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딸 안아가 열두 살이 됐습니다. 결혼한 지, 12년이 다 되어갑니다. 그러고 보니, 곧 결혼기념일입니다. 결혼 초기에 한 3년 정도 주말부부를 했고, 이후에도 안아를 데리고 자다가, 주아가 태어나서는 둘 다 데리고 잤으니, 부부 단둘이 같이 잠을 잔 적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끔 농담으로 하는 소리가,
“여보, 나는 항상 우리가 신혼 같아! 항상 어색하고, 긴장돼!”
서로 바쁘니 잠만 같이 못 잔 게 아니라 일상에서 둘만의 시간을 보낸 적도 별로 없습니다. 연애 시절에 한 데이트가 거의 99% 정도인 듯합니다. 이런 상황이니, 누군가가 부부관계를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데, 주로 아내가 시도했습니다. ‘20초 허그’, 그리고 여러 프로그램을 배워와서 틈나는 대로 실천했습니다. 이런 점을 보면, 제가 아내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저도 이런 아내의 노력을 알기에, 조금 적극적으로 반응하려고 마음먹었고, 며칠 전 퇴근한 아내가 잠들 준비를 하길래,
“여보, 우리 뽀뽀 한 번 합시다!”
라고 아내한테 크게 말했습니다. 곧,
“그럽시다!”
라는 대답이 들렸고, 1분쯤 지나서 아내가 제 옆에 누웠습니다. 엄마아빠가 누워 있는 모습을 본 우리 두 딸은 엄마아빠의 시간에 여지없이 달려들었고, 안아는 엄마 옆에, 주아는 제 배 위에 엎드렸습니다. 이쯤 되면 뽀뽀는 허공 속으로 사라졌을 수도 있지만, 저는 아내한테 입을 맞췄습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요.
아이들도 자주 보는 장면은 아니었지만, 엄마아빠가 종종 허그도 하고 손도 잡고 다니는 모습을 봤기에 어색하게 느끼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재밌어했고, 두 딸 모두 우리 부부와 뽀뽀하면서 하루를 마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