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보다는 쉰이 가까운 나이가 됐습니다. 오래 산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적게 산 것도 아닙니다. 많은 추억을 만들었고, 앞으로도 많은 추억을 쌓아가겠죠. 아내가 가족 경제를 거의 책임지고 있지만, 그래도 돈을 벌어야 하기에, 이런저런 일들을 합니다. 책도 쓰고(아시다 시피, 책만 써서 먹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정말 드뭅니다), 연구 보고서 용역에도 참여하고, 가끔은 해외 출장을 다녀오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좀 커서 몇 년 전과 비교하면 출장에 대한 부담이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둘째가 어려서 돌봐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제가 없으면 아내가 챙겨야 하는데, 아내마저 바쁘면, 근처에 사시는 외할머니께서 도와주십니다. 1월 29일부터 2월 2일까지 출장이 있는데, 전날에 집을 나설 때, 아내가 평소보다 많이 힘들어 보이네요. 예정된 일정이어서 바꿀 수는 없어서 출발했습니다.
1월 29일 비행기를 타고 한국을 떠나 다른 국가로 이동했습니다. 그리고 도착해서 아내한테, 잘 도착했다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도착했어.”
“고생했네. 저녁 먹으러 가지?”
“응.”
“보고 싶다. 엄청!”
“응, 나도!”
결혼기념일에 떠나서 그런 걸까요? 아쉽습니다. 열두 번째 결혼기념일은 어설프게 지나갔습니다. 그래도 확인한 게 있습니다. 우리 부부는 서로를 사랑하고, 그리워 한다는 걸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