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단위 포럼, 그리고 종합토론
이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기술이 꾸준히 선보이고 발전 속도를 더 낼 것이다. 그래서 관련한 이해를 돕고, 대비할 수 있는 학습의 장이 필요하다.
우선, 지역 관공서와 학계는 시민들의 이해를 위한 강연과 세미나를 꾸준히 개최해야 한다. 단, 규모가 커서는 안 된다. 기초단위 의원이 속한 주민자치센터를 중심으로 실행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시 차원의 토론은 심화된 정책적 내용을 다뤄야 한다.
관공서에서 크게 개최하는 콘퍼런스는 일반 시민들에게 부담을 주고, 기본적 지식 없이 참석하면, 오히려 흥미를 잃게 한다.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구먼’이라고 하는 무관심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작은 단위 포럼이 기본이다. 클레이 존슨의 『똑똑한 정보 밥상』에서는 정보 다이어트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너무 거시적인(세계, 혹은 국가적인 차원) 차원에만 관심 두지 말고 본인이 속 한 지역 사회에 대한 정보에 민감할 것을 조언한다. 그리고 존 나이스비트는 1982년『메가트렌드』에서 “우리는 정보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면서 지식에 목말라할 것이다”라고 했다. 정보가 너무 많아도 취사선택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은 4차 산업혁명의 세계적 파고에 휩쓸리다가 소화시킬 수 없는 짠물만 먹고 ‘캑캑’ 거리는 꼴과 다를 바 없다.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 관련 있는 내용을 알고, 듣고, 보고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세계적인 차원의 AI, 자율주행자동차, 빅데이터 등에 관련한 관심을 줄이자는 게 아니라, 그러한 내용을 내가 사는 지역에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한 고민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4세대 통신 기술 LTE 개통은 지방이 서울보다 늦었다. 그리고 지역에서도 순차적으로 새로운 인터넷 기술을 보급했다. 디지털 차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차별을 아는 지역 주민이 얼마나 될까?
물론, 서울과 지역은 다르다. 다름이 차별하기 위한 조건은 아니다. 다름을 가치(value)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들에게도 공정하게 정보를 줘야 한다. 그 의무가 관공서와 지역 학계 등에 있다. 특히 지방분권 시대에는 지역 관공서는 지방정부 수준으로 역할해야 한다. 아울러 지역 학계도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지역주민들과 밀접하게 교류하고 신뢰를 쌓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만남의 장(場)이 필요하다.
그게 바로‘작은 단위의 포럼’이다. 그리고 이런 작은 수준의 포럼은 지방분권 시대의 적절한 커뮤니케이션 공간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전국적으로 고령 인구 비율이 커졌다. 예전에는 노인의 지혜가 후손들에게 이정표와 같은 역할을 했지만, 현재는 너무 노후돼 교체해야 할 수준이다(물론, 심리적인 부분이나, 인생에 관련한 부분에서 어른들 말씀은 좋은 조언일 수도 있다). 오히려, 후손들에게 부담을 줄 때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대 간 디지털 격차도 점점 벌어지고 있다. 구글 조사에 따르면 “현재 인간과 미디어의 상호작용 90%가 스크린을 통해서 촉진한다”라고 한다. 스마트폰, 태블릿, 랩톱 등이 그 기기이다. 현재 10대나 20대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이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문화가 보면서 살아온 세대이다. 피터 힌센의 『뉴 노멀』에서는 이들에게 디지털카메라를 주면서 뭐냐고 물어보면, 이들은 “카메라요!”라고 대답한다고 한다. 즉, ‘디지털카메라’에 비교할 수 있는 아날로그 카메라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세대를 바라보는 기성세대는 이들을 이해하기 힘들다. 그래서 ‘잔소리’가 많아진다. 그리고 그 잔소리로 인해 세대 간 갈등은 깊어지고 오해를 차곡차곡 벽으로 세운다. 로버트 퍼트 냄의 『나 홀로 볼링』에서는 세대 간 격차가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는 데 큰 장애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즉, 세대 간 격차가 줄어들면, 사회적 자본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매력 자본』에서는 “다문화 사회에서 새롭게 구성하는 조직은 20세기 사고로 다룰 수 없다”라고 하면서, 매력 자본은 경제 자본, 인적 자본, 사회 자본에 이은 제4의 자산으로 새로운 역량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디지털 격차가 크면 클수록, 세대 간 격차도 벌어질 것이다. 그러면 통합과 융합의 가치를 표방한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어둠이 자욱한 흐린 날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노령인구가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격차는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도입해도 생산성을 떨어지게 한다. 왜냐하면, 활용할 수 있는 사용자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옛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기계가 있다 한들, 사용자가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ICT 발전이 이뤄지고, 국민이 그 기술에 익숙해져서 생산성이 높아지면, GDP 수준도 높아진다고 한다. 디지털 격차는 단순히 생활과 경제에 국한한 문제가 아니다.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미디어 덕분에 사람들은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들과 친구를 맺지만, 가상 공동체에 더 많이 머물수록 우리 삶이 사적인 영역에만 갇히게 한다.
조금 과장해서 디지털 격차를 메우는 것에 민주주의의 미래가 달렸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생활, 경제는 물론 정치적인 영역에서도 중요하다.
따라서 디지털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리버스 멘토링(Reverse Mentoring)’캠페인을 제안한다. 말 그대로 아래 세대가 디지털 디바이스에 취약한 세대를 교육하는 것이다. 어르신들과의 디지털 격차를 줄이는 게 미래 사회를 생각할 때 생산성 있는 일이다. 동시에 청년들과 고령층을 연결해 줄 수 있다. 만남은 연결이고 연결은 곧 소통을 낳는다. 그리고 소통은 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이다. 단순히 노인들의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해 두꺼운 책을 만들어서 교육할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새로운 공동체를 만드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는 지역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주체이자 옹호자로서의 힘을 회복하는 길이기도 하다.
앞서 제시한 ‘작은 포럼’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이해를 위한 것이라면, 종합 콘퍼런스는 관할 관청, 지역 대학교, 기업들이 지역 실정에 맞게 포스트 코로나 이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는 전문적인 토론 과정이다. 일반 시민들도 참여해서 그 내용을 듣고, 콘퍼런스에서 발표하고 논의한 내용은 미디어를 통해 참석하지 못한 시민들에게 알리도록 해야 한다.
신문, 방송 등을 활용하는 것도 좋고,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들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콘퍼런스를 실행할 때는 좌장을 중심으로 발제자와 토론자를 좌우로 두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형식을 좀 더 자유롭고 개방적으로 변형해야 한다. 팟 캐스트 형식도 좋다.
그리고 이러한 콘퍼런스는 꼭 밀실에서 할 필요는 없다. 서울시는 서울 광장에서 열린 토론을 종종 개최한다. 물론, 그 공간도 1천만에 육박하는 서울시민의 민의를 충분히 담을 수 있는 시공간은 아니지만,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다른 지역도 상징적인 광장을 적절히 활용해서 열린 콘퍼런스, 시민 토론을 진행하면 어떨까? 말로만 열린 토론이라고 하지 말고, 실제로 다양한 주체들이 발표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열린 진행을 해야 한다. 대부분 시민이 생업에 종사하는 평일 낮에 진행하는 토론은 수도 없이 개최해도 시민들의 참여가 어렵다. 특정한 장소에서 열리는 토론도 심적으로 부담을 준다.
따라서 광장 토론이 필요하다. 고대 그리스 아고라 광장에서의 토론을 흉내 내보자. 충분히 이슈가 될 것이다. 그리고 시민들의 쉽게 참여할 수 있다. 시민들의 이야기를 정기적으로 듣고, 지역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나아갈 방향을 계속 논의하는 게 포스트 코로나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는 현시점에서 가장 기본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