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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 좀 하라고!"

by 조작가Join

저는 장점도 많고, 단점도 많은데 이 둘을 포함하는 것 중 하나가 ‘집중력’ 혹은 ‘몰입’입니다. 일에 집중하거나 책을 읽거나 하면 잘못 듣습니다. 그럴 때 오히려 말을 걸거나, 뭔가 부탁하는 사람한테 짜증을 내기 일쑤입니다.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뭔가에 집중하는 사람한테 말을 걸거나 부탁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만큼 중요하거나 급한 것이겠죠.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이제는 너만의 시간에서 나와서 우리와 어울려야 하지 않겠어?’라는 요청일 테고요.

저는 “대답 좀 하라고!”라는 말을 아내한테 가장 많이 듣습니다. 뭔가를 하고 있을 때, 아이들은 말 걸면 짜증 낼 거로 생각해서 정말로 특별한 일이 아니면 아빠를 찾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내는 다르죠. 본인이 필요하든 그렇지 않든, 남편을 편안하게 부릅니다. 물론, 집중하고 있을 때 가만히 내버려 두는 편이긴 하나, 꼭 저의 의견을 듣고 싶거나 힘이 필요할 때 “여보!”라고 하면서 저 만의 시간에서 나오게 합니다.

이때, 제가 즉각적으로 반응을 하면, 아무런 일 없이 넘어갑니다. 하지만, 뭉그적거리거나 잘 듣지 못했거나, 혹은 들었어도 대답하지 않으면 그다음 말은 “대답 좀 하라고!”입니다. 당연히 아내의 말투도 좋지 않죠.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대답하고 나가면, 대개는 별일도 아니고요. 그럼 저도 조금 기분이 상하죠.

‘별것도 아닌데, 사람 귀찮게 하네.’


그런데, 조금 바꿔 생각하면 대답하는 게 더 별 게 아닐 수 있습니다. 저도 집중하는 일이 정말 중요한 일이라면, 아내한테 중요한 일을 하니, 배려해 달라고 부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때가 더 많으니, 저도 중요하지 않은 일에 몰입하고 있는 셈이죠. 오히려 빨리 대답하고, 빨리 해결하고 돌아와 다시 몰입하는 게 좋은 방법입니다.

그리고 이런 반응은 불렀을 때 대답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아내는 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여러 노력을 합니다. 한 번은 ‘20초 허그’를 배워와서 가족들에게 실천합니다. 당연히 가족끼리 스킨십이니 좋은 일이죠. 둘째는 너무 잘 반응하고, 첫째는 그럭저럭 반응하고, 저는 “웬 허그?”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래도 좋은 시도니, 긍정적으로 반응하려고 했지만, 잘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대답 좀 하라고!”라는 이야기를 다른 식으로 듣게 되었죠. 그리고 아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대답하는 게, 반응하는 게 그렇게 힘든 것인가?’ “여보!”라고 했을 때, “응!”이라고 하면 되고, 허그를 하러 찾아오면 그 자리에서 팔만 벌리면 됩니다. 여러모로 저보다는 아내가 더 많은 수고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도 반응하지 않는다면, 저한테 문제가 있는 것이겠죠.

이후로 대답도 잘하고 반응하려고 노력합니다. 여전히 “대답 좀 하라고!”라는 소리를 듣지만, 허그를 하러 찾아오는 아내를 보고 당황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조금 더 세게 안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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