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을 체험하다
아이의 친한 친구가 스포츠 클라이밍을 하고 있다. 방학동안 늦잠을 너무 자는 아이를 침대에서 꺼내기 위해 그 친구가 다닌다는 서울시산악문화체험센터(https://www.seoulmccenter.or.kr/)에 일일체험을 끊어서 한번 가보기로 했다. 겁이 많은 아이라 같이 하면 좀 나을까 싶어서 나도 같이 끊었다.
위치는 난지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의 사이인데, 여기가 접근성이 좋지 않다. 우리집에서 자차로는 30분이면 가는 곳인데, 대중교통으로 가려면 버스를 두번이나 갈아타고 1시간 가량 이동해야한다. 그래도, 서울시내에 이 정도 규모의 시설을 이 정도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게 만들고 운영하는건 정부와 지자체가 아니면 힘든 일일 것 같다. 뿌듯한 납세 모먼트.
이용요금은 하루 7~8천원 수준인데, 어린이, 청소년, 성인으로 조금씩 차등을 두고 있다. 일일체험요금도 비슷한 수준이다. 암벽화라고 해서 쿠션은 거의 없지만, 접지력이 좋아서 고무양말 같은 느낌의 신발 대여료가 포함되어있다. 우리가 경험한 일일체험은 볼더링. 맨몸, 맨손으로 벽에 박혀있는 홀드들을 잡고 오르는 운동이다. 30분 정도 선생님께 설명들으며, 강습을 받은 다음, 80분 정도 자유롭게 벽을 탈 수 있다.
평일 낮시간이라서 그런지, 방학기간임에도 오후4시 일일체험은 나와 아이 딱 둘밖에 없어서 거의 PT수준의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강사님은 이재용 선생님이셨는데, 나중에 검색해보니 국가대표 감독을 오랜동안 하셨던 찐 프로클라이머셨다. 나보다 10년정도는 위 연배이신대, 강의 도중 팔힘으로 등반을 하면 힘들다는 예를 들어 주시면서 발을 쓰지 않고 팔로만 볼더링 홀드를 잡고 올라가시더라... ㅠㅠ 아니 8천원에 이렇게 고퀄수업을 들어도 되는걸까. 덕분에, 볼더링을 "그냥 홀드 잡고 올라가는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볼더링이라는 스포츠는 역설적이게도 힘을 안들이고 벽을 오르는 것이 중요한 운동이었다. 쉬운 곳에서 힘을 안들여야 어려운 곳에서 힘을 쓸 수 있겠다 싶었다. 제일 쉬운 코스마저 팔에 힘을 꽉주고 올라가는 현재의 나로서는 어려운 곳은 무리.
홀드를 잡고 매달려있으니 안쓰던 전신의 근육들이 '나 여기 있었어~'하는 것이 느껴졌다. 평소에 잘 느낄 수 없는 "중력"의 존재도 강하게 인식할 수 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게 재미있었다. 운동으로 치자면, 자기 체중으로 할 수 있는 운동이니까, 매달려있는게 좋은 나같은 사람들에게 좋은 운동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런닝머신 뛰는거에 비하면 훨씬 재미있기도 하고...
아이는 체험 후에 자기 취향은 아니었다고... 하하하 하아... 아이의 친구는 엄청 반가워했지만, 개인의 취향은 소중하니까 존중. 이렇게 또 새로운 경험을 하나 추가했고, 손에 약간의 궂은살을 얻었다. 소중한 체험을 할 수 있게 시설을 만들고 운영하고 있는 서울시산악문화체험센터에 감사를 전하고 싶다.
사진: Unsplash의David Pisn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