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거버넌스 블록체인(1)
거버넌스(governance)와 블록체인(blockchain)
거버넌스 블록체인에 앞서서
‘블록체인’이 떠오르면서, 거버넌스가 블록체인과 결합 돼 다양한 시각으로 조명받고 있다. 구글에서 ‘블록체인 거버넌스’를 검색하면, 1초도 안 돼서 2,760,000건(2020. 08. 31. 기준)이 검색된다. 중복 내용도 있겠으나, 그만큼 관심받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교보문고에서 일반도서로 검색하면 14권(전자책 포함) 밖에 나오지 않는다. 물론, 4차 산업혁명 관련한 책과 블록체인을 다룬 책에서 ‘블록체인 거버넌스’를 다루겠지만, 아직 학문적인 연구는 미흡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전문가들이 각 영역에서 블록체인을 다루지 않는다고 해서 블록체인의 중요성이 절감되는 것은 아니고, 거버넌스와의 결합이 늦춰질 이유도 없다. 하지만, 학술적으로 다룰 수 있는 전문가는 얼마나 있을까? 아울러‘통섭’, ‘융합’, ‘네트워크’가 중요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자신의 전문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을 오가면서 활동할 수 있는 학자나 전문가가 얼마나 될까?
블록체인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적인 기술이다. 그리고 거버넌스는 통치 시스템이자 협의체다. 이 둘의 결합은 정치와 기술의 화학결합이라 할 수 있다. 즉,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어 “융합”의 구체적 실현이다. 하지만 정치와 기술의 원활한 상호작용과 이해를 우선 하지 않으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거버넌스 블록체인’의 생성과 확산을 기대하면서도 현재 이해 수준을 고려할 때 현실화는 상상에만 그칠 수도 있다.
‘블록체인 거버넌스’가 아니라 ‘거버넌스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 거버넌스’는 많이 듣고, 읽었을 것이다. 그러나 ‘거버넌스 블록체인’은 거의 경험하지 못한 단어의 조합일 것이다. 쉽게 설명하면, 전자는 블록체인의 의결 구조로써 거버넌스 방법을 사용한다는 의미이며, 후자는 거버넌스를 운용하는 데 블록체인을 활용한다는 의미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우량 알트코인들은 운영 체제를 거버넌스 구조로 진행하거나 활성화하려 한다. 그러나 현실 속 거버넌스는 블록체인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점차 다루기로 하고, 이 두 가지 언어가 등장한 배경과 결합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는 게 이 글의 주요 과정이다.
거버넌스와 블록체인을 얼마나 알까?
‘거버넌스 블록체인’을 다루기 전 이 두 단어의 의미를 – 특히, 거버넌스에 대해서 – 살펴봐야 한다.
거버넌스가 블록체인보다 훨씬 오래전에 등장했고(1980년대부터 사용됐다), 국내를 기준으로 해도 20년이 넘었다. 그동안 여러 형태로 실험됐고 지금까지도 조직되고 있다.
그러나 ‘거버넌스’를 개념적으로나 실제 존재하는 협의체라는 사실을 알거나 이해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4차 산업혁명과 자치분권 시대』에서 “4차 산업혁명”인지와 관련해서 현재 우리나라 상황을 비판했다. 쉽게 말해서 “4차 산업혁명”과 “4차 산업”을 구분하지 못하는 ‘웃픈’상황을 걱정했다.
이와 같은 상황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데, 2016년부터 등장한 언어임에도 불구하고 2020년이 다 지나가는 지금까지도 지역방송 뉴스에서는 여전히 ‘4차 산업’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거버넌스라는 언어에 대한 인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수십 년간 언급되고 사용됐지만, 얼마나 많은 시민이 거버넌스를 인지하고 있을까? 아래는 필자가 토론 중 겪었던 에피소드다.
2018년 4월이었다. 국회 소회의실에서 필자가 출간한 『4차 산업혁명과 자치분권 시대』를 중심으로 세미나를 진행했는데, 토론 중에 필자는 ‘거버넌스’를 자주 언급했다.
“현재 제대로 된 거버넌스가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역적으로 혹은 조금 더 작은 수준의 거버넌스 조직이 필요하다.”
라고 피력했다. 그때 한 패널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왜 ‘거버먼트’가 존재하는데 계속 ‘거버먼트’가 없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라고 질문했다. 그 질문을 듣고 필자는
“거버먼트가 아니라 거버넌스를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라고 답변했더니,
“네. 거버먼트가 아니라 거버넌스 군요.”
라고 하면서 뒤늦게 이해하는 듯했다.
과연 그 패널은 거버먼트와 거버넌스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을까? 아마도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국회 보좌관까지 수행했던 패널의 경력을 생각할 때 심히 안타까운 일이었다.
따라서 본 연재는 ‘거버넌스 블록체인’을 다루기 전까지 거버넌스를 비교적 장황하게 살펴볼 것이다. 거버넌스의 어원, 그리고 출현 배경(기준은 서구에 둔다)을 살펴보고, 그 의미 등을 짚어 보도록 하겠다.
이후 ‘블록체인’을 설명할 텐데, 블록체인을 활용했을 때 기존 전자정부 형태와 어떻게 다르며, 전자정부를 어떻게 발전적으로 극복할 수 있을지 상상해보도록 하겠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거버넌스 블록체인’의 시대적 필요성을 살펴보고, 발전된 새로운‘틀(frame)’이 개발되지 않는 한 ‘블록체인’을 활용한 거버넌스가 새로운 시대에 적절한 ‘틀’이 될 수 있음을 주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