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작가Join Mar 16. 2024

“오늘은 참 좋은 날이다!”

일곱 살 주아는 많은 걸 바라지 않습니다. 잼을 흘렸다고 혼내지 않고, 친절하게 닦아주는 아빠를 보고서는      

“엄마는 아빠랑 결혼 참 잘했다!”     


라고 생각하고,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행복함을 감추지 않습니다. 물론, 작은 일에 소심하게 투정 부리기도 하고 삐치기도 하죠. 그리고 인형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며칠 전부터 주아가 놀이터에 가자고 했지만, 저는 데리고 가서 놀아 줄 겨를이 없었습니다. 솔직히 귀찮아서 그랬겠죠. 우연히 늦은 시간에 저녁을 먹으러 가다가 한 5분 정도 놀이터에서 놀게 한 적은 있습니다. 떠날 때 아쉬워한 주아의 눈망울이 떠오르네요. 그때,     


‘주말에 다시 와서 놀아야겠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금요일 저는 아침부터 서울에 가 있었고, 저녁에 도착할 예정이었습니다. 이사 오기 전에는 역에 내려서 택시를 탔는데, 지금은 버스를 이용합니다. 수도권 대중교통 시스템은 워낙 잘되어 있어서 금방금방 원하는 노선의 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대구만 하더라도 한 번 버스를 놓치면 원하는 버스가 올 때까지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버스 도착 안내 시스템을 보니, 약 10분 정도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러는 중에 톡으로 사진이 올라왔네요. 엄마와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주아였습니다. 그 표정이 너무 예쁘고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톡 내용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적혀 있었습니다.     


“오늘은 참 좋은 날이다!”     


이 말의 의미는 오랜만에 엄마랑 놀 수 있어서 좋았고, 놀이터에서 놀 수 있어서 좋았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을 것입니다. 자주 놀아 주지 못한 엄마의 심정은 미안함이었고, 아내의 심정을 느끼고, 주아 말의 의미를 이해한 아빠는 이상하게도 미안하면서 행복했습니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말했습니다.     


‘오늘은 참 행복한 날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