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은 사용해야 활활 타오른다
프로메테우스는 기간테스(그리스어: Γίγαντες)다. 신들에게 정복돼 원래의 지위를 박탈당한 거인족이다. 그리고 인간을 만든 존재이기도 하다. 그래서였을까?
그 애착이 깊어서 제우스가 허락하지 않은, 성경으로 따지면 ‘선악과’와 같은 ‘불’을 인간에게 전해주고는 매일 독수리에게 간을 파 먹히는 처지가 됐다.
프로메테우스는 ‘먼저 아는 자’라는 뜻이다. 그래서 신들도 그의 예언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런 그가 제우스를 넘어설 존재가 등장한다고 예언했을 때, 제우스는 그 예언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러나 프로메테우스는 입을 열지 않는다. 그리고 제우스를 넘어설 존재는 바로 인간이었다.
인간이 신을 넘어서기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게 바로 불이었다. 불은 만물을 태우고 어둠을 밝히는 도구지만, 계몽 즉, 이성을 의미한다. 이성이 발전하면 신화적인 요소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사회학의 창시자 오귀스트 콩트(Isidore Marie Auguste François Xavier Comte)는 사회 발전은 신화의 시대를 거쳐 철학의 시대, 그리고 과학의 시대로 발전한다고 생각했다.
프로메테우스의 불은 이 중에서 철학의 시대를 예언한 것이다. 이성이 신화를 대신했던 그리스 시대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철학과 이성이 또 다른 의미의 신화처럼 여겨진 시대가 바로 과학의 시대다.
과학은 또, 다른 프로메테우스의 불이다. 만물의 원리와 근원을 이성적 사고로 규명하려고 했던 철학의 시대에는 말은 무성했지만, 검증은 어려운 시대였다.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의 그 유명한 『코스모스』에서는 그리스 시대의 과학은 충분한 발전 가능성이 있었지만, 철학으로 인해 그 발전이 더뎌졌다고 말한다.
그는 소크라테스 철학의 등장으로 과학적인 요소가 있었던 그리스 철학이 붕괴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철학은 신화를 전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 소명을 다했다. 이제 제우스 대신 인간의 이성이 그 자리를 채웠다. 원래부터 실존하지 않았던 신화의 시대는 저물고 프로메테우스의 예언처럼 인간이 주인이 된다. 세밀한 부분에서 조금씩 인간의 이성은 자리를 내주고 있지만, 인간은 여전히 이 땅의 주인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간 이성조차도 수치화하려고 한다. 바로 ‘디지털화’이다. 사실, 복제인간의 출현이 충분히 가능한 현시점에서 인간에게만 있다고 생각했던 영혼의 문제, 이성의 문제 등을 새롭게 정리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인간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내려야 할 시점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로고스, 에토스, 파토스만으로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분하는 건 고대적 사고가 돼버렸다.
블록체인은 새로운 프로메테우스의 불일까?
새로운 산업혁명이 도래할 때마다 새로운 프로메테우스의 불이 있었다.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을 비롯한 최초의 기계 - 인간 노동을 대체할 수 있는 기계 - 가 그 역할을 했다. 2차 산업혁명은 전기, 혹은 대량생산 시스템이 새로운 불이었다. 3차 산업혁명 시대는 인터넷이 등장해서 세상을 바꿨다. 실질적인 시공간을 무시할 수 있었던 건 인터넷의 공로이다.
이제 4차 산업혁명 시대다. 많은 기술이 등장하는데 블록체인이 제2의 인터넷이라는 별칭을 얻으면서 핵심 기술로 등장했다. AI, 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기술들이 세상을 놀라게 하고 바꿀 것이다. 그러나, 네트워크와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생각하면 당연히 각 광 받을 기술은 블록체인이다.
AI는 인간 네트워크를 대신하면서 오히려 그 네트워크를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 사물인터넷도 그 편리성과 안전성, 그리고 환경보호와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네트워크와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도움을 주기 어려울 것이다. 역시 그 편리성으로 인해서 인간을 더 홀로 서게 할 것이다.
그러나 블록체인은 관심사가 유사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협의체를 구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아울러 정기적으로 돌아오는 선거마다 유명 연예인들이 선거 캠페인을 하면서 독려해도 투표율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데, 블록체인은 선거의 간편화와 편리성, 그리고 투명성으로 더 많은 유권자가 투표하도록 할 것이다. 조작되기 힘든 구조, 투명성, 안정성 등의 장점을 살려서 현장 투표보다 더 정확한 투표가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도 낙선하고 나서 승복하지 못하고 부정선거라고 외쳐대는 과거 인물들의 코미디는 사라질 것이다.
숫자로 나타낼 수 있는 모든 의결은 블록체인을 사용하면 훨씬 빠르고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할 수 있어서 다양한 영역에서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활성화할 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불은 혼자 두면 꺼진다. 사용자가 계속 불씨를 보존하고, 자주 사용해야만 한다. 블록체인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불’이 되려면, 더 많은 사용자가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블록체인이 새로운 불이 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유용한 도구가 될지는 결국 사람에게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