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2023년) 어느 시점부터인가, 아이들이 저한테
“아빠, 너무 귀여워!”
라고 하면서 볼을 쓰다듬기도 하고, 가끔은 볼을 잡고 댕기기도 합니다. 주로 어른이 자녀들한테 하는 행동인데, 딸들이 저한테 합니다. 그 계기를 생각해보면, 종종 아이들이 제 머리를 고무줄로 묶는 장난을 하는데, 한 번은 사과 머리를 해주더니 당시 여섯 살이었던 주아가,
“아빠, 너무 귀여워!”
라고 하면서 박장대소하는 것이었습니다.
“응? 귀엽다고?”
여섯 살 아이의 눈에 마흔이 넘은 아빠의 모습이 어떤 점이 그렇게 귀여웠을까요? 그날 이후로 두 딸은 누워 있는 저한테 다가와 볼을 만지면서 “귀여워!”라고 하거나, 앉아서 뭔가를 하는 저한테도 다가와 스킨십을 하고 볼을 댕기면서 “귀여워!”라고 합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도대체, 뭐가 귀여워?”
“아빠, 볼이 통통해서 귀여워. 볼을 잡고 댕길 수도 있고.”
여전히, 아이들이 생각하는 ‘아빠 귀여움’의 포인트를 잘 모르겠습니다. 엄마한테는 단 한 번도 귀엽다고 하지 않은 걸 보면, 분명 아빠한테만 느껴지는 분위기나 외모가 있겠죠. ‘귀엽다’라는 표현이 긍정적인 언어이기에, 아빠에 대한 긍정적인 느낌이라고 생각하면서 요즘은 아이들이 그럴 때 마다,
“아빠, 너무 귀여워!”
“너희들이 더 귀여워!”
라고 하면서 머리도 쓰다듬어주고, 안아도 주고, 볼도 똑같이 댕겨줍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생각만 하면, 기분이 좋습니다. 자녀의 눈에 ‘아빠가 얼마나 애 같았으면, 이런 소리를 듣냐?’라고 생각하실 분도 있을지 모르지만, 저는 아이들한테 자상한 아빠는 아닙니다. 그런데도 아이들이 스스럼없이 이런 장난을 칠 수 있다는 것은, 아이들한테 부모는 가끔 무섭고 합리적이지 않은 독재자처럼 보여도, 결국 ‘친구’처럼 느껴진다는 게 아닐까요? 친구는 친하다는 의미도 있지만, 서로 존중해 줘야 하는 대등한 관계라는 의미도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