을 맡아보시겠어요?"
다음 아티클은 뷰티 스타트업 디밀이 어디부터 시작해 '구성원과 함께 한 브랜딩'을 만들어 냈는지 살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