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小說)대한심(閑心)국(29)

대한민국 군대(5)

by 조작가Join

한 연예인 이야기(1)


건강한 신체를 가졌고, 건전한 정신을 소유했다고 여겨진 청년 연예인이 있었다. 그가 춤을 추면 같은 댄스 가수들이 봐도 혀를 두를 정도였고, 얼굴은 앳된 소년의 얼굴을 하고, 몸은 액션 배우가 연상되는 반전의 매력도 있었고, 그의 조금 어눌한 한국 말투는 오히려 진실성이 묻어나서 남녀노소에게 두루 인기를 얻었다.

가창력이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타고난 미성이어서 어지간한 고음은 무난히 소화할 수 있었다. 인기가 높으니, 당연히 TV를 틀면 하루에 한두 번은 꼭 보게 되는 대세 연예인이었다. 모르고 싶어도 모르기 힘든 연예인이었다.


그는 계속해서 선한 청년 이미지를 굳혔고, 기독교인 천만 명을 운운하던 기독교인 범람 시대를 잘 이용할 줄 아는 지능도 가졌다. 그는 수상 소감으로 항상


“가장 먼저,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라고 말해서 우상 숭배를 제일 큰 죄라고 선포한 종교, 기독교임에도 수많은 기독교 청년들이 그를 우상으로 여기는 역설적인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울러 미국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국방의 의무를 회피하지 않고 자진 입대를 결정해서 병무청의 홍보대사가 되기까지 했다. 특히, 1990년대는 많은 연예인이 병역기피로 입방아에 올랐던 시기고 유력한 대통령 후보도 아들들의 병역문제로 두 번이나 낙선했던 터라, 세간의 깨끗한 이미지를 구축한 연예인, 그것도 병역의 의무가 없는 청년이 자진 입대한다고 하니 새로운 병영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품고 병무청도 적극적으로 그를 밀어줬다.


“저는 미국에서 주로 생활했지만,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고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 당연히 국방의 의무를 수행할 것입니다. 반드시 해병대에 자원입대해서 대한민국의 당당한 국군이 되고 싶습니다.”


연일 좋지 않은 병역 회피로 뉴스 사회면을 채우는 상황에서 젊은 남자 연예인의 호기로운 선언은 좋은 선례로 남을 듯했다.

아울러 깨끗하고 선한 이미지가 돋보였기에 보수적인 기독교 목사들조차도 그의 신앙심을 높이 샀다. 그가 다니는 교회 목사는 설교 시간에 격주로 그를 칭찬했다. 혁신적인 이미지, 그리고 깨끗한 이미지로 그의 인기는 수그러들지 않았고, 새롭게 등장하는 광고마다 그를 모델로 섭외하는 데 불철주야 줄을 대면서까지 매달리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병역의 시간이 다가왔다. 대한민국 남자들은 입대 심정을 ‘도살장의 소’가 된 느낌에 비교한다. 2년에 가까운 시간을 허비한다고 생각하기도 하며 남자, 여자, 군인으로 나눌 정도로 별종으로 구분되는 현실이니 달갑게 여길만한 청년은 거의 없을 것이다. 아무리 똑똑한 대학생도 군 적응 시절에는 멍청이가 되기 일쑤고, 전역하고 나서도 사회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었다.


이런 이야기들을 숱하게 들은 연예인은 신검에서 해병대에 지원할 수 없는 판정을 받고, 보충역으로 판정받았다. 겉으로는 건강해 보이지만, 댄스 가수들이 고질적으로 달고 사는 허리와 무릎 문제가 그의 각오를 잡아당기고 있었다.

이제 그는 마지막으로 미국에 다녀오겠다고 병무청에 고하고 비행기에 오른다. 그렇게 떠난 고국 땅을 이후로는 밟을 수 없을 줄 그 누가 알았을까? 그는 망명을 원하지 않았지만, 그가 조국이라고 선언한 대한민국은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왜 군대 간다고 설친 거야?”


기획사 사장이 그를 추궁한다. 그러지 않아도 한창 전성기 시절에 빼먹을 만큼 빼먹어야 하는데, 뜻밖의 자진 입대 선언을 하니 소속사 사장은 부아가 치밀 수밖에 없었다. 그런 아름다운 선언만 하지 않았어도 충분히 병역문제를 해소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미국 시민권만 받으면 경력 중단 없이 연예인 활동을 주욱 이어갈 수 있었다.


“당연한 거 아닌가요? 제가 이렇게 한국에 와서 돈도 벌고 있고.”

“순진한 건지, 아니면 바보인 건지.”

“네?”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 네 위치가 지금과 같을 거 같아? 댄스 가수의 생명이 길 거 같아? 너도 종종 허리랑 무릎이 아프다고 호소하잖아. 군대 다녀오면 좋아질 거 같아?”


대표의 말을 들으니, 갑자기 많은 생각이 밀물처럼 몰려온다.

‘내가 왜 연예인이 되려고 했을까?’


깨끗한 이미지의 청년은 철학자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학식이 풍부한 지성인도 아니었다. 그는 춤추는 게 좋았고, 남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싶었고, 그래서 인기를 얻어서 가수가 되고 싶었다. 물론, 돈도 벌고 싶었다. 그리고 좋은 일도 하고 싶었다. 그는 당장 가수를 그만둬도 평생 일하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을 정도로 저축도 해 놓았다. 그 돈으로 조금씩 좋은 일을 하기도 했다.


‘난, 춤추는 게 좋았다. 그리고 인기도 좋았고. 돈도 많이 벌어서 성공하고 싶었다. 당연히 좋은 일도 하고 싶었고.’

“네가 생각하는 성공과 좋은 일도 전성기가 짧으면 소용없다는 생각을 왜 못했니?”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해요?”

“일단, 미국으로 가서 시민권을 취득해! 처음에야 욕먹겠지. 그리고 언론마다 난리 치겠지만 곧 잠잠해지면 다시 활동하면 돼. 물론, 그전과 같은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하겠지만, 너의 인지도 정도면 꽤 괜찮을 거야! 어차피 불법적인 방법으로 병역을 회피하는 것도 아니고.”


미국에 들어가는 일은 쉬웠다. 간혹 “너 안 돌아오는 거 아니지?”라고 하면서 농담하는 친구들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그는 “그럴 리가?”라고 하면서 웃어넘겼다. 병무청에서도 전혀 의심하지 않고 그의 미국행을 허가해 주었다.


“건강하게 돌아오세요. 대한민국의 병영문화는 성준 씨가 바꿀 수 있어요.”

“네. 감사합니다.”


주변의 시각은 주로 걱정과 우려였다. 한국 군대를 너무 쉽게 봤다는 걱정도 있었고, 경력이 단절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그 누구도‘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말하지 않았다. 어지간하면 빠져나가는 게 똑똑하다는 게 연예계 정설이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 자원입대와 해병대를 운운했으니, 비슷한 처지에 있는 동료들은 그를 고깝게 볼 수밖에 없었다. 대놓고 싫은 소리를 할 수는 없었지만, 좋은 시선으로 그를 쳐다보는 연예인은 많지 않았다. 소속사 대표도 다른 회사 대표들한테 싫은 소리를 들었던 게 분명했다.


‘이제 나는 어떡하면 좋을까? 정말 시민권을 받고 병역을 피해야 할까? 아니면, 자원입대를 해야 할까?’

흰 구름을 가로지르며 목적지를 향해 비행하는 항공기 속에서 혼자서만 착륙 지점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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