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사회 편 (3)
메이커를 말하면, 아디다스, 나이키, 지오다노 등을 떠올리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틀린 생각은 아니다. 그런데, 필자가 말하는 메이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개인 생산자들을 칭하는 말이다.
2014년 미국의 백악관에서 ‘메이커 데이’ 선포식이 있었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메이커 페어를 개최하고 호스트 하면서 6월 18일을 ‘메이커 데이’로 선정했다.
한국도 2015년에 경북 혁신도시에 ‘다빈치 메이커 센터’가 설립되었다. 이날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가 참여하기도 했다.
메이커 센터는 기본적으로 3D 프린터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간단한 목공 일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참여 대상을 제한할 필요는 없으나 청소년, 대학생, 혹은 주부들이 참여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2018년부터 중·고등학생 대상으로 코딩 교육을 시작했고, 2019년부터는 초등학교 5, 6학년까지 교육을 확대했다고 한다. 그런데, 제대로 이뤄지는 모습은 아니다(방과 후 교육으로 컴퓨터 교육은 있다).
왜냐하면, 정규 과정으로 코딩 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코딩 교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원치 않게 사교육 시장에 코딩이라는 과목이 신설됐다.
정부가 의도한 결과는 아니겠지만, 현실은 학원가에 코딩과 관련한 프랜차이즈 학원이 생길 정도로 과열돼 있다. 그러나 더 우려스러운 점은 교육 수준이 상당히 미흡하다. 갑자기 실행되다 보니, 교육계에서 제대로 준비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임의적으로 코딩 강사가 배출되는 상황이다.
미래 사회는 1인 기업이 전체의 90%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메이커들이 있으며, 그들을 양성하는 곳이 바로 메이커 센터이다. 메이커 센터는 기본적으로 코딩 교육은 물론,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교육이 가능한 공간이다. 청소년들은 코딩을 배우고 실제로 3D 프린터로 물건을 생산함으로써 생산자로서의 경험을 하거나 동아리처럼 활동할 수 있다. 주부들도, 청년들도 정해진 시간에 배우고 생산자가 됨으로써 발전적인 모임을 유지할 수 있다.
초기에는 메이커 센터의 수준을 높이는 차원에서 지역, 혹은 전국 수준의 경진대회를 개최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아마도, 이렇게 제언을 하면 어디서 공간을 확보하고, 예산을 확보하는가? 그리고 강사는 어디에서?라는 질문을 할 것이다. 그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공간 확보
우선, 공간은 현재 주민자치센터의 남는 공간이나 지역 종교단체 공간을 협의해서 사용하면 된다. 예를 들어 최근에 여러 교회가 일반 시민들에게 전도 목적이 아닌, 문화 공간(쉼터, 도서관 등)으로 개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새롭게 선출된 지방자치 단체장이나 의원들이 조금만 문을 두드리면, 열릴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각종 센터가 있다. 복지센터, 청소년 센터 등이 존재하는데, 활용도를 고려해보고 메이커 센터 공간을 조성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운영비 마련
그렇다면, 운영비는 어디서 충원하는가? 우선순위가 메이커 센터에 있고, 타당성이 있다면, 예산을 책정해야 한다. 그리고 위에서 말한 것처럼 교회와 같은 종교기관의 후원이나 지역 독지가의 후원 정도면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지역마다 거창하게 조성돼 있는 메이커 센터는 일반인들이 출입하기 힘들다. 왠지 관련 업계의 배테랑들만 출입하는 곳처럼 여겨진다. 문턱을 낮추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강사 확보
강사는 컴퓨터 관련 전공자라면, 어렵지 않게 기본적인 수업은 진행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면, 단계별로 분반해서 진행하면 된다.
미래는 메이커 시대라고도 하는데, 한국은 다가올 미래와는 다른 미래를 준비하는 것 같다. 영어, 수학 열심히 해서 대학에 입학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대학은 취업의 보증수표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메이커 센터가 취업의 대안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미래 예측은 3D 프린터의 비약적인 발전과 개인 생산자의 활성화를 말하고 있다. 그러니 당연히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필자는 메이커 센터 조성을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단순히 공간을 만들고, 경제적인 부분만을 고려한 것이 공동체를 형성하고, 새로운 논의의 장으로서의 활용도 기대할 수 있다. 이 역시 웰빙-포용 사회로 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생산자가 되면서 다양한 구성원들과의 교류도 이뤄질 것이다. 아울러 지역 메이커 센터의 특수성을 살린 생산물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다문화 청소년을 위한 ‘4차 산업혁명 교육센터’
여성, 어린이, 청소년 등도 다뤄야 하겠지만 초고령화, 다문화 국가 진입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필자는 이 두 계층을 중심으로 제안한다.
한국은 아직 다문화 국가는 아니나, 다문화 사회로 구분된다. 그리고 현재 4% 정도의 다문화 구성원이 한국에 거주하는데, 대부분 수도권에 밀집돼 있다. 2008년부터 법이 제정되고 각 지방자치단체도 조례를 만들어서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소외계층인 한 부모 가정과의 역차별 논란이 불거지면서 어느 순간부터 관련 사업과 관련한 지원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다문화 구성원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고, 관련 지원 사업도 줄어드는 모양이다. 여성가족부에서 매년 공모 사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예산이나 기간을 볼 때 큰 효과를 거두기 힘들 것으로 보이며, 공모 자격도 제한적이어서(비영리 민간단체, 학교기관 등) 창의적인 사업 기획안이 제시되기 어렵다. 그리고 지방의 경우 학교 기관(대학)이 지원할 경우 다른 기관들은 선정되기 힘들다.
많은 복지관과 다문화 센터에서 소외된 계층을 돕고자 노력하지만, 그 방식 자체가 한 방향이다. 다문화 구성원들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방식이 아니라, 정해진 것을 제안하고 참여를 독려하는 수준이다. 그리고 유사 기관들이 중복된 사업을 진행하기도 해서 사업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일 때도 있다.
지역마다 다문화 센터가 존재한다. 서울에는 25개 구가 있으니 25개 다문화 센터가 있다. 그리고 지역에 속한 고등교육 기관 등에 위탁하는 형태이다.
각 센터에서는 다문화 학생들을 위해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는데, 학생들이 원하는 항목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경우는 드물다. 또한, 한 지역에 유사 기관이 존재할 경우 비슷한 지원이 이뤄진다. 관리 인력도 부족하고, 사회적 관심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는 현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의 반응은 ‘감사’가 아니라 “또요?”라는 반응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다양한 사회적 소외계층을 염두에 두고 준비해야 한다. 특히, 다문화 구성원에 대한 웰빙-포용의 관점이 중요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세계적으로는 고립주의(심하게 말하면 쇼비니즘(chauvinism)이라고 하기도 한다)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다문화 구성원과 관련해서는 한민족 운운하면서 배척하는 경우가 과거보다 늘어났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의 고립주의는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이민 정책 등) 현재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써 고립주의를 선택한 것이다(필자가 볼 때 이러한 배척은 궁극적으로 사회적 다양성을 저해하고, 미래의 잠재적 성장 가능성의 손실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민자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적도 없으며, 앞으로도 이민자를 쉽게 수용할 수 있는 문화도 아니다.
한국 사회는 다문화 정책과 관련해서 다른 국가의 사례를 충분히 참고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서, 웰빙-포용의 마음으로 다문화 구성원을 끌어안아야 할 것이다.
그 방법으로 필자는 청소년들과 다문화 구성원들을 위해서는 위에서 제시한 ‘메이커 센터’도 하나의 방법이고, 청소년들 대상으로는 ‘사물인터넷’ 체험 공간을 마련해서 학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2015년에 서울특별시에 주최했던 다문화 인식개선 사업을 기획하고 진행했다. 실제로 청소년들의 멘토 역할도 하면서 함께 놀기도 하고, 함께 노래도 부르고 다양한 활동을 했다. 그리고 일회성이긴 했지만, 파주 LG Display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대부분 학생이 공장의 규모에 혀를 내두르고, 크고 작은 다양한 TV를 보면서, 방문한 회사에 입사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 비췄다.
대부분 다문화 가정의 경제적인 수준은 좋지 않은 편이다. 따라서 이러한 계층을 위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진로와 관련해서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면,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문화 청소년을 위한 ‘4차 산업혁명 교육센터’를 제안한다.
어르신들을 위한 미래 교육(디지털 교육)의 의무화
필자도 20년 후에는 60대가 된다. 그 시대에는 5차 산업혁명을 말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특이점 주의자들이 말하는 ‘특이점’이 도래할지도 모른다. 현재는 4차 산업혁명에 관련한 책을 쓸 정도로 흐름을 잘 이해하지만, 20년 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대면 접촉이 더 줄어 들 가능성이 크다. 이런 때일수록 디지털 기기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계층은 원치 않게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 1990년 대 이후 노령층들은 컴퓨터를 다루지 못해도 생활하는 데 큰 지장이 없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많은 업무가 디지털화되면서 삶의 영역에까지 모바일 기기의 역할이 밀접하게 침투했다. 이제 이런 기기를 잘 다루지 못하면, 생활 불편도 감내해야 하는 수준이 된 것이다. 예를 들어 공공장소에 가면 QR코드로 본인 인증을 한다. 그러나 대부분 어르신들은 누가 만진지도 알 수 없는 펜으로 자신의 정보를 기입해야 한다.
『미래의 속도』에서는 “현재 파괴적 메가트렌드는 인구 구조의 변화, 즉 인구의 고령화 문제”라고 말한다. 지금 부모님 세대에 대해 느끼는 우리의 답답함은 우리 다음 세대가 우리 세대에게 유사하게 느낄 가능성이 크다.
특히, 디지털 격차는 더 심해질 것이다. 최근 조사를 보면, 인터넷 전문은행의 고령층 가입자가 2.0%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현재 60대는 어차피 20년 후에도 80대가 되어 지금 80대 어르신들과 비교해서 더 건강하게 살고 있을 것이다. 지금 디지털 격차를 느끼고 도태한 60대가 80대가 되었을 때는 어떨까? 그리고 새롭게 도태되는 세대가 추가로 합류할 것이다.
그런데, 그 인구의 규모가 과거 어떤 시대보다 많다. 사회적인 부담이자, 사회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당장 어르신들을 위한 간단한 일자리 – 등하교 시간 교통 도우미 등 - 를 만들어서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는 정책도 좋지만, 곧 다가올 미래에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재교육을 진행하는 게 더 좋은 방법이다.
OECD에서 구상하는 고령화 프로젝트 ‘디지털 경제에서 적극적인 노년의 삶 촉진 프로그램’에서는 “실버 경제의 성공은 모든 연령의 사람들을 디지털 라이프 속으로 통합시키는 것에 달려있다”라고 말한다.
‘웰빙-포용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당연히 노령층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뤄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새로운 시대를 대비하는 재교육을 의무적으로 실행해야 한다(현재도 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 교육을 실행하기도 하는데, 의무교육이 아니고 선택 교육이고 소정의 학습비를 요구하고 있다).
필자는 어르신들을 위한 4차 산업혁명 의무교육 지원 프로그램을 제안한다. 한국의 노인 정책은 아동 청소년 정책과 비교할 때 반영되기 쉽다. 왜냐하면, 어르신들은 곧 유권자이기에 4년마다 돌아오는 선거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어르신들 스스로가 다가오는 미래를 예측하고 필요한 교육 프로그램을 요청하기는 쉽지 않다.
이 부분에서 ‘넛지(Nudge)’가 필요하다. 제도적으로 의무 교육화하면 된다. 예를 들어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때 필수 코스로 관련 교육을 실행하면 된다. 물론, 교육은 과거 교실에서 진행했던 강의식이 아니라 실제로 체험할 수 있는 교육이 좋을 것이다. 동기부여가 되고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정기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서 최소한의 디지털 기기들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르신들을 담당하는 사회복지사가 현저히 부족한 상황에서 디지털 격차를 줄일 수 있어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어르신들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교류하는 동안 긍정적인 시너지 발생도 기대해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문화 구성원과 어르신들은 어떻게 보면, 큰 저항 세력으로 발전하기 힘든 계층이다. 그러나 힘이 없다고 해서 소외시켜서는 안 된다. 이들을 더 지원해서 웰빙-포용 사회의 일원으로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