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들은 새벽 기도회에 다녀오면서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하려는 마음에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조용한 시간, 깨어있는 사람보다는 자고있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은 시간에 피곤한 몸을 애써 일으켜 세워 교회에 갑니다. 좋은 일입니다. 기도하면서 나쁜 생각을 하는 경우는 없으니까요.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귀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어느 날은 어제의 안 좋았던 일이 떠오르면서 상대방에 대해서 짜증, 분노, 화 등의 감정이 들기도 하고, 애써 좋은 마음을 품으려 해도 쉽게 다스려지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오늘이 그런 날입니다. 어제 아내와 몇 번의 통화가 있었습니다. 제가 걸 때도 있었고, 아내가 전화를 걸 때도 있었죠. 사실, 중요한 일로 전화할 때도 있지만 대체로 사소한 일로 전화할 때가 더 많습니다.
문제는 뭔가를 하고 있을 때, 전화가 오면, 특히 사소한 일로 전화가 오면 무성의하게 받습니다. 약간 심드렁하게, 귀찮다는 듯이 대꾸를 합니다. 그러면, 상대방(대체로 아내)은 기분이 안 좋겠죠. 아내는 이런 기분을 종종 표출합니다.
“기분 좋지 않아!”
라고 하면서요. 이때 드는 마음은 ‘할 말 다 하고 살아서 좋겠다.’입니다. 물론, 아내가 모든 말을 다 하는 것은 아니겠죠. 본인도 참다 참다 못해 불만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해도 불만을 모두 표출하고 사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면, 해결되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서로 기분만 나쁠 뿐이고, 결국 싸움이 일어나겠죠.
어제는 별로 기분 나쁜 일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굳이 퉁명스럽게 전화를 받을 필요도 없었고요. 그런데도 좋게 반응하지 못했죠. 왜 그랬을까요?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컨디션 문제일 수도 있고요. 그런데, 한 가지 떠오르는 단어가 있었습니다. ‘대화’였습니다.
‘아내와 나는 하루에 얼마나 대화를 할까?’, ‘아이들과 나는 얼마나 대화를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10분 이상 대화를 하는 경우가 없었습니다.
“오늘 잘 지냈어?”
라는 질문과 짧은 대답이 아이들과 나누는 대화 전체였고, 아내와는 이사할 집과 관련한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다른 대화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어쩌다 다른 내용의 이야기를 하는 게 불편했던 모양입니다. 가족인데, 사랑하는 가족이라고 매일 생각하지만, 결론적으로 남과 다를 바 없이 한 공간에서 사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오늘부터(행동은 빠른 게 좋으니까요) 대화를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