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은 남편과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편입니다. 사실, 육아는 부부가 함께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니, 정확하게는 참여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한다’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듯합니다.
저는 여러 상황으로 엄마보다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낸, 행운을 잔뜩 가진 아빠로 거의 10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둘째는 참 어릴 때부터 똘똘하고, 말도 잘하고, 상황 판단도 빠른 아이였습니다. 그리고 정말 눈물 나게 훌륭한 점은 주어진 상황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이해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의 첫 유치원 공개 수업 때, 보통은 우리 부부 중 한 명은 반드시 참석하는데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가까이 사시는 외할머니께 부탁드렸고, 흔쾌히 수락해 주셔서 엄마아빠 대신 할머니께서 참석하게 되셨습니다. 전날 오후 각오를 단단히 하고,
“주아야, 내일 오픈 수업하는데, 엄마랑 아빠가 갈 수강 없게 됐어. 대신 할머니께서 참석해 주실 거야.”
주아의 실망한 눈빛과 축 처진 어깨를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웬걸요!
“저는 할머니가 오는 게 정말 좋아요! 아빠!”
순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길거리만 아니었다면, 주아를 안고 울었을 듯합니다. 곧 감정을 추스르고 할머니한테 영상 통화를 걸었습니다.
“할머니, 내일 우리 수업 때 봐요!”
“장모님, 주아가 할머니가 오셔서 아주 좋대요!”
“그래, 주아야 내일 보자!”
주아는 할머니께 진심으로 기쁨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주아야, 아빠가 수업 때 못 가서 미안해. 다음에는 꼭 갈게.”
그다음 대답이 무엇이었을까요? ‘응!’이었을까요? 아니었습니다.
“아니에요. 저는 할머니가 오셔서 정말 좋아요!”
여섯 살 아이가 아빠의 마음을 이해한 것일까요? 아니면 정말 할머니가 엄마아빠보다 더 좋아서 그렇게 표현한 것일까요? 저는 전자라고 생각합니다. 이후에도 주아는 단 한 번도 엄마아빠의 불참에 대해서 불만을 표현한 적이 없습니다. 여섯 살 주아한테는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가 있었습니다. 바로 ‘긍정의 힘’입니다. 좋지 않은 상황에도 낙심하지 않고, 만족할 수 있는 상황으로 전환시키는 놀라운 힘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