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류 부모가 만드는 우리 미래(아이)(23)
‘공동 육아(양육)’의 반대말은 ‘독박 육아(양육)’입니다. 말 그대로 혼자서 육아한다는 의미입니다. 몇 년 전에 서울에서 동기들을 만났습니다. 대학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여서 서로 성격도 잘 알고, 어떻게 결혼했는지도 잘 알고 있는 관계였습니다. 자녀가 있는 동기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친구도 있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육아와 관련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대체로 육아는 아내의 몫이었습니다.
“나는 밖에서 일하다가 일찍 들어 가봐야 10시야! 그러니, 아이를 돌보기 쉽지 않지. 주말에는 당연히 좀 쉬어야 하고. 그래서 아내가 주로 하지. 그리고 아내는 전업주부잖아.”
친구의 말은 자신은 열심히 경제활동을 해서 돈을 벌어오고, 그 돈으로 생활을 하니까 육아는 아내의 몫이라는 의미였습니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닙니다. 밤늦게까지 일하고, 주말도 반납한 채 아이를 돌봐야 한다면 굉장히 힘들 것입니다. 사실, 이 친구는 육아 초기에 아내를 돕다가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한 전력도 있는 친구였습니다.
그러나 조금 세밀하게 따져보면, 친구의 말은 틀렸습니다. 밖에서 실행하는 경제활동은 근로라고 생각하면서도 ‘가사 노동’은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생각하기에 따라서 육아는 ‘가사에 포함된 거’라고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육아는 부부 둘 중 하나의 몫이 아닙니다. 아이는 절대 혼자서 낳을 수 없으니까요. 이 말에 많은 부부가 동의하리라 생각합니다.
옛날이야기를 한 번 해보겠습니다. 조선 시대만 하더라도 아이들이 일정 연령에 도달하면 교육과 훈육에 관련한 부분은 남성의 몫이었습니다. 이런 관행은 동서양이 비슷합니다. 성경에서도 아이들의 주된 양육자는 남성이었습니다. 물론, 남존여비(男尊女卑) 사상이 보편적이었던 시대적 상황도 영향을 줬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은 가정에서 자녀를 다른 방식 – 의식주를 잘 챙겨주는 것 등 – 으로 보살피는 데 최선을 다했습니다. 자녀를 양육하는 데 성 역할이 정해져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재 교육으로도 유명한 칼 비테(Karl Witte)의 교육을 담당했던 사람도 아버지입니다. 역사상 가장 천재라고 인정받는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의 교육을 담당했던 사람도 아버지 제임스 밀(James Mill)이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과거에는 아빠가 자녀의 교육과 훈육을 담당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 자녀 문제가 엄마의 몫이 됐을까요?
자녀 양육은 누구만의 역할이 아니라 공동의 것입니다. 물론, 역할 상 ‘주’와 ‘보조’가 있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한쪽이 완전히 빠져서는 안 됩니다. 종종 주말에 놀아주는 아빠들은 ‘그래도 난 아이들과 잘 놀아줬어. 내 역할 잘했어!’라고 하면서 스스로 만족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봅시다. 정말 제대로 아빠 역할을 다 한 걸까요?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대체로 주양육자를 무서워하고, 그렇지 않은 부모는 친구처럼 여깁니다. 혹은 평소에 거리가 있다 보니, 점점 사이가 멀어져 자녀들이 성장해도 좀처럼 가까워지지 못합니다. 대체로 엄마가 주 양육자니, 엄마를 무서워하고 고분고분한 모습을 보여줍니다(그러면서, 정이 들죠). 그러나 아빠는 친구처럼 생각하거나 심할 때는 하대(下待)하기도 하죠. 종종 우스개로 아빠들이 가족 내에서의 서열을 말하면서 “난 우리 집 3등이야. 아내가 1등 아이가 2등 그리고 나.”라고 하는 게 특별한 현상이 아닌 게 됐습니다. 서열 꼴지라는 자복은 그만큼 가족 내에서 존재감이 없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현재 50대 이상의 세대는 출생 100일 이전의 자녀가 있을 때 별도로 잠자리를 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다음 날 출근을 위해서 잠을 자야 했기 때문입니다. 좀 시간이 흘러서 30대 후반에서 40대로 넘어오면, 가사 분담을 하고 아이도 열심히 돌보려고 합니다. 단, 보조 역할 수준입니다. 조금 더 나이가 어린 부부들은 더 나아진 모습이리라 생각하지만, 아내를 보조하는 역할에서 더 나아간 남편은 없습니다. 오히려 아내가 육아의 부담이 싫어서 아이를 갖지 않으려 합니다. 물론, 출산율 저하와 관련한 문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합니다. 이 중에서 가정에서의 문제는 대체로 문화적인 부분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정 내에서의 성 역할이 관습적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집안일은 여성이 해야 한다.” 그러니까 육아 부분도 아내가 더 많은 부분을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경제활동이 남성 중심으로 이뤄져 있어서 변명거리라도 있지만, 현재는 맞벌이가 많다 보니 이런 관행은 혁신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빠의 사고가 달라져야 합니다.
다음은 여성보다 육아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집니다. 저도 아내가 육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괜히 나서면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소중한 딸한테 실수하면 안 되니까 조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 능숙한 사람이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생각은 둘째가 태어나고 바뀌었습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열심히 육아에 신경 쓰고 실천하다 보면, 괜찮아집니다. 오히려 둘째는 엄마보다 아빠한테 더 의존합니다. 어느 날 밤 침대에서 떨어지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제일 먼저 찾은 사람은 “아빠!”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편리를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입니다. 모성애도 있고, 부성애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모성애의 힘이 부성애보다 크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자녀에 대한 애착 정도는 부부가 똑같다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열 달 동안 뱃속에 품고 있었던 엄마의 사랑이 더 큽니다. 이런 불리한 조건을 만회하기 위해서 아빠가 더 열심히 육아하고 스킨십도 더 자주 해야 합니다. 그러나 아빠는 이미 수세에 몰린 상황을 만회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냥 주도권을 아내한테 주고, 열세를 인정합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시키는 일 외에는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눈치는 볼망정 생활이 편리해집니다.
아빠와 친한 아이가 사회성이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 말을 다른 각도로 해석하면, 아빠와 아이의 사이가 가깝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아이들과 더 놀아주고 관심을 가지라는 말입니다. 듣는 아빠 입장에서 기분 좋은 말이 절대 아니죠. 이미 엄마와의 관계는 좋다는 게 전제로 깔린 연구 결과니까요.
하지만, 이런 연구 결과를 보면서 아빠는 반성해야 합니다. 자녀를 양육하는 데 아빠 역할이 중요함에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증거니까요.
‘공동 육아’는 아이를 양육하는 데 부부가 함께 노력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자녀와 관련된 문제는 부부가 상의해서 결정하겠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아이를 잘 키우는 방법으로 한 10년 전쯤에 유행했던 말이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 할아버지의 경제력, 할머니의 운전 능력”이라는 말이었습니다. 참 비극적인 말입니다. 아빠는 관심을 끄라는 말이니까요. 물론, 최근에는 달라졌다고 합니다. 아빠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아빠보다는 엄마의 영향력이 더 큽니다.
아파트 단지와 가까이 있는 카페에 자주 나가 일을 합니다. 그러면, 삼삼오오 앉은 엄마들이 보입니다. 대체로 자녀 이야기를 합니다. 어떤 학원이 좋은지, 어떤 학교가 좋은지 등. 그리고 그 정보대로 아이들을 돌립니다.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빠는 학원비를 열심히 벌어다 줄 뿐입니다. 엄마가 잘 알아서 그런 게 아닙니다. 사실, 대부분 정보는 근거 없는 낭설을 토대로 합니다. “옆집 순이는 말이지...”같은 이야기가 정보의 근거입니다. 그리고 정보를 제공한 순이 엄마도 “00에 사는 영이는 말이지...”를 토대로 할 뿐입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적극적으로 자료를 찾아보지도 않고 다른 사람의 말을 그대로 자녀와 남편에게 옮겼을 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녀 교육에서 발언권이 줄어든 아빠는 아내가 잘하겠거니 하면서 방관합니다. 혹은, 이견을 제기하는 순간 갈등이 시작될 수도 있으니, 알아서 피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내를 설득할 수준이 되지 않는 게 방관의 더 큰 이유입니다.
부모 중 누구든 아이를 위해서 좋은 정보를 찾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노력을 토대로 부부가 대화해야 합니다. 의견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때는 부부가 토론을 거쳐 합의점을 도출하면 됩니다. 어렵다고요? 네. 어렵습니다. 자녀 양육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알아서 잘 자라주면 좋겠지만, 그런 경우는 없습니다. 그 어려운 일을 지금 우리가 해내려고 하는 것입니다.
좋은 아빠 TIP
1. 관습적인 아빠(남성)의 모습을 벗어 던지지 않으면, ‘공동 육아(양육)’은 꿈에 불과합니다. 적극적인 양육자가 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2. 타인의 의견, 소중히 경청하되 내 아이를 위해서 부부는 또 다른 노력을 해야 합니다. 다른 가정의 아이와 우리 아이는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