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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작가Join Sep 17. 2020

특집 : 거버넌스 블록체인(11)

상상력이 필요하다

블록체인 거버넌스에 대한 상상력     


결론부터 말하자면, 블록체인 거버넌스는 많은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 실현되기 어렵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첫째블록체인에 대한 인지와 이해 부족이다.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는 물론, 거버넌스에 대해서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블록체인 거버넌스는 난센스다. 알지도 못하는 걸 사용할 수는 없다. ‘디지털 디바이드’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지금 세대야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여서 스마트 기기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60대가 넘은 세대들은 그렇지 못한다. SNS 사용도 버거운데, 새로운 기기나 새로운 앱을 활용하는 건 기대하기 힘들다.      


마찬가지다. 거버넌스에 대한 개념 인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정착도 사회적으로 일천한 상황에서 블록체인 거버넌스로 넘어가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물론, 디지털 기기를 잘 사용하고, SNS를 통해 촛불시위에 참여했던 세대들한테 기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거버넌스는 단순 집합이 아니라, 분명한 목적과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기 위해 계획을 수립하고 모든 참여자가 함께 협의하는 기구이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토의, 토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참여하기 힘들고 이해하기도 어렵다. 예를 들어서 국회의 파행을 보면, 우리 사회의 토론과 토의 문화의 한계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데, 일반 시민들 수준이 더 낫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거버넌스 블록체인”은 거버넌스에 블록체인이라는 개념을 더해서(+) 이해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거버넌스 + 기술(블록체인)’을 이해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거버넌스 블록체인”이 가능할까?     


얼마 전에 블록체인 개발자와 거버넌스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들은 “거버넌스 블록체인”의 실현에 고개를 저었다. 왜 그랬을까? 그들은 블록체인을 기술적으로 접근했을 뿐, 정치·사회적 쓰임새에 대해서 사고해 보지 않았다. 정치·사회적 분야를 이해하기 힘든 선천적인 뇌 구조 때문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영역 간의 칸막이가 높아서 자신의 영역 이외에는 무관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통섭”의 중요함을 깨달은 시간이었다.


거버넌스를 이해하고 장점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거버넌스에 블록체인 도입과 활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블록체인 개발자들은 블록체인이 거버넌스에 어떻게 활용될지 생각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거버넌스 블록체인을 이해한 사람들이 참여해야 한다. 참 복잡한 일이다.     


둘째기술적으로 블록체인은 보편화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첫 번째 이유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선 문제가 인지와 관련한 문제라면, 이번에는 기술적인 문제다. 보편적 사용자가 충분해져서 상용될 때까지 기술 발전도 좀 더 때를 기다려야만 한다. 

 특히, 블록체인의 탈중앙성에 대해 언짢아하는 중앙정부의 제재 속에서 혁신적인 기술 발전도 쉽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블록체인에 관대한 국가에서 블록체인이 성공적으로 활용되고 나서야 국내에 도입 의지를 피력할 가능성이 크다. 혹은 일부 계층에서 블록체인에 대한 준비가 완벽하다고 판단될 때 본격적으로 개발을 장려할지도 모른다.     


셋째블록체인에 대한 오해를 먼저 해소해야 한다

 블록체인에 대한 오해는 역시 이해 부족에서 시작한다. 비트코인 투기 과열로 대중들은 블록체인 시스템을 이해하기보다는 암호화폐에 더 많은 관심을 뒀다.

 당장 눈앞에서 오르내리는 화폐가치에 연연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숲은 보지 못했다. 최근 싱가포르에서 인공지능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분을 만나서 대화하던 중 블록체인 이야기가 나왔다. 


일단, 블록체인 강소국인 싱가포르에서 활동하는 분이어서 블록체인과 관련한 깊은 설명을 듣고 싶었는데, 역시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니어서 잘 모른다고 했다. 그리고 역으로 블록체인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있는데 쉽게 개발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필자에게 던졌다. 

 싱가포르조차도 비트코인에 투기로 인한 부정적인 인식이 존재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체험한 순간이었다. 이러한 오해가 막고 있는 한 블록체인 개발은 쉽지 않고, 상용화까지 먼 길이 남았음을 깨닫는다.     


넷째테스트 베드(Test Bed)가 필요하다. 

 위의 문제가 다 해소된 다음에도 충분한 테스트가 이뤄져야 한다. 테스트도 대중적으로 진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해 부족, 인지 부족 등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세대별 수준 차이도 클 것이기 때문이다. 

 기성세대의 장점과 후세대의 장점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 금상첨화겠지만, 현실은 그 반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사회적으로는 “리버스 멘토링”을 주창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게 반영할 수 없다. 아울러 후세대 역시 합리적인 사고와 가치관을 충분히 함양했다고 할 수 없다. 이러한 여러 가지 부정적인 현실을 고려할 때 “거버넌스 블록체인”이 가야 할 길은 너무 멀어 보인다.     

그렇다고 포기할 것인가? 거버넌스가 도입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거버넌스도 잘 이행되지 않는 가운데, 블록체인 거버넌스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은 망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부정적이어도 미래를 향한 긍정적인 상상력은 필요하다. 그런 상상력 없이는 아무런 개발도 발전도 없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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