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퍼팩트 스톰" : 4차 산업혁명과 지방분권이 만났을 때
거대한 바람 : ‘다보스(Davos)’와 지방분권
2016년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의 화두는 4차 산업혁명이었다. 그리고 다보스에서 일었던 작지 않은 지적(知的) 바람이 세계를 돌아서 국내에 상륙할 때쯤에는 거대한 폭풍이 돼 있었다. 많은 매체가 앞다퉈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정보를 쏟아 냈으며 정부, 관공서, 언론 등 ‘4차 산업혁명’을 언급하지 않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런 유행에 동참해서 지적인 동참자들이 거침없이 책을 내기 시작했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책은 꾸준히 출간돼 한때는 매일 새로운 책이 출간되는 수준이었다. 이 중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끌고 국내에서 가장 많이 소개되고 판매된 책은 당연 『클라우스 슈밥의 제 4차 산업혁명』이다. 이후에 등장한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책들은 이 책을 대부분 언급하거나 인용했고, 책을 번역한 역자도 역서(『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클라우스 슈밥 / 송경진 역. 새로운현재, 2016년)가 대박 났다고 할 정도였으니 세간의 관심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알만하다.
새로운 변화의 물결에 전문가들은 책을 내고 일반 시민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하다. 특히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들이 4차 산업혁명을 이미 준비하고 진행 중인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시작이 늦은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다시 한번 ‘빨리빨리’를 외치며, 서둘러 나가야 하는 상황이기에 범람하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저술이 범람하는 현실은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4차 산업혁명이 전국을 한창 휩쓸고 다닌 시점, 국내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었다. 당시 핵심 논쟁거리는 ‘지방분권’이었다. 아파트 게시판마다 ‘지방분권과 관련한 헌법 개정안 동의 서명’이 게시돼 시민들을 대상으로 ‘지방분권’을 알리고 범국민적으로 논의를 진행하려는 노력이 시도됐다. 동시에 전문가들이 동원돼 지방분권을 주제로 전국 각지로 불려가서 열심히 지방분권이 대세임을 선전해야만 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태풍과 지방분권이라는 폭풍이 만나 ‘퍼펙트 스톰’이 한반도에 형성되는 상황이었다. 정말 거대한 변혁이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결과는 알다시피 아파트 게시물의 서명란은 공란으로, 헌법도 개정되지 않은 상태다.
4차 산업혁명, 예측하는 혁명
후에 다루겠지만, 이쯤에서 혁명에 대한 용어를 짚고 넘어가자.
‘혁명’은 역사적으로 다양하게 사용됐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 1848년 혁명, 1968년 혁명, 미국독립혁명 등 정치적으로 큰 변혁을 가져온 사건에 혁명을 붙였고, 경제적으로 큰 변화를 가져온 ‘농업 혁명’, ‘산업혁명’ 등에 혁명을 사용했다. 이 외에도 전후(前後)를 명확하게 나눌 수 있는 큰 분기점이 될만한 사건을 일컬어 혁명이라고 불렀다. 앞으로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은 앞에 ‘네 번째’라는 의미가 있으니 벌써 세 차례 산업혁명이 지났음을 의미한다. 즉, 앞으로 앞뒤가 명확하게 달라지는 시점(기간)이 있을 거라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어떤 분야에서 파괴적인 혁신(이전과 비교해서)을 이뤄서 정치, 사회, 경제, 문화에 걸쳐 전반적인 큰 변화가 나타났을 때를 혁명이라 한다. 그래서 혁명을 이해하는 게 쉽지 않다. 너무나 다양한 영역의 변화를 독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과거의 분기점을 찾는 건 관점에 따라 다를지라도 찾을 수는 있다. 그런데, 다가올 혁명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끓는 물 속의 개구리(boiling frog)가 돼 알아차릴 때쯤에는 도태되지는 않을까?
아니면, 아직 오지 않은 혁명이기에 4차 산업혁명이 올 수도 있고, 혹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일까? 또 다른 관점을 살펴보면, 제러미 리프킨 같은 미래학자는 4차 산업혁명을 시기상조로 보면서 3차 산업혁명의 성숙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예측하는 혁명은 장단점이 있는데 장점은 과거 산업혁명의 경험을 토대로 잘 준비해서 부작용 – 실업, 빈부격차, 세대 격차 등 - 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반대로 새로운 시대를 반갑게 맞이할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있으면, 국민은 위기감과 불안감을 짊어지게 되고 심리적인 압박을 느껴 결국 사회적 갈등 – 시민 봉기 등으로 폭발할 수 있다. 또한,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사용자들의 지지나 적극적 참여가 부족해서 비용 낭비만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할 경우 시공간의 대변화가 이뤄질 가능성을 고려해서 국제적인 상황 - 글로벌 생산성 둔화 추세와 불평등의 확대 - 과 더불어 국내적인 상황 -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의 변경과 지방분권의 확대 등 - 을 제대로 이해하고 대비할 수 있는 구체적인 토론의 장(場)을 만들어 일반 시민들의 이해를 도와야 한다. 어둠을 극복하는 방법은 빛이다. 즉, 무지로 파생한 두려움은 이해로 해결할 수 있다.
이런 이해의 시작점은 바로 작은 단위의 토론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이런 수준의 토론은 국가 차원에서 실행하기보다는 작은 수준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진행하는 게 합리적이다.
“새 술은, 새 부대(負袋)”에
커다란 두 바람이 한반도의 전 시공간을 지배했다. 그러나 일반 시민들은 ‘잘’ 알지 못했다. 책을 소리 내 읽는다고 해서 진짜 독서라고 하지 않는 것과 같다. 글을 이해할 수 있는 문해력이 부족하면 수준 높은 글은 문자만 소리 내 읽을 수 있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광풍 몰아치듯 전국을 4차 산업혁명과 지방분권이 지나갔어도 수용하는 건 또 다른 영역의 문제였다.
TV 등을 켜면 수돗물 나오듯 관련한 정보가 쏟아졌으나 대중들은 그 홍수 속에서 간신히 호흡만 할 뿐이었다. 오히려 많은 정보 속에서 취사선택의 문제로 힘들어했다. 하루에도 여러 번 관련 보도를 듣고, 어딜 가나 4차 산업혁명이 표어처럼 달려있었지만, 짧은 언어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모르니, 뜬구름 보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그렇다면 정치인들이니 공무원들은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을까? 조금만 생각해 보면, 4차 산업혁명과 지방분권은 아주 좋은 궁합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미, 국가(정부) 독주의 한계는 20세기 후반부터 지적됐던 사실이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체제로 지방분권이 제기된 상황이다.
4차 산업혁명은 국가 차원에서 한 방향으로 진행하기보다는 지방자치단체의 실정에 맞게 이해하고 응용하는 게 맞다. 그래서 지방분권 논의가 나왔을 때 필자는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새로운 혁명 시대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등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도 이 둘을 엮어서 설명하지 않았다.
따라서 앞으로는 지방분권과 4차 산업혁명을 동시에 다루는 논의가 필요하다. 그래서 지역의 여건에 맞는 새로운 혁명 시대를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새 술은, 새 부대(負袋)”에 담아야 잘 보존되는 법이다.
작가 : 조연호 , 편집 : 안대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