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참 많은 일을 겪게 됩니다. 저는 대한민국 남자치고는 육아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아빠로 자부하는 사람입니다(책도 한 권 썼는데 《둘째는 아빠가 다 키웠어요》라는 책입니다). 그 예로, 올해 일곱 살이 된 주아가 응가를 하고 나면, 엄마아빠가 다 있어도
“아빠, 똥 쌌어요!”
라고 하며 아빠를 찾습니다. 꼭 좋기만 한 일은 아닌데, 어쨌든 아이가 아빠의 손길을 기다린다는 거 자체가 제가 육아 기술이 있다는 방증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육아 잘하는 아빠가 되자!”라는 게 오늘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사실, 주아는 변비가 있습니다. 이제는 "있었습니다"라고 해야 하겠네요. 거의 해결 됐으니까요. 갓난아기일 때는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스스로 용변을 가리기 시작하면서 변비가 찾아왔습니다. 심할 때는 일주일 이상 응가를 못 하니, 주아도 힘들고 주아를 보는 사람도 힘들었죠. 푸른 주스, 한약, 양약, 관장 등의 처방은 물론이고, 한 번은 가스가 너무 차서 응급실에 간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의 작은 기쁨 중 하나가 “아빠, 똥 쌌어요!”라는 소리입니다.
누군가에는 참 더러운 이야기일 듯합니다. 사실, 저한테도 그렇게 깔끔한 소리는 아닙니다. 하지만 주아가 외치는 소리는 소리는 우리 가족한테 기분 좋은 소리입니다. 최근에는 5일 연속 응가를 할 경우 선물을 주겠다고 공언하고 매일 응가를 유도했습니다. 그 결과 16일 동안 15일을 성공했습니다. 이제 열흘 이상 연속으로 성공하면, 놀이동산에 데려가겠다고 약속했으니 열심히 노력할 거로 생각합니다.
정말 이상한 거에 행복을 느낍니다. 정말 작은 거에도 행복을 느낍니다. 아이들이 뭔가 대단한 걸 해서가 아니라, 아이들을 ‘사랑’하기에 작은 행동에도 행복과 기쁨이 다가오는 것이겠죠. 어제 아이들이 새롭게 다닐 미술학원을 알아보는데, 원장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이곳 아이들은 다른 지역 애들이랑 달라서 바빠요. 그래서 미술학원은 통상적으로 보면, 일주일에 한 번 다닙니다.”
“제가 미술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어린아이들이 일주일에 한 번 다녀서 얼마나 배울 수 있을까요?”
제 질문에 원장님의 여러 말씀이 있었지만, 설득되지 않았습니다. 예체능이 중요하다는 많은 데이터가 있다 보니, 부모들이 음악, 미술 등 학원을 보내지만, 결론적으로 말해서 수학, 영어 시간을 줄여서 가는 건 아니었던 것이죠. 미취학 아동들이 노래 부르고 색칠하는 거보다 알파벳과 구구단 외우는 게 부모들의 행복과 기쁨이 된 세상인 거 같아서 좀 아쉽습니다. 그냥 저는 “아빠, 저 똥 쌌어요!”라는 소리에 계속 기쁨과 행복을 느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