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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작가Join Jan 26. 2024

“너의 전성기는 지금이야!”

얼마 후면 새집으로 이사합니다. 몇 년 전에 분양받은 아파트로 들어갑니다. 결혼 후, 12년 동안 월세를 살았고, 이제 우리 집을 마련했습니다. 물론, 대출금이 많으니 진짜 우리 집이 되려면 까마득합니다. 그래도 새집으로 이사 간다고 하니, 아이들은 좋아합니다. 그리고 이사하는 데 가장 많이 신경 쓴 아내는 이사 날짜가 다가오면 올수록, 하자보수와 관련한 부분이 마음에 계속 걸리나 봅니다.

      

새집에 방문해서 여러 보수할 곳을 살펴보고, 아이들과 저녁을 먹고 집으로 가는 중이었습니다. 하루를 돌아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안아한테 물었습니다(주아는 뒷 좌석에서 잠들었고요).     


“안아야, 너의 전성기는 언제였다고 생각해?”

“나는 다섯 살 때부터 일곱 살 때까지라고 생각해, 그 이후로는 코로나 격리 기간이었는데, 살도 많이 찌고 머리도 나빠진 거 같아.”     


순간, 좀 답답한 마음이 들어서 하나 더 물었습니다.     


“너는 언제가 가장 똑똑했다고 생각해?”

“당연히 다섯 살 때부터 일곱 살 때까지 지.”

“그건, 아니지. 아무리 똑똑한 일곱 살 안아였어도 열두 살 지금 안아랑 비교하면 누가 더 똑똑할까? 똑똑한 건 아이큐가 아니야.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아무것도 배우지 않으면 똑똑하다고 할 수 없어. 지능이 평범해도 열심히 노력해서 많은 걸 알면, 똑똑하다고 할 수 있고.”     


안아가 잠시 고민하는 모습입니다.


“아빠는 지금 마흔이 넘었어. 그런데, 삼십 대 시절과 비교하면 지금이 더 전성기고, 더 똑똑하다고 생각해. 일 년에 백 권의 책을 읽었다고 하더라도 천 권이 넘는 책을 더 읽었고, 책도 여러 권 썼잖아. 그리고 너희들을 이만큼 키웠으니까. 아빠는 너희들을 이만큼 키운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일이란다."


조금 수긍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래서 한마디 더 했습니다.     


“안아의 전성기는 바로 지금이고, 내일은 더 전성기가 될 거야. 가끔 힘든 순간도 있겠지. 하지만, 세상에 어려움 없이 성장하는 건 없잖아. 그 어려움을 겪는 것도 성장을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어려움도 전성기를 위한 단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아빠는 지금 안아가 가장 똑똑한 안아고, 안아의 전성기라고 생각한단다.!”     


이야기는 끝이 났습니다. 그리고 안아도 조금 이해한 듯했고요. 그런데, 마음이 조금 아프더군요. 그동안 우리 딸이 지금보다 더 어린 시절을 전성기로 알고 살았다는 게, ‘안아의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겠구나’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십 대 소녀 안아의 전성기는 바로 지금임을 좀 더 강조해 주려고 합니다. “안아야, 너의 전성기는 바로 지금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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