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작가Join Mar 25. 2024

“아빠랑 잘래!”

 주아가 혼자 자기 싫어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그러다가 몇 번 말을 들어줬더니, 이제는 혼자 자려고 하지 않네요. 이런저런 이유를 만들어서 엄마, 아빠, 언니 등 무조건 같이 자려고 합니다. 

주말에 아내가 대학교 동기들 모임을 2박 3일 일정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떠나자마자,     


“아빠랑 같이 자면 되겠다.”     

라고 합니다.     

“응? 주아 방에서 혼자 자야지.”

“그래도 한 번은 같이 자야지.”

“그래, 그러면 한 번만 같이 자자.”     


협상도 아주 잘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틀 중 하루만 같이 자기로 했고, 다른 날은 혼자 잘 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언니와 이야기해서 나머지 하루도 같이 자는 걸로 정했네요. 그렇게 하루는 아빠랑 다른 하루는 언니랑 잤는데, 사실 언니랑 자는 날은 둘이 자다가 다퉈서 결국 따로따로 잤습니다.      

그리고 2박 3일이 지나서 온 가족이 모인 날, 주아가 엄마와 같이 자기를 바랐습니다. 당연한 일이었죠. 하지만, 이번에는 아내가     


“주아 방 주면 혼자 잔다고 했잖아.”     


말없이 물러나서, 그게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최근에 제가 글을 쓰면 브런치에 업로드하는데, 그 글이 재미있는지 안아가 종종 읽습니다. 그날도,     


“아빠, 혹시 브런치에 글 올린 거 없어?”

“아마, 하나 정도 최근에 올린 거 같은데.”

“응.”     


그러더니, 브런치에 접속해서 읽습니다. 그리고 덩달아서 주아도 읽었나 봅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오늘은 아빠랑 잘래.”     


라고 합니다. 아내가 왔는데도 저를 찾는 게 이상해서,     


“왜 아빠랑 자고 싶어?”

“아빠 글 보니까, 주아가 울어.”


어둠 속에서 주아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https://brunch.co.kr/@135791113151719/392   


이 부분이 주아의 마음에 남았나 봅니다. 그렇다고 아빠랑 같이 잘 이유가 되는 건 아니었지요. 잠시 엄마랑 아빠랑 실랑이를 하다가, 이윽고 터져버린 눈물.     


“그래, 오늘은 아빠랑 자자.”     


주아한테 팔 베개 해주니, 금세 잠에 듭니다. 그러고 난 후 아빠는 일어나서 엄마 옆에 누웠고요. 이렇게 크는 거겠죠. 굳이 눈물 흘리게 할 필요 없을 거 같습니다. 혼자 자길 권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렇게 되겠죠.

작가의 이전글 “혼자 자기 무서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