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staging은 연극 무대에서 '장면을 훔치는' 행동이다. 위의 그림처럼 한 배우가 의도적으로 다른 배우보다 무대 위쪽에 서고 다른 배우는 그를 바라보기 위해 자연스럽게 관객에게 등을 돌리게 된다. 관객의 시선은 당연히 등을 진 배우보다는 윗무대에서 몸을 열고 있는 배우에게로 항하게 된다. 그 배우의 위치가 아래 사진처럼 연출적 디자인이었거나 그가 대사를 갖고 있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좀 더 튀기 위해서, 관객에게 더 잘 보이기 위한 꼼수로 사용한다면 상대 배우를 존중하지 않고 팀의 앙상블을 깨는 이기적인 행동일 뿐이다. 연출이 "Stop upstaging him"이라고 지시를 내린다면 그것은 '상대 배우를 존중하라,' '장면을 훔치지 말라'는 경고다.
Upstaging은 무대를 넘어 일상에서도 상대에게 가야 할 관심이나 존중을 가로채는 행동을 의미하는 동사로 널리 쓰인다. 우리 말로는 딱히 비슷한 단어를 찾기 어렵다. 다음과 같은 경우에 해당될 수 있겠다.
Upstaging Examples
친구 결혼식에 참석해서 신랑과 피로연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주례를 맡았던 목사님이 활짝 웃으며 다가오더니 한 말씀하신다. "아휴 우리 성도들이 제가 새신랑 같다고 하네요."...
결혼 축하 모임. 친구들이 신혼여행 어디로 가냐고 묻는다. 제주도라고 했더니 그중 한 친구가, "제주도 좋지. 우린 스위스 갔다 왔는데 좋긴 하더라고. 물가가 너무 비싸긴 하지만."...
어느 가족이 딸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저녁식사를 함께 한다. 그 딸은 비혼주의자다. 결혼한 언니가 아이들을 데려왔고 어느덧 식탁의 화제는 아이들 키우는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친구들과의 모임. 직장에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친구를 위로하기 위한 자리다. 어렵게 몇 마디를 꺼내고 있는데, 옆에 있던 친구가 맞장구를 치더니 자기 회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결국 그 모임은 엉뚱한 친구가 관심을 가로채고 그의 고초와 무용담을 듣는 어색한 자리가 되어버린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불쾌하거나 어색했던 모임들을 돌이켜 보면 절묘한 '씬 스틸러'들이 생각나는 경우가 많다. 혹여 내가 바로 그 장본인이 아니었을지....
위의 사진에서 upstaging을 내준 채 3/4 자세를 하고 있는 아랫무대의 배우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존재감을 지우고 모든 에너지와 시선을 상대에게 집중하고 있다. 그들은 관심받아야 할 배우를 더 빛나게 해 주고, 팀의 앙상블이 살아 움직이도록 헌신한다.
3/4... 연극 무대에서는 존재감이 가장 약한 자세이지만 겸손한 공감과 진심 어린 응원을 위해서는 최강의 자세 아닐까? 천 마디의 잘난 말 보다, 그냥 세상에 등을 돌릴지언정 그와 함께 , 그가 원할 때까지 나란히 걷는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