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길을 모르고 헤메는 것도 재미있다
초5 딸아이와 신촌에 갔다가, 교차로에서 뭔가 알 수 없는 광고와 마주쳤다. POCA라고 써있고 QR코드만 달랑 있는 광고?였는데, 뭔가 포토카드 관련 이벤트인 듯하니 딸이 눈이 대빵만하게 커지길래 QR을 찍어보았다.
QR은 아래의 이벤트였는데, 포토카드 팝업 스토어라나. 위치가 동교동과 홍대 어디쯤인가 하기에 한번 가볼까 했더니 좋단다. 내가 어디 가보자고 해서 오케이 한 적이 거의 없는 아인데... 포카가 그렇게 좋은가.
https://pocamarket.com/event/poca-store
문제는, 동교동에 도착해서 장소를 찾아갈때 생겼다. 좀 전에 QR로 찍어둔 위치가 사라져서, 네이버맵에 포카마켓으로 검색했는데 대충 비슷한 위치인 듯 하여 갔더니, 뜨악. 해당 위치에 이벤트 팝업 스토어가 아닌 애니관련 물품을 판매하는 다른 가게가 있다. 이상해서 그 가게 점원분께 혹시 포카마켓이 여기 아니냐고 여쭤봤더니 같은 건물 3층에 있다고 알려주셨다. 바깥에는 아무 이벤트 표시가 없었는데...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3층으로 올라가봤더니, ㅎㅎㅎ 포토카드 이벤트 팝업스토어가 아니라 해당 이벤트를 주최하는 회사 사무실인 것 같다. 사무실 문은 아이디 카드로 열리는 보안장치가 달려있고 고요하고 아무도 없는 그냥 사무실 정문. 아래 점원분은 아이를 데리고 있는 사람에게 왜 사무실을 알려준걸까. 답, 사무실을 물어봤으니까...
바깥으로 나와서 어찌할까 하다가 딸아이에게 이왕 온거 홍대 구경이나 하자고 했더니, 왜 위치를 잘못 찍었냐며 타박하면서도 따라 나선다. 하지만, 여기가 어딘가 온갖 귀엽고 예쁜 가게들이 줄지어있는 홍대. 그냥 정처없이 몇군데 근처 소품샵을 구경하다가. 어? 앞서 포토카드 이벤트 장소가 떡하니 앞에 나타났다. 아무래도, 운영사가 근처에 장소를 임대해서 이벤트를 개최한 모양이다. 럭키.
뜻밖의 행운에 신나하는 아이를 데리고 들어가보려는데 이벤트 장소 문앞에 적힌 문구가 발을 막는다. 이 이벤트는 외국인 대상으로 내국인 이벤트는 차후에 준비중이란다. 허허... 럭키 다음에 언럭키. 외국인/내국인을 따로 이벤트하는 연유는 잘 모르겠으나, 실망한 아이에게 우리 외국인인척할까 농담하다가, 눈치껏 점원분께 여쭤봤다. 이벤트 장소가 한산하기도 해서인지, 결제는 안되지만 구경하는건 괜찮단다. 결제가 안되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포토카드를 비싸게 구입하는걸 평소에 반대해오던 나로서는 구경만하는 옵션은 럭키. 아이도 나름 구경만으로 만족하는 모양이다.
스토어 내에는 포토카드를 검색할 수 있는 태블릿 장비들 여러대가 세팅되어있고, 안쪽으로는 박물관 미술품처럼 케이스에 들어가있는 포토카드가 한장 한장 전시되어있었다. 비싼 스포츠 선수 카드처럼 수집산업을 일으키고 싶은건가, 아니 나는 모르지만 이미 산업화되어있는지도. 스포츠 선수나 연예인의 카드를 유가증권처럼 수집하고 사고파는게 어쩌면 이상한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복제에 대한 우려가 있긴할텐데 요즘엔 NFT기술을 쓰면 해결될 일이기도 하고...
포토카드 팝업 스토어를 나와서, 이제 집에 갈까 했더니 홍대 근처를 좀 더 둘러보고 싶단다. 그렇게, 딸아이와 홍대 주변을 배회하며, 소품샵들도 구경하고, 플리마켓에서 쇼핑도 좀 하고, 중간에 탕후루도 먹고, (탕후루는 별로였단다. 설탕옷이 너무 두껍고 딱딱했다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귀가했다. 내 원래 목적은 포토카드 보다는 방학이라 집에만 있는 아이가 바깥에서 좀 걸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었으므로 2시간의 산책시간으로 이미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 때로는 길을 모르고 헤메는 것도 재미있다. 이렇게 럭키와 언럭키를 오갔던 오늘의 예기치않은 딸과의 데이트는 대성공으로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